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신임 국회 교육위원장과 토론 나누는 시간 가져
참석 총장들 “지방소멸 막고 대학 경쟁력 높일 고등교육 정책 절실해”

9월 30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이 열렸다. (사진 = 한명섭 기자)
9월 30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이 열렸다. (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고등교육을 통해 ‘국토균형발전’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선진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3선의 조해진 의원(국민의힘)은 고등교육이 충분히 이 일들을 감당해낼 거라 믿는 사람으로 올해 9월부터는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아 일하게 됐다. 조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에서 ‘국회 교육위원회의 역할과 기대’를 주제로 내건 세션1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총장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 위원장은 토론에 앞서 ‘지방소멸’의 심각성을 고등교육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정의하고 지방 고등교육 환경의 악화가 국토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위원장은 “지방대학들을 육성‧지원하는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지방과 수도권 간의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며 “지방대 위기가 극복될 때 포괄적으로 고등교육의 위기까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해진 위원장은 고등교육 앞에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발전을 도모하는데 국회 교육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며 그 어느 때보다 국회의 추진력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시대착오적 ‘평가 방식’에 어려움 토로, 재정지원과 규제 완화 요청 = 이어진 교육위원장과의 자유토론에서 제일 먼저 나온 주제는 재정지원을 위한 잦은 평가와 감사에 대한 현장의 어려움이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각종 평가로 대학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지금은 ‘자동차 시대’인데 현재 대학 평가가 ‘마차’를 평가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어서 자괴감이 든다”고 비유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자동차 시대에 발맞춰 가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고등교육의 80%에 해당하는 사립대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OECD 평균 한참 못 미치는 0.6% 수준이다. 또 혁신을 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수인데 지금은 너무 많은 규제에 대학들이 창조적인 일을 해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규제 완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대학 위기를 해소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리 만무하다는 의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보탰다. 김인철 총장은 “평가와 감사를 준비하는 데에만 학사 행정력의 3분의 2를 소진하고 있다”며 “과중한 평가 업무에 현장의 피로도가 높다”고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김 총장은 이번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배제된 대학들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대학이 국가경쟁력의 수단이자 목표라고 말하는 것과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내년에라도 당장 금액이 적어도 차등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황윤원 중원대 총장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배제된 52개 대학의 절박함은 토론으로 해소될 정도가 아닐 정도로 심각하다고 봤다. 황 총장은 “평가 결과가 대학에 ‘낙인’이 돼서는 안 되며 액수가 많지 않더라도 평가로 인한 ‘오명’을 벗도록 해줘야 한다”고 정부 재정지원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동서대 총장), 김인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한국외대 총장), 황윤원 중원대 총장 (사진 = 한명섭 기자)
왼쪽부터 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동서대 총장), 김인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한국외대 총장), 황윤원 중원대 총장 (사진 = 한명섭 기자)

■지금까지 교육정책은 ‘실망’, 정부지원 어렵다면 ‘퇴로’라도 마련해야 =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13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한 것부터 시작해 달라지지 않는 고등교육 환경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총장들이 많았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교육계 화두는 세월이 흘러도 늘 같은 화두를 다루고 있다”며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무정책’이나 다름없다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우 총장은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줄 수 없다면 대학이 스스로 퇴로를 마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함에도 정부가 환경조차 만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례로 대학용 재산을 민간에 팔 수 없는 것까지는 일정부분 이해하나 공익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우 총장은 “고3 입학자원의 감소가 뚜렷하고 앞으로도 예견된 가운데 교육대상과 방법을 바꿔야 하는데 제대로 된 지원이 없다”면서 “해마다 줄어드는 고3 학생들 대신 성인 학습자라도 모집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성인학습자전담대학 프로그램’ 관련 재원 편성이 격년제로 이뤄지고 있어 대학 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대인 부산대 총장을 역임하고 사립대 총장으로 올해 새롭게 행보를 시작한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현 상황을 ‘대학의 위기를 넘어 국가의 위기’라고 봤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는 지역에 좋은 대학이 많아 지역을 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서울에 대학이 집중돼 있고 이로 인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총장은 “대학들이 가진 유휴부지가 많은데 발전기금으로 확보한 땅조차도 대학의 뜻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전호환 총장은 “국립대 통합 실례처럼 사립대들도 적극적인 통합을 나설 수 있도록 법부터 바꿔줘야 한다”며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거대 정원을 가지고 있는 서울권 대학들의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대학의 재정 건전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황선조 선문대 총장은 “10년째 선문대 총장직을 맡아왔다. 지금껏 교육통(通)이라고 하는 의원이나 교육부 장관들을 만나왔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방대와 수도권대, 사립대와 국립대 간의 이해관계가 다른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황 총장은 “이번 교육 상임위에서는 이와 같은 역사적 맥락을 반복하지 않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전호환 동명대 총장, 황선조 선문대 총장 (사진 = 한명섭 기자)
왼쪽부터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전호환 동명대 총장, 황선조 선문대 총장 (사진 = 한명섭 기자)

