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E 사업계획 발표, 지역 기반 재정지원사업 통합한다…기존 사업 앞날에 ‘물음표’
전문대 국책사업 실무자 “기존 RIS 전철 밟으며 전문대 소외될까 걱정, 교통정리 원해”
이보형 전문대교협 사무총장 “공공기관·대학 칸막이 허물고 지역위기 해결해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일 금오공대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일 금오공대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중앙정부가 대학에 직접 지원하는 국가재정지원사업의 관리·감독 권한이 지자체로 옮겨간다는 소식에 사업을 진행하는 지역 전문대학 현장에선 우려와 기대가 섞여 있다. 성과가 나오고 있는 사업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과 대학·지역 간 시너지를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공존한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 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사업을 2025년부터 개시하고 대학 행정·재정지원을 교육부에서 대학이 소속된 지방자치단체에게 이양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RISE 사업은 지역 중심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대부분 통합한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일부 지방대 사업단에서는 앞으로 사업의 거취를 걱정하며 근심 어린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 영남권 전문대 보직교수는 “성과가 잘 나오는 국책사업을 앞으로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지난달 정부의 RISE 체계 발표를 접하고 혼란스러웠다”며 “지역 중심으로 계획됐던 RIS 사업이 대형 국립대 중심으로 운영됐던 점을 떠올리면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 사정에 밝은 대학 전문가는 “실무자들이 겪을 사업의 큰 변화는 없을 테니 걱정을 줄여도 된다”고 설명했지만 현장의 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노재준 HiVE사업 발전협의회장(오산대 부총장)은 “RISE 사업계획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고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인데, 실무자들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교통정리를 어서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RIS) 사업은 2020년부터 시작된 대학 재정지원사업이다. RIS는 대학과 지역사회, 지역산업이 학령인구 감소, 지역인재 수도권 유출, 지역경제 침체 등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처음으로 반영된 사업으로 꼽힌다.

대학, 지자체, 혁신기관이 모여 지역단위 플랫폼을 만들고 지역 여건에 맞는 혁신을 수행한다는 RIS 사업의 계획은 지역 소규모 대학들의 기대를 모았다. 지역사회에 통찰력을 가진 혁신기관은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고 연구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일반대는 연구개발을, 이후 구성된 산업체계를 구성할 인력은 전문대에서 양성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실제 RIS 사업은 규모가 큰 대학, 주로 국립 일반대 중심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역 내 소규모 대학, 전문대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교육부는 전문대와 기초지자체가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을 새로 추진했다. 바로 지난해 처음 시작한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이다. HiVE 사업은 인접한 전문대가 모여 지역과 연합한 컨소시엄 단위로 운영된다. 전문대 위주의 사업으로 설계됐고 전문대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구성원이 이 컨소시엄을 이루기 때문에 같은 취지로 계획된 RIS 사업의 플랫폼 구성과는 달리 전문대학가의 긍정적 반응도 이끌고 있다.

HiVE 사업은 성과를 뚜렷이 내는 국책사업 중 하나다. 대구광역시의 안경산업, 거제시의 조선산업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한 산업발전을 주도하면서 컨소시엄 간 꾸준한 교류·협력으로 전국 직업교육 혁신에도 노력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교육부는 올해 HiVE 사업 규모 확대를 결정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RISE 사업 계획 발표에서 지역 기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합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림=교육부)
교육부는 RISE 사업 계획 발표에서 지역 기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합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림=교육부)

RISE 사업 발표에 대해 전문대 사업단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RIS와 HiVE 두 사업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잘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RISE에 통합되면서 기존 프로그램이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과 RISE 사업의 전반적인 계획이 RIS 사업의 형태와 닮아있기에, 교육부의 설명대로 RISE 체계 아래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통합된다면 RIS에서 문제점으로 제시됐던 사업 주체 학교가 한정되고 전문대가 소외되는 결과가 반복되지 않겠냐는 걱정이 나오는 것이다. 노재준 회장은 “HiVE 단장들이 RISE 사업에 대해 자주 문의한다. RIS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냐는 우려가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이어 HiVE 등 성과가 나오고 있는 사업이 새로운 관리자에게 옮겨갈 경우, 각 사업단이 장기적으로 수립한 사업계획을 지원할 교육사업 전문가가 지자체에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대 국책사업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은 예정된 RISE 사업 체계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되 현재 운영하는 사업이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해당 사업을 지역 특성에 맞게 적용할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자체와의 소통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한다.

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은 “RISE 체계에 기존 사업이 통합된다는 것은 한국연구재단에서 이행하던 선정·평가과정을 그저 지자체로 옮기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세부적인 예산안, 평가 체계 등 중요한 부분이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별로 RIS를 강조할 수도 있고 HiVE를 강화해 운영할 수도 있다. 사업 계획단계에서부터 지자체와 조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형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지자체가 대학 지원을 전담하기 위해서는 업무적으로 확장이 필요하다. 대학 역시 지역혁신에 필요한 지원을 가감 없이 요청해야 한다”며 “RISE 사업에서야말로 공공기관과 대학 사이에 세워진 보이지 않는 장벽을 완전히 허물고 지역의 비상상황을 비상한 대책으로 함께 타개하는 성과를 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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