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화두는 ‘스피드’, 누가 더 조직력 갖추느냐가 관건

*** 대학스포츠는 초중고 학원스포츠에서 프로나 실업 스포츠로 이어지는 한국스포츠계의 허리다. 대학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한국대학신문은 ‘2015스포츠 대학VS대학 기획시리즈’를 격주 연재한다. 축구로 시작해 농구, 야구, 배구 등 주요 종목들을 다룰 예정이다. 새해를 맞아 올해 각 종목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일 대학팀들은 과연 어디 어디일까. 미리 만나보자.
 

▲ 외국인 용병 일변도로 돌아가는 프로배구와 달리 대학배구는 조직력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더 다채로운 재미가 있다는 것이 배구 마니아들의 평이다. 지난해 8월 31일 홍익대와 한양대의 경기에서 홍익대 김준영 선수가 스파이크 서브를 넣고 있다.(사진=홍익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2014년 대학배구는 인하대(감독 최천식)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하대는 대학배구리그와 춘계연맹전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홍익대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던 추계연맹전을 제외하고 모든 대회에서 왕좌를 차지했다. 전국체전 우승까지 합치면 3관왕이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또 다르다.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주전 세터가 교체된 팀들이 많다. 인하대도 그렇다. 신장과 힘으로 승부하기보다 스피드를 키우면서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이 올해 대학배구의 트렌드다. 홍익대, 경기대, 성균관대, 중부대 등도 우승을 목표로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 2014년 대학배구는 인하대의 해였다. 인하대는 대학배구리그와 춘계연맹전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전국체전에서도 우승하며 3관왕을 차지했다. 유일하게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한 추계연맹전도 준우승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도 인하대의 위력은 다른 대학들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진=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제공)

■ 세터가 걱정되는 ‘최강’ 인하대
지난해 대학 최강으로 군림한 인하대지만 최천식 감독은 걱정이 많다. 시즌 3관왕에, 우승을 놓친 경우라도 준우승은 인하대 차지였다. 대학배구 최강자라는 인식을 라이벌들에게 심어놓았다. 하지만 올해에도 좋은 성적을 보장하기에는 걸림돌이 있다. 세터다. 모든 공격의 시발점이었던 세터 황승빈이 졸업하면서 신입생 이호건이 주전으로 뛰게 됐다.

최 감독은 “대학배구는 고등학교 때보다 더 빠르고 강하다.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고 실수도 많이 하게 된다. 경기 흐름을 읽어내야 하는 포지션이라 선수가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복과 김성민이 좌우에서 퍼붓는 공격은 올해도 막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팀 스피드를 강화하면서 더 짜임새 있는 배구를 구상하고 있다.

인하대는 3일부터 12일까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대학팀들과 연습게임을 통해 기량을 다질 계획이다. 최 감독은 “올해 초보다 시간이 갈수록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전력과 상관없이 목표는 우승”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 그동안 스피드에서 강점을 보이던 홍익대는 올해 '토털배구'라는 이름 아래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6일 홍익대와 한양대의 경기에서 한양대 우상조 선수의 공격을 막아내는 홍익대 선수들.(사진=한국대학배구연맹 제공)

■ ‘토털배구’ 홍익대
올해 많은 팀들이 스피드를 추구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바꾸면서 스피드의 ‘원조’ 홍익대(감독 박종찬)는 또 한 번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유일하게 인하대에게서 우승컵을 가로챈 홍익대는 올해 팀의 특징을 ‘토털배구’라 칭했다. 특출난 선수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배구를 구현하겠다는 것.

홍익대는 장신 선수가 별로 없기 때문에 조직력과 스피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 중심에는 세터 김형진이 있다. 지난해 1학년이었음에도 팀의 중심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김형진은 넓은 시야와 안정된 볼 배급으로 홍익대 전력의 바탕이 되었다. 또한 주포가 존재하지 않는 홍익대이기에 상대방의 서브를 완벽하게 받아내면서 공격으로 이어가도록 서브리시브 연습을 팀 훈련의 주요 과제로 삼았다.

