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까지, 이화여대·서강대 시작…조선대·제주대·부산대 등 전국 확산

▲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실망한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시국선언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26일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는 ‘비선실세’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들이 붙기 시작했다.(사진=이재익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이화여대와 서강대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전국으로 번지며 정권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대통령 일정과 인사 등 국가 기밀에 포함되는 국정 전반에 대해 보고받았다는 언론보도가 연달아 보도되며 대학생들이 ‘국정농단 규탄’ 시국선언을 잇따라 내고 있다.

첫 포문은 학사운영에서 타격을 직접 받은 이화여대가 열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26일 오전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을 진행하며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규탄과 함께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운영 특혜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실제론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며 “진정성 없는 사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대통령은 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학생들은 선배에게 ‘하야’를 요구했다. ‘최순실 게이트 해결을 바라는 서강인 일동’은 시국선언문 ‘선배님, 서강의 표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마십시오’을 발표하며 “모든 서강인은 사상과 정견에 상관없이 서강의 자랑이지만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비참한 현실에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다”며 “취임 연설에서 ‘나라의 국정은 대통령이 지고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지키라”고 전했다.

대학생들의 연이은 시국선언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부산지역 청년-학생 시국선언’을 하며 부산 지역의 청년과 대학생들의 동참을 제안했다. 유영현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그동안의 여러 사건들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대통령 연설문이나 대북관계 등 국정 기밀까지 최씨에게 보고된 것은 국민의 뜻과 다르게 권력이 오남용되고 있다고 본다. 이는 기본적인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기에 미래 세대인 청년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유생복을 입은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우리는 미소로 답할 수가 없다’는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사진=이재익 기자)

시국선언 중에는 소속 대학들의 특징이 묻어나기도 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한국어를 포함한 10개 국가의 언어로 시국선언문을 작성해 하나씩 낭독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유생복을 입고 <논어>의 ‘견위불위 무용야(見義不爲 無勇也)’ 글귀를 인용하며 “의를 알면서도 행하지 못함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총학생회 등 학생들의 집단 시국선언과 별개로 각 대학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현 정권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들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붙은 한 대자보는 얼굴을 없앤 박 대통령의 그림을 그려놓고 ‘이것은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학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번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주말을 넘긴 후 31일과 11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6일부터 28일 현재까지 시국선언을 발표한 대학은 △가톨릭대 △감리교신학대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고려대 대학원 △국민대 △단국대 △덕성여대 △동국대 △동덕여대 △부산대 △상명대 천안캠퍼스 △서강대 △서울대 △서울과기대 △서울신학대 △성균관대△세종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연세대 △영남대 △인천대 △인하대 △전북대 △전주대 △제주대 △조선대 △중앙대 △청주대 △총신대 △충남대 △한국외대 △한남대 △한양대 △홍익대 △KAIST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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