■국가균형발전의 열쇠는 대학에 있다 = 서밋 자리에 모인 총장들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과 지방간의 양극화 해소 측면에서도 지역 대학 살리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덕성 우송대 총장은 지방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수도권과 타지방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총장은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전이 주도해 결성한 세계과학도시연합(WTA) 사무총장을 13년간 도맡은 ‘도시기획’ 전문가다. 오 총장은 “인구이동론에는 배출요인과 흡인요인이 있는데 끌어들이는 활력이 강한 서울은 아이들을 비롯한 지역 인구를 서울로 당긴다. 지방에는 직장이 적어 있는 아이들도 밀어낸다(떠난다)”며 이대로 상황을 방치하면 배로 그 수가 늘어나고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 총장은 더블링 이펙트가 오기 직전에 국토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울 게 아니라 지역 불균형과 지역 간의 불공정을 개선이 우선이라고 조언하며 교육위원회에서 이를 위해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 또한 대학의 지속발전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디지털 공유대학 사업과 혁신 플랫폼 사업 등의 공유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하운 동양대 총장도 오 총장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중앙집중식으로만 동작하는 컴퓨터는 없다”는 비유로 대학 구조도 저마다의 역할에 따라 역량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총장은 “지금 지방 대학의 문제는 단순히 재정만 지원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지만 당장 대학 기본역량진단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수도권 대학의 상황을 대변했다. 정 총장은 “대학마다 사정 다르겠지만 어려운 것은 고려대도 마찬가지”라며 예산 규모는 크지만 교직원들의 연봉도 몇 년째 동결인 상태임을 예로 들었다. 정 총장은 “지방대와 수도권대, 사립대와 국립대가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말도 이해가 되지만 정부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인재를 기르는 고등교육의 역할과 기능을 다시금 생각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유수의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에 평가와 감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깝다”고도 덧붙였다.

왼쪽부터
왼쪽부터 오덕성 우송대 총장, 이하운 동양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사진 = 한명섭 기자)

■조해진 교육위원장 “말만 있고 결과 없는 교육 정책… 대학 의견 모아 개선해 나갈 것” = “대학은 단순 ‘교육’이 아니라 ‘경제’다.” 조 위원장의 말이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처음으로 교육위를 맡게 된 조 위원장은 “교육위원회 경험은 없지만 국가의 균형을 지탱하는 수많은 분야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분야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교육’”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육 정책은 장제국 사총협회장(동서대 총장)의 의견과 같이 규제 완화로 시대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고 봤다. 조 위원장은 “개인에게 자유와 권리를 줘야 할 권력 분권 시대에 정부가 권한을 거둬들이고 자율성을 줄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규제를 풀고 민간에 자율성과 권한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평가와 감사’ 부분은 정부가 대학에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구조가 형성되면 안 된다며 시대에 적절한 평가와 감사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최근 있었던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배제로 유‧무형의 불이익을 받고 있는 52개 대학을 두고 “교육부와 예산 부분을 협약 중”이라고 언급했다.

조해진
조해진 국회 교육위원장

조 위원장은 ‘지방소멸’이 불러올 국가 발전 저해와 지방대 쇠퇴 문제를 중대한 문제로 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역대 국가 중 ‘지방소멸’ 관점에서 국가 정책을 고민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지방대는 지역 사회와 긴밀하게 연동돼 있기에 지방대의 어려움과 지방소멸 문제는 나라를 설계하고 이끌어갈 사람들이 심각하게 여겨야 할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밋에 모인 참석자들은 산적한 고등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현장의 목소리와 개혁 의지가 국회에 닿아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조 위원장은 정책에 대한 기대를 접은 총장들을 향해서 “현재 국회는 권한을 많이 가지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절충과 합의’를 거쳐야 하는 과정의 수고로움이 있지만 총장들이 구체적으로 의견을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학 현장에서 많은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는 발언으로 세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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