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 계속되는 학생 수 감소 ‘재정 위기 직격탄’
대학 외면하는 연구자들…4차 산업혁명 첨단 분야 교원 수급 위기로 이어져
이영 케이정책플랫폼 연구위원 “국가장학금 개편 제안” 주장
국가장학금의 일정 부분은 대학의 자율적 경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대학 재정 경직, 교육 질 저하, 서열화 부른 대학 평가-사업 중심 지원 개선 요구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등 제도적 재원 확보 방안 마련돼야

(사진= 아이클릭아트)
(사진= 아이클릭아트)

#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고등교육 개혁이 어떤 식으로 추진될지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고등교육정책의 기조를 보면 결과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억제하고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했다는 측면에서 대학가의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하지만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며, AI혁명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 생태계 허브로서 기능해야 할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정책플랫폼은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 방안’을 주제로 ‘K-Policy 브리프’를 발표했다. 핵심은 대학의 자율성 확대, 네거티브 규제체제로 전면 개편, 교육부의 기능 재편 등이다. 이에 본지는 정책 제언에 참여한 고등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규제개혁 △재정개혁 △연구·혁신·평생교육 △입시제도 △부처 개편 등을 중심으로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 방안을 짚는 연재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이제 교수 자원들은 더 이상 대학에 오길 원하지 않습니다. 보다 높은 연봉, 나은 대우를 받으며 기업에서 일하는 게 낫다는 것이지요. 14년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교직원들 연봉도 동결된 상황입니다. 4차 산업혁명 첨단 분야 교원을 구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성과는 사기업 못지않게 요구되지만, 처우는 14년 전 수준이거든요. 이제 연구와 교육에 사명감을 가진 사람만 대학에서 일하려고 할 것입니다.”(수도권 A대 교수)

공들여 올린 상아탑이 무너지고 있다. 대학의 수입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운영을 위한 고정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 대학은 투자 여력을 잃었을 뿐 아니라, 제 식구의 연봉을 줄이는 다이어트를 하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시급한 대학 재정 개혁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대학 재정 지원 방식과 규모를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금까지 이뤄져 온 대학 평가 중심의 지원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러 가지 방안들이 있다. 국가장학금을 기준으로 정부가 대학에 지원할 일정 비율을 대학에 지원하는 방안이나,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법적으로 보장해 안정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 등이다.

■ 14년간 등록금 동결과 지속적 수입 감소…‘치킨게임’ 중인 한국 대학 = 현재 한국 대학은 대량 줄폐교 사태가 예측될 정도로 학생 수 감소와 재정난 등으로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다.

교육부 차관을 지낸 이영 케이정책플랫폼 연구위원(한양대 교수)은 “지난 14년간 대학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 정주 재정지원 부족 등으로 대학이 심각한 재정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은 2009년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 대학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 재정난을 가속화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립대의 재정 수입은 대부분 등록금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2021년 12월 발간한 <2021 사립대학재정통계연보>에 따르면 대학의 교비회계 수입(4조5234억2400만 원)에서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54.9%(248억2361만 원)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고보조금 수입은 25.7%(116억1408만 원)로 등록금 수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등록금 수입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학령인구는 2000년 82만7000명에서 2022년 47만2500명으로 절반 수준 감소했다. 통계청의 추산에 따르면 2025년에는 44만9539명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가 정의당 정책연구로 실시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수 감소로 인해 2024년 사립대 학부 등록금 수입은 2020년(10조2953억 원) 대비 12.6%p 감소한 8조9981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 대학의 위기 수준에 대해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폭탄’이 터지기 전 이라고 표현하며 대학 재정난 대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새 정부 집권 시기인 2025년까지 50여 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고등교육 지원 정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그 때에 가서 ‘폭탄’이 터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소재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재정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 전대넷)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소재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재정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 전대넷)

■ “국가장학금 대폭 확대해 학생-대학 살림살이 개선해야” = 이영 연구위원은 케이정책플랫폼의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 방안’에서 “현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한 재정지원 방식을 유지하면서 부실 사학의 퇴로 제공이나 대학 변화를 가로막는 낡은 규제혁신 등을 적기에 시행하지 않아 대학이 총체적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며 “과감한 대학 자율성 제고 정책과 재정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대학 재정 확대 방안으로 ‘국가장학금’ 개편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국가장학금을 확대해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 부담을 낮춰 대학 교육에 대한 기회의 형평성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동시에 국가장학금 확대로 학생 부담을 낮춘 만큼 대학에도 완전한 등록금 인상 규제에서 제한적 규제로 다소 제도를 완화해주는 노력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현실성 높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는 대학 등록금 부담이 크다는 학생들의 여론에 힘입어 유지돼왔다. 그러나 등록금이 14년째 동결된 가운데서도 여전히 대학생들은 등록금 인하 정책을 호소하고 있어, 동결 정책으로도 대학생들을 100% 만족시키지 못한 채 대학 재정난만 가속화했다.

