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들도 몰랐던 부실 내진 성능평가 문제제기
성비위 부실징계‧무늬만 인권센터 지적
총장선출제도ㆍ국립대법 제정 등 제도적 논의도

증인 선서하는 총장들(김수갑 충북대 총장, 김상동 경북대 총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이상경 경상대 총장, 진호환 부산대 총장, 오덕성 충남대 총장, 정병석 전남대 총장, 송석언 제주대 총장, 김재민 전북대 총장 직무대리)
증인 선서하는 국립대 총장들.(왼쪽부터 김상동 경북대 총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이상경 경상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오덕성 충남대 총장, 정병석 전남대 총장, 송석언 제주대 총장, 김재민 전북대 총장 직무대리)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지역거점국공립대를 대상으로 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는 교수 갑질·비위, 부실학회부터 총장선출제, 국립대학법 제정 등 제도적 논의까지 광범위한 문제가 다뤄졌다. 또 내진 성능평가 위법 문제가 새롭게 제기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어느 교육기관보다 투명성과 책무성이 강조되는 국립대에 질타를 쏟아냈다. 

23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는 부산대ㆍ강원대ㆍ경북대ㆍ경상대ㆍ전남대ㆍ전북대ㆍ제주대ㆍ충남대ㆍ충북대ㆍ각 대학병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실 내진 성능평가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포항 지진 이후 교육부가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며 국립대 건물에 대한 내진 성능평가를 추진하면서, 현재 각 대학이 앞다퉈 학교건물에 대한 내진 성능평가를 발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구조기술사가 1명뿐인 A회사가 8개 국립대 259개 동(금액기준 60억원)의 내진성능평가를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업체가 자체 수행 가능한 물량은 42개 동에 불과해 83.7%인 217개 동은 불법 하도급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용역관리의 편의를 위해 10~15개의 건물을 묶어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로 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위 업체들이 자체 수행능력을 벗어나는 물량을 독점적으로 수주하다 보니 다수의 물량을 불법으로 하도급할 수밖에 없어 부실한 내진 성능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내진성능평가 하도급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각 대학의 비리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투(me too)’ 운동 이후 학생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부각된 학내 인권센터에 대해 지적했다. 신 의원은 “전북대는 교직원의 금품 수수, 강제추행 등에 대해 경징계로 일관했다. 또 강원대, 경상대, 충북대는 성비위 교원에 대해 정직 1~3개월의 경징계로 끝냈다”며 “유은혜 신임 교육부 장관도 성비위에 대해 원스트라이크아웃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대학들은 성비위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센터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강원대 경상대는 아예 인권센터가 없다. 학생의 참여를 아예 봉쇄한 대학은 강원대ㆍ경상대ㆍ전남대ㆍ충북대”라며 “징계 회부 권한이 총장에게 있는 대학도 있다. 인권센터를 장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신 의원은 “제주대 C교수(멀티미디어)는 자금유용, 직권 남용 등 경찰 수사만 2건이다. 더욱더 나쁜 죄질은 2016년 국제디자인공모전 수상작에 아들 이름을 썼다. 2011년에는 딸 이름을 집어넣었다. 이들은 서울대, 연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며 “그런데 제주대 총장은 8월 28일 기자회견에서 ‘대학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김해영 의원은 충남대 총장선출 제도에 대해 질의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충남대 교수 606명 중 89.4%인 542명이 총장 직선제를 찬성해 5월 교수평의회에서 본부에 학칙 개정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며 “총장이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에 오덕성 충남대 총장은 “교수, 학생, 직원, 조교의 합의로 직선제가 추진돼야 해서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 또 평의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조직 구성에 난항이 있다. 속히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군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비용만 지불하면 손쉽게 논문을 게재해 주거나 학술발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부실학회'를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경북대는 와셋·오믹스 등 부실학회 참가 횟수가 78회, 참가자 수 61명으로 서울대 다음으로 많다”며 “부실학회가 뭔가. 돈을 목적으로 부실하게 운영되는 사기 단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총장은 종합국감 전까지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받는 케이무크(K-MOOC)도 거론했다. 이 의원은 “제주대는 지난해 543명이 수강신청을 했는데 강좌 이수는 단 1건으로 0.2%의 이수율을 보였다”면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앞으로 이런 온라인 강의가 확대돼야 하는데도 이수율이 낮다. 케이무크에 대한 강의 평가 시행 등을 포함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립대에서 끊임없이 요구해온 ‘국립대학법’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조 의원은 “국립대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따졌지만, 상당히 모호하다. 여러 총장이 국립대학법을 만들어서 법적 성격이나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거로 안다”며 “과거부터 국립대의 자율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돼왔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과 관련한 거버넌스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유ㆍ초ㆍ중등까지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권한을 배분해야 한다. 고등교육은 국립대와 교육부와 분권이 필요하다”며 “준비 중인 국가교육위원회를 거버넌스 기구로, 교육부를 집행기구로 시스템을 짜는 것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이에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의원님과 의견이 다르지 않다”며 “37개 국공립대학이 힘을 합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