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 대비, AI교육혁명 추진 위해 획일적 규제 풀어야
대학 자율성·효율성 제고…사학에 대한 낡은 규제 철폐, 최소한의 규제만
교육부의 사학 업무를 산하기관으로 위임·위탁·이양 방안 고려도

사진=아이클릭아트

#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고등교육 개혁이 어떤 식으로 추진될지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고등교육정책의 기조를 보면 결과적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억제하고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했다는 측면에서 대학가의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하지만 2개월 후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며, AI혁명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 생태계 허브로서 기능해야 할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정책플랫폼은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 방안’을 주제로 ‘K-Policy 브리프’를 발표했다. 핵심은 대학의 자율성 확대, 네거티브 규제체제로 전면 개편, 교육부의 기능 재편 등이다. 이에 본지는 정책 제언에 참여한 고등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규제개혁 △재정개혁 △연구·혁신·평생교육 △입시제도 △부처 개편 등을 중심으로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 방안을 짚는 연재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교육 분야에는 근본적인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디지털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은 교육계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대학사회는 비껴가 있다는 점이다. 즉 정부의 대학 규제로 인해 학생수 및 교육 수요가 급증하던 아날로그 시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이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의제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대학 혁신 위한 추진 전략으로 ‘관료주의 극복’, ‘자율·개방·혁신 대전환’ = 케이정책플랫폼에서 밝힌 대학혁신을 위한 추진 전략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대학 전체의 관료주의 극복이다. 이에 대해 이주호 케이정책플랫폼 이사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우리나라 대학은 학생의 80%가 사립대학에 다니고 있고 교수 수준이 매우 높아서 혁신이 가능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무엇보다 대학 전체의 관료주의 극복이 시급하다”며 “정부도 혁신이 가능한 대학체제 구축을 위해 근본적으로 대학 행정을 영국처럼 아예 교육부에서 분리하는 방법 등 무엇보다 과거의 틀에 묶여 있는 대학규제체제를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규제와 통제 중심이었던 대학정책을 자율·개방·혁신의 3가지 원칙으로 대전환하는 것이다. 방점은 교육행정이 획일적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학현장의 자율성을 확대하자는 데 찍혀 있다. 특히 등록금 인상 규제와 관련해선 대학이 자율적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 교육부 고위관료는 “등록금 인상 규제는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정부 재정지원 조건으로 연계해 규제해 왔다”며 “학생수의 급격한 감소로 대학은 재정적 위기에 처하고 있어 어떤 형식으로라도 등록금 규제 완화가 검토돼야 한다. 다만 대학의 구조조정,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 등을 함께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대학이 혁신 주체로 설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만 = 규제개혁의 방향은 크게 2가지로 제시된다. 우선 고등교육법을 정부·대학·사회가 합의하는 최소한의 규제만 남기는 네거티브 규체체제로 전면 개편하되, 대학의 자율적 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보완하는 것이다. 특히 학사 운영 관련 규제인 수업방법, 학점부여 등 과정 중심의 규제를 철폐하고 성과 중심의 자율규제로 개선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대학이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행정의 자율성을 주고 대학의 인재 양성에 책무성을 강화시키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대학의 취업률, 취업의 전공 일치도, 인력 수요자 만족도, 졸업생 및 학부모 만족도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통해 사회가 규제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사립학교법은 ‘사학진흥법’으로 대체해 정부의 규제기능 철폐와 지원기능 강화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가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학 자율을 원칙으로 최소한의 규제만 남기고 규제업무를 산하기관으로 이관하거나, 사학에 대한 시설기준·임원취임·재산처분 등에 대한 각종 보고의무와 규제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것도 대안으로 꼽힌다.

사진=한명섭 기자

■ 사학 통제에서 자율성 확대·책무성 강화로 = 대학 규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은 무엇일까. 브리프에 따르면 몇 가지 가능한 정책적 방향이 담겨 있다.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조치는 사립대학의 유휴 교육용 시설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학 내 유휴 시설에 전공과 관련된 산업단지를 유치해 산업현장과 연계한 교육을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 재원의 다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당선자 선거 캠프에서 교육정책을 맡았던 A씨는 “대학 교육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을 구성하는 AI, IT, 전기차, 바이오, 크라우드 등 관련 기술을 대학의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체험교육이 가능하도록 관련 산업체를 대학 내 유치하도록 규제를 완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립대학의 재산처분 자율성 확대를 위해 승인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는 제언도 포함돼 있다. 사립학교법시행령 제11조를 개정하자는 게 핵심이다. 현재 사립대학의 재산처분은 교육부 승인 사항이나, 예외적으로 3억 원 미만 재산처분은 보고사항으로 돼 있다. 대학의 자율성 확대를 위해 예외 보고 기준인 3억 원을 10억 원 미만으로 대폭 확대해 대학 행정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확대하자는 주장을 담았다. 사학의 재산처분권을 지금까지 사학통제에 중점을 두고 규제해 왔으나, 이제는 사학의 자율성 확대를 통해 사학이 책무성을 강화하고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도록 지원해 주자는 것이다.

교육부의 사학 업무를 과감하게 산하기관으로 위임·위탁·이양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한 내용이다. 사학 행정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현 정부의 사학 업무 기조가 통제 위주의 규제였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이를 과감하게 완화하되 필요불가결한 규제는 산하기관으로 위임·위탁하고 사학 지원정책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지방자치단체에 위임 또는 위탁한 사례가 다수 있었으며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게 정책 설계자의 입장이다.

사립대학이 책임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경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규제 개혁을 추진하자는 제언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임원 취임 승인제를 보고제로 개선할 수 있다. 현재 사립학교법 제20조(임원의 선임과 임기)에 따르면 임원은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사학 관계자는 “임원 취임승인제의 보고제 전환은 중장기적으로 사학이 완전한 자율성과 책무성을 가지도록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며 “이 방안은 대학구성원 및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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