13년간 성균관대를 이끌다 지난해부터 홍익대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박종찬 감독은 올해 목표를 1회 이상 우승으로 두고 있다. 박 감독은 “그동안 착실히 훈련했다. 전관왕은 무리겠지만 한 번 이상 우승을 하는 것이 목표”라 밝혔다.

▲ 지난해 경기대는 4학년 선수들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도 4강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도 경기대의 전력은 막강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진=한국대학배구연맹 제공)

■ 경기대 “스피드가 있으려면 일단 힘이 있어야”
지난해 4학년으로 경기를 뛸 예정이던 선수들이 모두 프로로 진출하면서 어려움이 예상됐던 경기대(감독 이상열)지만 매 경기에서 폭발적인 경기력을 과시하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올해도 4학년은 한 명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상열 감독은 배구의 기본을 ‘힘과 스피드’라 정의내리며 “스피드가 있기 위해선 일단 힘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본기를 다짐과 동시에 하드웨어를 프로선수급으로 더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힘이 실린 공격은 다른 팀들이 감히 받아내지 못하는 위력을 발휘한다.

다만 올해도 팀의 기둥이라 할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불안요소다. 에이스가 없다는 것은 ‘한방’이 없다는 것이고 게임이 풀리지 않을 때 그것을 풀어줄 해결사가 없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51대49의 경기가 될 것”이라며 “형편없는 경기와 좋은 경기는 한 끗 차이라 실수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학배구 상위권 감독들 모두가 올해 다크호스로 중부대를 꼽고 있었다. 올해 전력도 더 상승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8월 22일 리그 4강 진출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중부대 선수들.(사진=중부대 제공)

■ 신선한 반란을 꿈꾸는 중부대
올해 다크호스로는 중부대(감독 송낙훈)가 꼽힌다. 창단 2년만에 지난해 리그 4강과 전국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중부대는 올해는 더 나은 전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평가다. 다른 대학 감독들도 중부대가 4강에 들어갈 전력이라 입을 모은다.

송낙훈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를 부담 없이 즐기도록 한다고 밝혔다. 다함께 즐기는 와중에 서로간의 팀워크가 향상되고 자율성을 갖게 된다는 것. 그러다보니 오히려 상대방이 부담을 가지는 경우도 많아진다고 귀띔했다.

대학리그 2년 연속 득점 1위를 기록한 공격수 지원우는 중부대의 창을 더 날카롭게 만드는 선봉장이다. 세터 김동훈은 작은 키에도 높은 점프력과 정교하고 빠른 토스를 통해 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린다. 신입생 리베로 이지훈도 좋은 기량을 갖추길 기대하고 있다. 송 감독은 “운동말고 다른 재능도 발굴하기 위해 3시까지 수업을 하고 6시까지 연습을 한다. 지방팀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부담만 없앤다면 작년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 김상우 성균관대 감독은 리빌딩 과정에 들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해진 편이라 자평했다. 하지만 전통의 강호로서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사진=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제공)

■ 성균관대·한양대 등 “경기는 끝나봐야 아는 것”
강자로 언급하지 않는 대학들도 경기를 포기하진 않는다. 언제나 끝까지 해봐야 아는 것이라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다. 그 안에는 전통의 강호였던 성균관대와 한양대도 포함된다.

성균관대(감독 김상우)는 주전 4명이 팀을 떠났고 190cm가 넘는 공격수도 없다. 하지만 약해진 전력에도 명문의 뚝심을 발휘할 계획이다. 착실한 훈련과 동기부여를 통해서 전력 이상의 경기를 보여줄 각오다. 주장이 된 4학년 김병욱은 오른쪽에서 계속해서 좋은 공격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우 감독은 “부상도 있었고 선수층도 얇아지다보니 지난해 3위만 세 번 했다. 부상들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 우승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시즌 개막까지 대학팀들과의 연습경기들을 통해 경험을 다지면서 체력 훈련 등 기본적인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양대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두 번의 우승을 이끌어낸 명장 신춘삼 감독을 다시 데려왔다. 올해 팀 전력이 하위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평가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이기는 배구를 추구할 계획이다. 신 감독은 “현재 프로구단 감독 13명 중 7명이 한양대 출신이다. 한양대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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