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정하고 타당하게 실시 됐다” 원론적 입장 고수
최종 결과에 따라 52개 대학 일반재정지원 불가
“평가를 위한 평가…교육부의 모순” 비판 목소리 거세질 듯

2021년 진단 가결과에 대학들 이의 제기를 신청했지만 원안 그대로 확정됐다. 교육부의 최종 결과를 앞두고 재정지원에서 미선정된 52개 대학 총장들이 2일 교육부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 한명섭 기자)
2021년 진단 가결과에 대학들 이의 제기를 신청했지만 원안 그대로 확정됐다. 교육부의 최종 결과를 앞두고 재정지원에서 미선정된 52개 대학 총장들이 2일 교육부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섰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교육부가 3일 오전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2021년 진단)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7일 발표됐던 가결과는 변함이 없었고 이변도 없었다. 교육부는 “기준 및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타당하게 실시됐음을 확인했다”며 대학들의 이어진 이의 신청과 간곡한 호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 지금까지 진단에서 이의 신청을 통해 결과가 바뀐 경우는 단 한차례에 불과했다. 대학들이 가결과를 두고 거세게 반발한 이유도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일부 대학에서 ‘공정성이 의심되는 지표’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했지만 바뀐 건 없었고 교육부는 “공정하게 심사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고수했다. 결국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선정 대학으로 분류된 대학은 일반대 25개 대학, 전문대 27개 대학 등 총 52개 대학으로 가결과와 동일하게 결론 났다. 이번 결과에 따라 일반대의 경우 3년간 연평균 약 48억 원, 전문대는 약 37억 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교육부는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대출 등에 대해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재정 문제를 떠나 대학은 ‘부실대학’이란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학 구성원들은 가결과 발표 이후 한 목소리로 교육부 평가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가결과 발표 직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성명을 통해 “회생 불가능하거나 도덕성을 결여한 극소수의 한계대학에 국한하자던 대학 공동체의 한결같은 요구와 기대와는 달리 건전하고 회생 가능성이 높은 대학마저 권역별 줄 세우기에 입각해 이분법적 처분을 내렸다”고 강력 규탄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도 지난달 22일 “서로 설립 목적과 상황이 다른 전국 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삼아 돈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했다”며 “교육부의 자의적 기준에 맞지 않는 대학은 지원에서 배제해버린다는 정책 설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대학노조는 2일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평가 폐기를 촉구했다. “평가 결과에 따른 선별적 재정지원도 결국 대학들이 필요로 하는 운영경비가 아닌 사업비 지원에 그쳐 대학들이 당면한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초 교육계가 지적해왔던 의견들이 반영되지 않은 채 사실상 대학 수 줄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해왔던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대학의 체질개선과 자율적 정원감축을 유도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결국 진단의 초점은 대학 정원 감축에 맞춰졌다. 대학의 체질개선이나 교육의 혁신보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사립대에 평가가 불리하게 작용하면서다.

이런 불합리함 탓에 교육계는 평가의 수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대교협은 지난 7월 열린 대교협 하계 세미나에서 ‘2021 진단의 완전 일반지원사업비 전환’을 요구했다. 김인철 대교협 회장은 “지금은 경쟁할 때가 아니라 공유하고 협업할 때”라며 “재정 지원 비율을 95%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평가에서) 배제될 경우 대학의 이미지 타격보다 심각한 것은 대학 재학생들에게 치명적인 불이익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역시 “(2021 진단 보고서가) 모든 대학들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며 “지원비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미선정 대학으로 분류되면 낙인효과가 돼 오히려 대학이 생존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결과 발표 후 전문대교협 역시 “미선정 비율이 최소 10%에서 최대 32%로 지역 간 편차가 매우 크게 발생했다”며 “지역별 실정을 고려해 미선정 대학이 과도한 지역에 대한 별도의 구제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최종 결과가 발표 됐지만 여진은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성신여대 학생들은 2일부터 “교육부의 정당하고 공정한 평가”를 주장하며 광화문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총학생회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교육부의 자기모순”을 지적하며 공정한 평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인하대는 지역구 의원들까지 나서며 교육부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 배준영 국민의힘 인천시당위원장,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은 교육부에 인하대에 대한 공정한 재평가를 요구한 바 있다. 지역사회는 물론, 학생, 졸업생들도 사실상 교육부를 상대로 결사항전을 선포한 상태다.

2021년 진단에서 미선정대학으로 분류된 52개 대학 총장들도 전날 교육부를 찾아 회의장 밖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진단보고서로 우열을 가리고 근소한 차이로 선정과 미선정이라는 이분법적인 처분을 내려 재정지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평가의 공정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며 행정소송까지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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