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ESG 인재 원하고 있고 대학은 기업에 인재 공급하는 주체로서 ESG 외면 못해
대학, ESG  수준이나 현황 자체진단ㆍESG 위원회 구성ㆍESG 관련 학과 개설부터

안완기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1차 콘퍼런스에서 ‘ESG 시대, 대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안완기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1차 콘퍼런스에서 ‘ESG 시대, 대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열쇳말로 부상하고 있다. 대학도 예외가 될 수 없다. ESG 인재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가 됐다.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 ESG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안완기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1차 콘퍼런스에서 ‘ESG 시대, 대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하며 대학에 ESG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학이 기업에 인재를 공급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기업의 화두인 ESG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안 회장은 기업이 ESG 인재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일보에서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58%가 채용 면접시 질문에 ESG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ESG를 피상적으로 아는 인재가 아니라 구체적 지식을 겸비한 인재를 원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안완기 회장은 “요즘 기업들은 직원들이 탄소중립 전문가를 아는지, 생물다양성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구체적 항목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투자자들이 기업과의 관계에서 ESG 도입 여부를 평가하면서 기업이 공급자인 대학과의 관계에서도 ESG를 고려한다는 점도 제시됐다. 안 회장은 현대건설이 지난 7월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위원회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점을 사례로 들었다. 안 회장에 따르면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위원회는 현대건설의 석탄발전사업을 이유로 현대건설을 투자금지대상으로 선정했다. 투자위원회는 지난 2017년에도 한국전력이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석탄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이유로 투자금지대상에 올린 바 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위원회는 1000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투자를 결정하는 기구다. 안 회장은 “기업도 대학과 협력 관계를 맺을 때 대학의 인권친화적 요소 등 ESG 요소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대학이 ESG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까. 안 회장은 대학에 △ESG  수준이나 현황 자체진단 △ESG 위원회 구성 △ESG 관련 학과 개설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생산성본부도 ESG 자체진단 실시 결과 온실가스 배출 정도와 탄소중립 등에서 그동안 신경쓴 적이 없었던 탓에 20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생산성본부도 낮은 점수를 받았으니 대학이 너무 ESG 도입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이어 ESG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중앙대와 건국대, 한림대를 모범사례로 제시했다. 한림대·한림성심대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일송학원은 지난달 법인 산하에 ‘한림ESG위원회’를 만들었다. 한림ESG위원회는 ESG 경영에 관한 전략 수립과 이행 여부를 점검·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회는 생활 속 탄소저감을 목표로 하는 ‘감(減)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건국대도 지난 4월 학교 법인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건국대 ESG 경영 실천을 이끄는 조직으로 위원회 산하에 △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 3개 분과를 둬 전문성을 높였다. 

ESG 관련 학과의 수요가 급증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안완기 회장은 이화여대의 ‘여성 사외이사 전문과정’을 예시로 들었다. 이화여대는 여성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여성 사외이사 전문과정을 3기까지 모집했다. 이화여대에 따르면 전문과정에서 최근 급부상한 ESG 투자와 대응 관련 전문교육, 기업지배구조, 사외이사 관련 법률 규정 등을 학습할 수 있게 했다. 안 회장은 “이화여대가 발빠르게 ESG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했더니 신청자가 몰렸다”고 덧붙였다.

ESG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해외 대학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 하버드대는 향후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대신 420억 달러(약 49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기부금을 주로 녹색경제를 지원하는 데 사용할 계획을 최근 밝혔다. 하버드대 기금 운영사인 하버드매니지먼트(Harvard Management Co.)는 현재 화석연료를 개발·탐사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없으며 앞으로도 투자할 의도가 없다고 전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안 회장은 향후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도 ESG가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ESG를 기업도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고 대학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면 여러 척도에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관련 요소가 반영될 것”이라며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지표에도 ESG 요소 자체가 많이 반영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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