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학제 다양성 연속성 확보… 정책 실현 위한 지원 뒤따라야
일반대의 무분별한 영역 침투 속 新고등직업교육 체제 구축 성과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국내 첫 마이스터대로 전문대학 8개교(컨소시엄 포함)가 선정되면서 실무와 이론을 고루 갖춘 고숙련 전문기술인재 양성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업과 지역 사회의 유기적 발전을 촉진하는 데에 마이스터대가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전문가들은 정책 도입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사업을 보강하고 다듬는 일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교육부는 마이스터대 시범운영 대학으로 전문대학 8개교(컨소시엄 포함)를 선정했다. △대림대 △동양미래대(협력 연성대) △동의과학대(협력 동주대) △영진전문대 △한국영상대(협력 아주자동차대) 등 수도권 3곳, 비수도권 5곳이 선정됐다. 선정 대학에는 학교당 20억원이 지원되며 총 100억원의 국비가 사업에 투입된다.

‘마이스터대 시범운영 사업’은 고숙련 전문기술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부가 올해부터 새로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2년간의 시범사업 기간 동안 선정 전문대학들은 단기 직무과정부터 전문학사과정, 전공심화과정(학사) 등을 운영하게 된다. 올해 초 ‘고등교육법’이 개정됨에 따라 마이스터대로 선정된 전문대학에 석사학위 과정인 ‘전문기술석사과정’도 설치할 수 있게 돼 마이스터대의 성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새로운 모델로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던 마이스터대가 도입되면서 국내 고등교육 환경에도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학문·연구 중심’과 ‘직업교육 중심’의 투 트랙 고등교육 체제가 자리잡는 모습으로 국내 대학 생태계가 정착될 지에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마이스터대 도입을 두고 ‘고등직업교육’의 학제 다양화와 연속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라고 총평했다. 고등직업교육 학계와 전문대학의 숙원 과제 가운데 하나였던 ‘마이스터대’가 도입·출범하게 되면서 큰 숙제 하나를 풀었다고도 설명했다.

강문상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전문대 전공심화과정 학생들 중에는 학사에 이어 석사과정을 원하는 학생들이 아주 많다”며 “물론 이들이 원하는 교육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중심의 석사과정 교육”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공심화 과정을 졸업한 학생들 가운데 학업을 더하고 싶은 이들은 이제까지 일반대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직업교육에서 연구중심교육으로 전환이 돼 직업교육 연계성이 단절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전공심화 과정에서 끝났었던 직업교육이 (마이스터대 도입으로) 석사과정까지 연계돼 직업교육의 연속성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점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직업교육을 ‘교육의 공공재’로 보고 일반대가 무분별하게 영역 침범을 이어왔으며 정부는 이를 방관한 결과 현재 고등교육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훼손됐다고 보는 것이 고등직업교육 학계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전문대학들이 직업교육의 고유한 설립 목적의 특성을 상실하게 된 채 위기로 내몰렸다고 지적한다.

윤여송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수석부회장은 “20년 전부터 일반대들이 조금씩 전문대의 직업교육 성공학과를 모방해 학과를 개설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거의 모든 일반대에서 전문대가 했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많은 수의 일반대가 전문대학화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직업교육 선진국이라 일컫는 유럽 국가들이나 영국·미국의 경우 직업교육 분야가 석사, 박사과정까지 체계적으로 연계돼 있다. 우리와 근접한 동아시아 국가인 대만 역시 ‘과학기술대학’에 박사과정까지 개설한 상태다.

윤여송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수석부회장은 “이웃인 대만과 일본은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직업교육정책을 만들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일본은 직업교육 전담대학인 ‘전문직대학’을 개교했고 대만은 2년제 전문대학을 ‘4년제 과학기술대학’으로 승격하고 ‘석·박사과정’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대학 유형과는 다르게 차별화 된 고등교육 투 트랙을 정부 주도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이들 국가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직업교육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다소 늦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마이스터대 도입을 통해 정책 도입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보강하고 다듬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강문상 소장은 “마이스터대 추진의 가장 큰 이유는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고숙련 전문직업인 육성이다”며 “석사 이상의 고숙련기술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우리나라 평생직업교육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문대는 직업교육의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는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를 믿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마이스터대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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