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경기도교육청 등 IB 도입 추진…타 시도 교육청들도 관심
타 국가와 달리 공교육 중심으로 IB 도입해 교육 불평등 해소
최근 IB 도입 관련 관심 증폭…교육 평가 패러다임 바꿀 지 주목

지난 9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오른쪽)과 올리 페카 IB 회장이 의향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지난 9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오른쪽)과 올리 페카 IB 회장이 의향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지난 6‧1 지방선거 이후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 등이 IB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타 시도 교육청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IB는 학생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 교육으로 기존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프로그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개인 역량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논의도 급증하는 추세다.

앞서 지난 9월 경기도교육청은 IB 본부와 IB 도입을 위한 의향서 체결을 진행했으며, 2023년도 예산안에도 IB 교육 운영을 위한 예산으로 34억 원을 편성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올리 페카 헤이노넨(Olli-Pekka Heinonen) IB 회장 초빙 강연에서 “IB를 통해 코리아 바칼로레아(KB)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국 초‧중등 학령인구의 57%가 몰려 있는 서울‧경기 지역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타 시도 교육청들의 IB 도입에 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지난달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년부터 IB를 본격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광주, 전남, 충남교육청 또한 IB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순항하는 듯 했던 IB 확산에 최근 제동이 걸렸다. 경기도교육청의 IB 도입을 두고 경기도 내 교육단체들이 반대의 뜻을 내보인 것이다. 이들은 “임태희 교육감이 교사들이 노력해 만들어 온 교실 교육과정과 과정 중심 성장평가를 짓밟고 있다”며 “교육감의 교육과정 정책의 몰이해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IB 사태는 공교육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학생에게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시민단체인 민주주의학교는 제주와 대구 사례를 들며 “IB 교육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전문적인 지도가 필수적이란 학원 광고도 급증하는 추세”라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고민과 해결방안 없이 무작정 IB를 도입하려는 것은 공교육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교육청이 앞장서서 사교육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꼴”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IB에 대한 논란을 정리해 봤다.

■ IB는 돈이 많이 든다? = IB에 대한 가장 큰 편견 중 하나는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민주주의학교는 성명서를 통해 “IB 학교라는 이름값 사용료로만 학교당 매년 1천만 원이 넘는 로열티를 내는 것은 물론 운영을 위해 내신성적 평가 등 현장교육 점검, 교사연수 등 IB재단 측에 지불해야 하는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IB 재단은 스위스 국제학교협회가 주축이 된 비영리 민간교육단체로서 IB 교육 보급사업의 수익금은 스위스 국제학교 학습 여건 개선 등에 쓰이게 되는데 결국 경기도 교육예산이 스위스 국제학교 학생들을 위해 쓰이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IB 후보학교가 되려면 등록비로 한화 약 600만 원이, 인증학교의 연회비는 한화 약 1300만 원(고등학교 기준)이 필요하다. 즉 IB를 도입하게 되면 시도교육청에서 학교당 600만 원에서 1300만 원 가량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명확하다. 새로운 교육 시스템 도입을 위한 예산 투자는 IB 도입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부분이며, IB에 지불하는 돈은 IB를 운영하는 학교에 재투자 된다는 것이다.

IB의 아시아태평양본부장을 맡고 있는 아시시 트리베디 IBO 전략혁신추진본부장(Head of Strategic Initiatives, Innovation and Incubation)은 “IBO는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설립된 비영리 재단으로 특정 소유자나 수혜자가 없다. IBO의 최종 수혜자는 오직 160개국 학생으로 IBO의 수익은 전적으로 IB 교육을 위해 재투자된다”며 “IB는 학교들이 지불하는 비용을 통해 운영 비용과 전세계 IB 학교들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IB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질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대구시교육청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기자회견 중인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 회장(왼쪽)과 아시시 트리베디 IB 전략혁신추진본부장. (사진=한명섭 기자)
지난 9월 대구시교육청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기자회견 중인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 회장(왼쪽)과 아시시 트리베디 IB 전략혁신추진본부장. (사진=한명섭 기자)

