특례조항 두고 여야 논쟁 ‘팽팽’…번번이 입법 좌절

상임위 교체 시기 맞물려 6월 통과도 불투명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하반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앞두고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구조개혁법)’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에도 대학구조개혁 과정에서 경영이 부실한 대학들이 스스로 해산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준 조항을 두고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희정 새누리당 국회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간사)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9일 입법예고 됐다. 6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사회적 합의를 최대한 빨리 이끌어내겠다는 교육부와 발의한 의원들의 의지의 표현이다. 구조조정이 눈앞에 닥쳐온 만큼 사학법인 설립자 및 대학 운영진 상당수는 ‘제대로 운영되는 대학들이 더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교육 의지가 없는 사학법인이 알아서 빠져나갈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년째 여야대립…마침표 찍을까=‘사학법인에 퇴로를 열어주느냐 마느냐’를 둘러싼 논쟁은 10년 전인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참여정부 당시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특별법 시안에 부실 사학의 자발적 퇴출을 유도하기 위해 대학 설립자에게 잔여재산 일부를 되돌려주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때부터 해당 특례조항은 구조조정 정책 및 입법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등장한다.

이 조항은 사립대 운영의 근간인 사립학교법과 정면 대치하면서까지 사학법인의 자율성과 재산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찬반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립학교법은 제35조에서 본래 학교법인을 해산하고자 할 때는 잔여재산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환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잔여재산의 처분 역시 임의로 할 수 없고, 영리법인과 달리 설립자나 구성원에게 분배할 수 없다.

더구나 당시 사학비리 및 분쟁 이슈들이 맞물려, 대학을 부실하게 운영해온 사학법인 경영진에 잔여재산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 타당한지 논쟁거리가 됐다. 결국 이 법안은 2005년 7월 당정협의에서 유보됐다.

■이명박정부서 대학구조개혁법 근간 마련=2007년 5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학생 수 격감에 대비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명박정부 들어 2009년 새해 업무보고에는 이를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이 포함됐다. 대대적인 실사를 통해 경영부실대학을 지정하고 사립대 통폐합과 국립대 통폐합까지 거론됐다.

김선동 제18대 국회의원(당시 한나라당)이 같은 해 5월 발의한 ‘사립대학 구조개선 촉진 지원법안(이하 구조개선촉진법)’은 논쟁에 불을 당겼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발의된 구조개혁법의 근간으로, 제28조에서 자진 해산한 사학법인에 잔여재산 귀속에 대한 특례를 명기했다.

이 법안을 두고 여당과 야당간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서로 다른 법인의 학교가 합병할 경우 누구에게 얼마나 재산권을 인정해 돌려줄 것인지, 부실하다는 척도는 어떻게 가늠할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비판과 논쟁만 거듭하며 사회적 합의에 실패했다. 교육부는 이에 착안해 부실대학을 검증하기 위한 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계기로 삼았다.

2011년 반값 등록금 운동과 함께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꾸려졌고, 취업률, 학생 충원율 등 정량지표 평가를 통해 부실 정도에 따라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경영부실대학 지정을 통해 사실상 폐교의 수순을 밟도록 했다. 대학가에서는 김 의원의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인지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정작 법안에 대한 여야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법안 논의 시급한데 변수 많아…이번에도 불발?=김희정 의원이 발의한 현 구조개혁법은 지난 2년간 사학법인과 대학본부 등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선동 전 의원의 법안을 기초로 △자진 해산 법인 설립자의 생계 지원 △자진해산과 동시에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자동 전환 △상속 또는 양도시 증여세와 가산세 면제 △잔여재산을 ‘전부 또는 일부’ 해당법인에 돌려줄 수 있다고 명시해 해산시 사학법인의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6월 국회에서도 법안 통과가 요원하다는 예측도 나온다. 교수-시민단체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법안 폐기를 외칠 만큼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교문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대체입법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에 착수하면서, 정치 이슈로 부각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달 말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 교체시기와 맞물린 것도 변수다. 국회 교문위에서는 관행상 상임위원장과 여야 간사는 기존 상임위를 떠나기 때문에, 법안 발의의 주축인 김희정 의원과 신학용 의원이 교문위를 벗어나면 입법 동력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교문위 야당측 관계자는 “더구나 세월호 정국으로 상임위원회 일정이 미뤄지고 있고 안건도 안전 교육 이슈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에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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