지난 24일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단체 ‘전국대학생네트워크’는 서울 종로구 소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대학 재정의 절반 이상이 등록금 수입인 만큼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며 “대통령 당선인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고등교육의 예산을 확충하고 근간을 마련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등록금 동결을 규제해 온 국가장학금 2유형 조건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가장학금 2유형의 요건을 점수 조항으로 변경해야 한다. 등록금은 법에서 규정된 물가 증가 수준의 1.5배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만 인상할 수 있기에 이 틀을 유지해 제한적 자율화 기조는 지속하되, 국가장학금을 대폭 증액하면 학생들의 부담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내 장학금 관련 규제도 장학금 지급 대상 학생 수 가 감소하고 있음을 감안해 교내 장학금 ‘총액’ 유지가 아닌, 학생 1인당 교내 장학금에 대한 규제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 나아가 이 연구위원은 국가장학금의 일정 부분은 대학 자율적인 경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대학생들과 대학 사회의 어려움을 모두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프로젝트나 연구 사업을 수주하면 연구비의 5% 정도를 ‘간접비’로 쓸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장학금에도 일종의 간접비를 허용해 대학이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한다면 대학의 자율성이 다소 높아지고 교육 질 개선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간접비는 연구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일일이 항목을 계상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경비가 있기에 연구 과제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 목적으로 존재하는 항목이다.

특히 국가장학금을 기준으로 한 대학 지원 방식은 한계사학에 대한 지원 논란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기대하고 있다. 그는 “국가장학금을 기준으로 대학을 지원할 경우, 이는 학생 수를 기준으로 지원 규모가 결정되게 된다. 즉 학생 선호도가 높은 대학일수록 더 많은 지원을 확보하게 돼, 경쟁에서 뒤처지는 한계대학에 국민 세금이 부적정한 규모로 지원되는 우려는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대학 정책 분야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대학의 재정난 해소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초‧중등 교육 분야는 현재 재정이 남아돌고 있는 상황인데 반해, 학생 1인당 교육비에서는 대학생 교육비가 초‧중등 학생보다 크게 뒤쳐진 상황”이라며 “교육세 중 고등교육세 신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초등학교 학생 1인당 교육비 1만2535달러, 중등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만4978달러 비해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1290달러로 가장 낮았다.

안정적 고등교육 재정 확보 방안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주장도 빠질 수 없다. 윤홍주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회장(춘천교대 교수)은 “현재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대부분 국가장학금에 집중돼 있으나 대학에 대한 지원은 아니기에 대학의 입장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은 넉넉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고등교육에 대한 별도의 교부금법을 제정하는 등 안정적인 제도적 재원 확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을 향해 현행 국세분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하는 방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을 통한 고등교육세 신설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사진 = 아이클릭아트)
(사진 = 아이클릭아트)

■ “대학 재정지원 사업 전면적 개편 동반돼야” = 케이정책플랫폼은 대학 재정의 자율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재정지원 체계와 정책의 변화와 함께 평가 중심의 대학 재정지원 정책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케이정책플랫폼은 대학 단위 평가에 기반한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과감히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대학단위의 지원 사업은 대학 내 융합연구와 신임 교원의 연구 기반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대학 단위 연구 지원만을 남기고, 이외의 교육이나 연구 관련 대학 단위 지원 사업은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대학이 재정난을 겪으며 교육부 지원 정책에 목을 매게 된 상태로, 대학 교육도 획일적인 평가 기준의 틀 안에 속하게 됐다”며 “한국 대학이 세계 시장에서 위상을 갖고 교육 수준을 높이려면 재정 부족을 해결하는 동시에 대학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홍주 회장은 “현재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평가와 재정지원 사업 중심이다. 그러나 이 경우 대학에서는 사업을 통해 확보한 예산을 경직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며 “지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 회장은 “교육 예산을 자율적으로 쓸 수 있어야 짜임새 있게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세세한 제한이 있고 그 예산이 제한돼 있다보니 교육 효과가 높은 프로그램을 축소해 추진하거나 아예 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대교연도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에서 대학 서열화를 강화한 원인으로 대학 재정지원 사업을 지목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있다. 이 연구 보고서에서 대교연 연구진은 “대학 지원사업은 대체로 특수목적지원사업인 경우가 많고, 대학평가 후 선별·차등 지원하는 구조 속에서 일부 대학이 중복·편중 지원을 받아 독식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학 지원사업이 지금의 대학 차별과 서열화를 낳은 근본 원인이라 지적받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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