한 교육계 관계자는 “어떤 교육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시작부터 운영까지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며 “성공할 지 실패할 지 모르는 정책에 쓰는 비용보다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교육을 도입하는 데 쓰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 시스템 적용을 위한 투자는 길게 봐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식 수업을 통해 개인 역량 강화를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정작 이를 위한 시스템 도입을 비난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이 혁신학교에 지원하는 지원금은 각 학교당 약 4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8년 IB 도입을 먼저 추진했던 제주도교육청은 당시 운영하던 혁신학교 지원금 수준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대구시교육청 또한 학교별로 IB에 지급하는 연간 회비는 로열티 개념이 아니라 교사들이 IB 네트워크에 접속해 전세계 IB 교사들이 각종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사용료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IB 교육이 비싸다는 편견에는 교육청들이 IB를 한국어화해서 공립학교에 도입하기 이전에 IB가 국제학교나 외국인학교에서 영어판으로 운영되던 상태였기 때문에 이 학교들의 학비만 보고 비싸다고 단정한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 학교들은 영어가 가능한 교사를 채용하고 운영하는 전체 교육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학생이 부담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는 현재 교육청에서 공교육에 도입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최근 국내의 한국어 IB 도입 학교의 경우 대부분 시‧도 교육청 지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무상으로 운영된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IB를 도입한 지역 중 하나인 대구시의 경우 IB가 공교육에 잘 스며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대구의 IB 학교들은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예산을 통해 등록비나 연회비를 지불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IB 교육을 받기 위해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은 없다.

또한 등록비의 경우 IB 학교로 운영하기 위한 컨설팅 비용으로 IB에서 파견된 컨설턴트가 직접 학교에 방문해 IB 교육을 위한 제반사항을 돕는 비용에 가깝다. 연회비는 IB 교육 내용을 이용하는 자료 이용비, IB 학교 운영을 위한 컨설팅 비용, 교사 연수 비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IB 학교에 들어가는 예산은 교육과정 개선이나 수업 평가 관련 등과 연관돼 교육과정 재구조화 등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협력적인 학교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개선하기 위한 운영 비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IB 자체만을 위한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IB는 특권층 자녀를 위한 교육이다? = IB 도입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IB는 귀족 교육”이라는 점이다.

민주주의학교는 대구에서 IB 관련 학원 광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공교육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교육청이 사교육을 육성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오해와 달리 실제 IB를 도입한 학교들의 경우 오히려 공립학교에서의 확산세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교육청은 IB 기초‧관심‧후보 인증학교를 2021년 71개교에서 2022년 88개교로 확대했으며, 이 과정에서 ‘IB 교육은 일부만을 위한 돈을 쓰는 특권 교육’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앞장서왔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대구시에서 IB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추가적인 비용 없이 공교육의 일환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IB=특권 교육’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대구에서 IB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지지 또한 확고하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IB 교육은 오히려 사교육이 들어오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며 “학생 참여 중심의 실생활과 연계된 교과 융합 수업과 토론·발표·논서술형 시험 등 수업 밀착형 평가를 특징으로 하는 IB 프로그램을 공교육에서 운영하면, 단기적인 사교육으로 교육성과를 보장받기 어렵고, 문제풀이 중심 주입식 교육을 시행하는 국내 사교육의 특성상 사교육의 영향과 개입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주도교육청의 2021년 ‘IB 교육 효과 분석 종단 연구(1년차)’와 대구시교육청의 2019년도 ‘IB 프로그램 현장 안착 지원 방안 연구’에 의하면 “학원/과외가 IB 수업에 많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란 질문에 대해 제주의 IB 고등학교는 2.56, IB 중학교는 2.68, 대구의 IB 초중학교는 2.82로 집계됐다(5=매우 그렇다, 1=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9월 15일 경기도교육청과 한국대학신문이 공동 주관한 미래교육 IB포럼 모습. (사진= 한명섭 기자)

