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반발 격화… 역량진단 미선정 52개 대학 총장들 법적 대응 예고
군산대‧위덕대에선 총장 사퇴까지 이어져… 인하대도 총장·부총장 사퇴 의사 표명
교육부, 미선정 대학에 재도전 기회 부여하겠다 밝혀
대학가 “미선정 대학도 모두 재정지원하라” 한목소리
“당락 기준 사전 공지 없어… 학생이 피해 받는 구조는 ‘부당결부금지 원칙’ 위배”
이의신청 절차 문제점도 도마 위… “이의신청 수용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

역량진단 최종 결과 발표를 하루 앞 둔 지난 2일 구조개혁위원회 회의가 열린 교육부 청사 앞에서 일반대와 전문대 총장 및 보직교수들이 합동으로 피켓시위를 벌였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역량진단 최종 결과 발표를 하루 앞 둔 지난 2일 구조개혁위원회 회의가 열린 교육부 청사 앞에서 일반대와 전문대 총장 및 보직교수들이 합동으로 피켓시위를 벌였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 발표 이후 대학가에서는 진단에 참여한 모든 대학에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역량진단평가 전 먼저 재정지원제한대학을 걸러 냈고 일반재정지원 대학 선정과 미선정의 기준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역량진단 가결과 발표 이후 이뤄진 이의신청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평가 결과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듣지 못하고 이의신청을 하게 돼 대학들의 소명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가 주체가 이의신청을 진행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처럼 역량진단의 여파가 대학가 전체를 휩쓸고 있다. 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미선정된 52개 대학의 총장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이들은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등 모든 법적 방법을 동원해 공동 대응하겠다고 선포했다.

대학가의 반발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협의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량진단으로 인한 대학가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 미선정 대학에서는 총장의 자진사퇴는 물론 구성원의 보직자 사퇴 요구까지 벌어지고 있다.

위덕대에서는 장익 총장이 지난 1일자로 사퇴해 현재 총장직무대행 체제로 대학이 운영되고 있다. 장 총장의 원래 임기는 내년 2월까지였다. 곽병선 군산대 총장도 6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의신청이 기각된 이후 곽 총장은 교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역량진단 최종 탈락에 대해 송구함을 느낀다”며 사퇴의 뜻을 전했다. 인하대 교수회는 역량진단 책임을 물으며 조명우 총장을 비롯한 보직자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압박에 밀린 조명우 인하대 총장은 부총장단과 함께 퇴진할 뜻을 학교법인 측에 밝힌 상태다.

■ 대학가 “역량진단 참여대학 전체 재정지원해야” = 교육부의 조치에 대해 대학가의 거센 불만이 계속되는 것은 역량진단 자체에 문제점이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역량진단은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제외하고 진행된 만큼 역량진단에 참여한 대학에 대한 불이익 처분은 합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은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은 “역량진단 제도 설계 처음부터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논의됐어야 한다”며 “더 잘하는 대학에만 지원하겠다는 지금의 역량지단 방식은 역량 있는 대학마저 ‘솎아내는’ 정책이다. 솎아진 대학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해 점차 앞서 어려움을 겪은 대학의 전철을 밟게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역시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되지 않고 역량진단에 참여한 모든 대학에 일반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제국 회장은 이에 대해 “교육부는 역량진단을 진행하기 전에 먼저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을 통해 재정을 지원할 수 없다고 판단한 대학들을 걸러냈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을 통과한 대학들은 이미 기본 역량을 갖춘 대학임을 교육부 스스로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이뤄진 2주기 역량진단과 달리 이번 역량진단은 재정지원제한대학과 진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일부 대학을 제외한 채 평가가 이뤄졌다. 재정지원제한대학에 대해서는 역량진단 참여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이어 장제국 회장은 “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대학 기관평가인증에 통과한 대학들은 법에 따라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인증을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별도로 역량진단을 해 재정지원 대상 대학과 탈락 대학을 가르는 것은 맞지 않다”며 역량진단의 당위성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역량진단 미선정 대학들에서는 구제방안으로 ‘차등 재정 지원’을 주장하기도 한다. 원래 받을 수 있는 사업비의 일부를 받도록 하되 역량진단 점수에 따라 급간을 설정해 낮은 점수를 받은 대학일수록 적은 사업비를 받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관련 기사 : “대학생들 뿔났다”… 역량진단 규탄하며 교육부‧국회 앞 동시다발 시위

