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마이스터 대학' 시범 사업이 올해 시작된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마이스터 대학을 통해 고숙련 기술인을 양성하는 고등교육 과정이 추가된 점은 평생직업교육 체계의 완성이자, 산업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던 한국 대학의 탈출구를 마련할 계기라고 평가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교육부 '마이스터 대학' 시범 사업이 올해 시작된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마이스터 대학이 평생직업교육 체계의 완성이자, 산업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던 한국 대학의 탈출구를 마련할 계기라고 평가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교육부의 마이스터 대학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마이스터 대학이 고등교육 체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기대를 전했다. 마이스터 대학을 통해 평생직업교육이 고등교육 내에서 체계를 확립했다는 것이다.  산업 수요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던 한국 고등교육이 탈출구를 마련할 계기라는 평가도 따른다. 직업교육 선진국의 사례에 이어 한국식 평생직업교육 성공 모델이 만들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숙련 기술인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기술석사과정’이 올해 처음 시행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마이스터 대학 시범운영 사업’에 참여할 대학이 16일 확정됐다.  마이스터 대학의 석사과정은 이론이 아닌 직무를 중심으로 고숙련의 전문 기술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사업에는 5개 전문대(컨소시엄 포함)가 참여한다. 물론 마이스터 대학이 이번 시범사업 이후 정식 사업이 되면 전문대는 물론 일반대에서도 마이스터 대학을 설치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전문대가 참여하고, 일반대 마이스터 대학 설치 방안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마이스터 대학의 직업교육 석사학위 과정은 이미 해외에서는 일반화된 모델이다. 영국과 미국, 독일, 핀란드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직업교육 중심의 대학원 과정이 널리 운영되고 있는 것. 영국은 고등직업교육 기관 ‘폴리테크닉’을 1992년부터 대학으로 승격시키고 승인을 통해 석사는 물론 박사과정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직업교육과 일반교육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는 독일 역시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응용과학대학(Fachhochschulen)’에 석사와 박사학위 과정을 두고 있다. 핀란드의 고등직업교육기관 폴리테크닉도 석사학위 과정을 두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한국의 전문대와 유사한 커뮤니티 칼리지에 석사학위과정을 두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이스터 대학과 유사한 ‘산업기술명장대학원’ 모델이 이미 연구된 바 있다. 2013년 교육부 정책연구로 '산업기술명장대학원 육성방안 연구'가 이뤄진 것이다. 같은 해 7월 교육부가 직접 산업기술명장 특수대학원을 설치하겠다는 구상까지 밝혔다. 그러나 이 사업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고등교육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고숙련 기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며 고등직업교육 체계에서 석사 학위 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는 산업계의 요구와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017년 조사한 결과에서는 ‘업무의 자동화 확대’로 기존 근로자의 약 86% 직무가 영향을 받게 돼 기업에서 과거 보다 더욱 고숙련 기술 인력의 요구가 높아졌다.

이런 요구는 2019년 12월 교육부가 마이스터 대학 사업을 추진하며 다시금 정책 의제로 도출됐고 시범사업으로 시행되기에 이른 것이다. 고등교육법이 개정돼 전문대에서도 석사 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 점도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 시행이 단순히 전문대에 석사 과정이 설치된 것 이상의 의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등한시했던 평생직업교육의 체계를 완성하는 큰 의미를 갖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박동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마이스터 대학의 설치는 제도 내에서의 평생직업교육의 완성”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과거 산업대학은 근로자의 평생직업교육 경로를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여러 이유로 거의 사라지게 됐다. 그만큼 정규교육 시스템 내에서 근로자를 위한 교육이 사라졌었던 것과 같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현재는 더욱 근로자의 전직 과정, 고숙련 교육 과정이 많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제도적 차원에서는 그런 교육 기회가 무척 제한적이었다. 그것이 이번 마이스터 대학 ‘전문기술석사과정’의 실현으로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스터 대학이 설치되면서 고등직업교육이 근로자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평생직업교육 경로에서 ‘분절’됐던 문제가 해결됐다”며 “전공심화과정으로 전문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그 이후에는 심화된 직업교육을 받고 싶어도 학문연구 분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특수대학원이 직업인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긴 했으나 그 자체에 실망하거나 직무교육이나 전직교육을 받기엔 부적합한 경우가 많았다. 마이스터 대학이 이 점을 해소하는 좋은 정책 도구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대를 졸업한 뒤 일반대에 편입, 학사 학위를 땄던 A씨는 “현재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는데 전문대 석사과정에 진학해 전문적으로 실무를 배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전문대에서 2~3년간 배우고 난 뒤에도 실무를 더 익히고 싶은 학생들이 마이스터 대학까지 진학한다면 취업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병욱 충남대 교수(사범대학)는 마이스터대의 전문기술석사과정을 두고 그간 일반대 대학원이 깨지 못한 틀을 깨고 산업의 요구를 반영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마이스터 대학은 ‘고숙련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한 스쿨 시스템’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면서 “독일, 북유럽 등에서는 고숙련 현장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고등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고 대학원은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마이스터 대학이 바로 그 틀을 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간 수요자인 기업체의 요구와 공급자인 대학의 성격 사이에는 많은 간극이 있었다. 마이스터 대학은 그런 측면에서 고등교육 체계의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간 일반대를 진학하는 학생의 60~70% 이상이 취업을 희망했다. 그럼에도 대학 교수들은 여전히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치우쳐 있었다. 대학원은 더욱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기관이었다. 마이스터 대학의 설립은 그간 고숙련 기술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제기됐지만 기존 상아탑의 도그마에 빠져있던 한국 고등교육이 탈출구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벗어날 큰 의미를 갖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이스터 대학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마이스터 대학 사업이 전문대가 일반대를 닮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전문대의 전문기술석사과정을 통해 배출된 인력과 일반대 석사과정을 졸업한 인력이 결국 다를까. 결국 마이스터 대학으로 전문대의 ‘일반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는 곧 마이스터 대학의 ‘전문기술석사’에서 ‘전문대’와 ‘석사’만 남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다. 김남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마이스터 대학도 직업교육 측면에서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점이 강조돼야 경쟁력이 있다. 그저 일반대를 쫓아가려고 한다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일반석사와 기술석사가 무엇이 다른지 분명히 한다면 독일 등과 같은 성공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우려와 기대를 함께 밝혔다.

이러한 우려는 마이스터 대학 시범운영 사업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이스터 대학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에서는 오히려 이를 성공 사례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암시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전문가들 역시 전문대와 일반대라는 구분을 떠나, 마이스터 대학의 성격은 분명하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번 마이스터 대학 시범운영 사업에 참여하는 A대 관계자는 “마이스터 대학으로 인해 고등교육기관 사이의 차이점이 희석돼 고등교육 체계상으로는 구분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마이스터 대학의 설립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대학원들과 다른 유형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마이스터 대학 전문기술석사 입학 자격 자체가 학사학위를 소지하고 동시에 관련 분야 재직 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한다. 철저히 현장 근로자나 현장 경력이 뛰어난 사람을 대상으로 석사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교육 내용도 이론적 부분도 일부 있지만 주로 일을 하며 당면했던 애로사항을 해결하거나 아이디어로 업무 생산성을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학위 역시 논문이 아닌 특허나 실용실안과 같은 결과물로 획득할 수 있도록 한다”며 기존 대학원의 석사 과정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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