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경성대 기획부총장 “보고서 작성, 서류 준비 등 대학평가 준비에 많은 시간 소모”
조연성 덕성여대 기획처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한 관료주의, 대학 동형화 유발”

‘제8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가 8일 열린 가운데 황홍규 서울과기대 초빙교수의 ‘대학을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 방안’ 주제발표 이후 이남주 경성대 기획부총장과 조연성 덕성여대 기획처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사진 =한명섭 기자)
‘제8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가 3일 열린 가운데 황홍규 서울과기대 초빙교수의 ‘대학을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 방안’ 주제발표 이후 이남주 경성대 기획부총장과 조연성 덕성여대 기획처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고등교육 현장에서 규제 피로감을 느끼는 원인이 과거 관 주도의 성장 정책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지금까지의 고등교육 분야 정책은 되려 교육 현장을 왜곡시키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제8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가 8일 열린 가운데 황홍규 서울과기대 초빙교수의 ‘대학을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 방안’ 주제발표 이후 이남주 경성대 기획부총장과 조연성 덕성여대 기획처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남주 경성대 기획부총장
이남주 경성대 기획부총장

이남주 기획부총장은 국가장학금 2유형과 연계해 규제하고 있는 등록금 인상은 곧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생 지원 포기와 대학 재정난 사이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길 강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장은 “대학연계지원형이라고도 하는 국가장학금 2유형은 장학금을 일정 수준 유지하고, 등록금을 동결해야만 지원이 된다”며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 대상이 되는 학생들은 장애 학생, 대학생 2인 이상인 가구의 학생, 다자녀 가구의 학생, 긴급하게 경제 사정이 곤란한 학생, 선취업 후진학 학생 등 경제적 약자인 학생들이다. 결국 등록금을 인상하게 되면 경제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부총장은 또한 대학평가가 대학 현장을 왜곡하고 있는 사항들을 조목조목 짚어 설명했다. 이 부총장은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대학은 평가계획을 세우고, 실적 유지 방안을 설계해 실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평가를 받는 등 매년 평가 준비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실무자가 평가를 대비해 서류를 챙기느라 추가로 더 일을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량진단에서 문제가 생기면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기에 대학은 평가 준비에 더 매몰되고, 이는 오히려 대학의 교육여건과 재정상황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평가가 대학 교육을 왜곡하고 있는 사항은 평가지표로 활용되는 전임교원 비율, 취업률을 관리하기 위한 대학 현장의 대응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부총장은 “평가에서는 전임교원이 많아야 좋은 점수를 주지만 대학의 재정은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전임교원을 늘리려다보니, 이는 교수 연봉 쪼개기로 나타나고 있다”며 “취업률 지표 역시 중요하지만, 취업의 질과 학생의 희망 진로와는 괴리되고 있다. 학생이 졸업 후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려고 할 수 있으나 취업률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이런 학생들에게 무조건 졸업 후 취업하라고 하는 것은 교육적인 일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조연성 덕성여대 기획처장
조연성 덕성여대 기획처장

조연성 기획처장은 대학에 대한 정책들이 고등교육 기관을 옥죄는 규제가 된 것은 관중심의 성장주도, 관료중심주의가 여전히 정책을 바라보는 기본 시선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기획처장은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성장 정책으로 많은 성장을 이룬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성장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다양성과 자율성 문제를 정책 설계와 집행에서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하나 여전히 모든 정부부처에 관료주의적 시각이 남아있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이는 고등교육 기관을 획일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조 기획처장의 견해다. 그는 “과거 정부에서 벤처기업을 인증하며, 대한민국 벤처기업들은 서류에 의존해 비슷한 생김새를 갖게 됐다. 대학도 비슷하다”며 “3주기까지 이어져 온 역량진단은 대학을 제도 안에서 동형화(Isomorphism)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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