성공회대는 지난 3일 역량진단 최종결과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춰 평가에 참여한 대학에 한해서는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원해 줄 것을 교육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역량진단이 가진 문제점을 들어 평가 결과로 인한 대학의 불이익 역시 온당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교육부 관료 출신인 황홍규 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역량진단은 여러 중대한 하자가 있기에 취소돼야 하고 진단에 참여한 모든 대학에 사업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홍규 전 총장은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을 얼마나 선정할 것인지는 사전고시 없이 밀실에서 누가 결정했는지도 모른 채 정해졌다”며 “진단의 결과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율 혁신 역량을 갖춘 대학을 재정지원 대상 대학으로 선정한다고 했는데 ‘일정수준’이라는 것은 매우 임의적 기준”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행정절차법상 불이익 처분을 하고자 할 때에는 처분 기준을 사전에 공표해야 한다”면서 “역량진단 결과에 따라 지원비를 받지 못하게 된 대학들에게 이는 불이익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역량진단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절차법 제20조는 행정청이 필요한 처분기준을 되도록 구체적으로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처분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처분 당사자가 설명을 요청할 수 있고 행정청은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또한 그는 “역량진단의 결과에 책임이 없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교육부는 역량진단을 통한 재정지원의 수혜자가 대학이 아닌 학생이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역량진단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그 결과로 미선정 대학의 학생이 피해를 입도록 하고 있다”고 진단 참여 대학에 모두 재정을 지원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했다.

■ 이의신청 절차는 문제없었나 = 역량진단 가결과 통보 이후 이뤄진 이의신청 절차에 대해서도 여러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일 가결과 그대로 최종 결과를 확정했다. 사실상 모든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3번의 대학 평가를 진행하는 동안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이의신청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우선 평가의 구체적인 사유가 대학에 통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이의신청은 형식적 절차에 그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대학에 대한 소명 기회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전국대학기획관리자협의회 임원 A씨는 “현재 이의신청은 대학이 충분히 소명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대학들은 이미 역량진단 보고서를 통해 교육부가 평가하겠다고 제시한 모든 기준에 대한 내용을 제출했다. 게다가 무엇을 소명해야 하는지 즉 어떤 이유로 감점이 됐는지를 알 수가 없다. 결국 역량진단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수준의 정보로만 이의신청 보고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미선정된 수도권 소재 A대 기획처장 역시 “세부 점수 산출 기준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지 않았다. 이는 이의를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와 동일하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대학에 안내한 이의신청 절차를 보면 이의신청 검토 제외 범위로 △대학에 기 공개된 진단 편람, 진단 기준, 진단 운영 및 절차, 진단 결과 산출 방식, 진단위원 공모 및 구성 등에 대한 이의 제기 △공식 절차 외에 대학 차원의 임의적 추가 자료 제출에 따른 재검토(재진단) 요청 △세부적인 점수 산출 근거(위원별 진단 결과, 지표별 점수의 세부 산출 근거 등)에 대한 요구 등을 정하고 있다.

평가 주체가 이의제기를 판단하는 구조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병국 정책실장은 “평가 주체가 아닌 제3자가 평가의 문제점이 없었는지 판단해야 합당함에도 현재는 평가한 주체에게 평가의 문제점을 호소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애당초 교육부가 이의신청을 받아들일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교육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가결과에서 발표한 선정 대학 136개와 향후 별도 평가로 선정할 교대 몫 11개만을 상정해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교육부는 지난 8월 발표가 ‘가결과’라고 주장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의제기 수용을 통한 지원 대상의 추가반영 가능성에 대한 염두는 전혀 없었다. 이는 행정절차상 불이익 처분에 대한 구제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이에 대해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대학이 있었다면 탈락 대학도 있었을 것이다.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의 숫자가 정해져 있었던 것이고 이는 예산과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정된 규모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제외한 역량진단 참여 대학 전체를 지원해야 한다는 대학가의 주장에 대해 “협의체를 구성해 역량진단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기에 어떤 방안을 논의할지 답하기 어렵다”며 “협의체는 늦어도 9월말까지 구성할 예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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