■ IB는 일본에서 실패한 교육 시스템이다? = 지난달 2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IB 프로그램 도입을 반대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일본에서 아베 전 총리가 정치적 의도로 시작했다가 아무 성과도 거주지 못한 IB 교육과정을 극찬하는 경기도교육청을 보며 경기도 교사들은 허탈함을 느낀다”며 “임 교육감은 교사들이 노력해 만들어 온 교실 교육과정과 과정 중심 성장평가를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아시시 트리베디 IBO 전략혁신추진본부장은 “전혀 실패가 아니다”면서 “일본도 점진적,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중국, 호주, 인도에 이어 아시아에서 네 번재로 IB가 빨리 성장하고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일본 문부과학성 교육재생실행회의 자문위원을 지낸 이쿠코 츠보야 IB 일본 대사 역시 일본의 IB 도입이 실패라고 주장한 한국의 일부 단체의 주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그는 “일본의 IB 학교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인데, 왜 한국의 일부 단체에서 이걸 실패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달에 2개교가 추가되면서 올해 일본의 IB 학교(후보학교 포함)는 188개교가 됐다. 최근 우리는 향후 10년 동안 IB 교육을 위해 어떤 목표를 세울 지 결정하기 위한 공식 컨퍼런스를 시작했고 그 첫 미팅을 마친 상태다. 내년 3월에 최종 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인데, 기본적으로 우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고 밝혔다.

첫째, IB 초등학교와 IB 중학교를 더 많이 확산할 것.
둘째, 공식적으로 IB를 21세기 4C 역량(Critical thinking, Creativity, Collaboration, Communication) 교육의 롤모델로 삼을 것.
셋째, IB 졸업생을 위한 진학상담을 확장할 것.

이쿠코 대사에 따르면 일본의 IB 시스템은 IB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IB 교육을 하는 구조다. 그러나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입학 전형에 따라 다른 학제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 한 학교 내에서 모두가 아닌 일부만 IB를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럴 경우 학생 수가 많지 않게 돼 IB의 미션과 비전이 학교 전체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에 봉착한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 교육 패러다임 전체를 바꾸기 위해 IB 교육을 늦어도 중학교부터 시작한 후 고등학교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도록 장려한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돼 당초 목표인 200개교에 거의 도달한 상황이다. 올해 188개교가 IB 학교가 됐으며, 2023년도에는 200개교 달성이 완수될 전망이다.

지난 9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 회장이 대구외고에서 IB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구시교육청 제공)
지난 9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 회장이 대구외고에서 IB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구시교육청 제공)

■ IB 교육의 성패, 대입 연계에 달렸다 = 국내의 경우 IB 도입이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인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특히 교사 양성의 경우 기존의 사범대학교 교육 방식과 달라 새로운 연수를 받아야 하는 등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과정에 한국어화된 과목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아직은 한국어로 연수할 수 있는 전문 IB 연수 강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영어가 가능한 교과별 교사들을 먼저 전문 연수 강사 훈련을 시켜 다수의 일반 교사들에게 국어로 원활하게 연수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또한 IB 교육의 성패는 결국 대입이 관건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와 관련해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IB 학생이 대입에서 우대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면서 “2022년에 발표된 ‘미래형 교육체제 전환에 따른 서논술형 기반 평가 및 대학입시 개선방안 연구(연구책임자: 서울대학교 송진웅 교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 송 교수는 “IB 학생은 제도적 근거에 의해 우리 공교육을 합법적으로 이수한 학생이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하는 대입 시험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공정하지 않다”며 “현재까지 IB 학생이 지원 가능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IB 최종 점수를 수능 점수 대신 인정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영국, 호주 등의 국가가 대학별 자국 대입시험과 IB 점수 입학 요건을 병기하는 등 대학 입학을 위한 주요 전형 중 하나로 IB가 활용되는 예를 소개하며 “IB 시범도입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의 수능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우선적으로 IB 학생들이 대입에서 불이익 없는 환경이 마련돼야 교육 개혁의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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