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기자단 간담회서 “RISE 사업은 교육부가 그동안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
‘대학 혁신역량’, ‘상생 시스템 구축’, ‘지방정부의 촉매제 역할’ 필요성 강조
부산형 지산학 협력 프로그램으로 ‘부산’에 대한 인식 변화…“인재 유출 막을 수 있어”

박형준 부산시장. (사진=교육부, 부산시)
박형준 부산시장. (사진=교육부, 부산시)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은 부산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지·산·학 정책을 제대로 한다면 청년 유출까지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교육부가 추진 중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이하 라이즈)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시장은 지난 21일 부산시청에서 교육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역과 서울의 교육격차가 커지면서 지역 대학이 혁신역량을 발휘할 여건이 안 되면서 가라앉는 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며 “부산이 새로운 글로벌허브 도시로 거듭나고 균형발전 차원에서 혁신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의 혁신역량 회복과 대학과 지역 산업이 밀접히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지방정부의 촉매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교육부가 시작한 라이즈 사업은 그 물꼬를 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지방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지방정부에게 권한과 재원을 이양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를 해소할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최근 교육부가 고등교육정책을 지방정부가 대학과 지역 기업들과 함께 숙의를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원을 과감하게 이양하는 정책을 결정했다”며 “교육부가 그동안 한 일 중에서 제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지방대학은 가만히 있으면 물에 빠지는 형국”이라며 “물에 빠지는 사람이 나오려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나와야 하는데 너 여기서 자유형 해서 나와, 평영해서 나와 이런 식으로 하면 대학이 살 수 없다”고 비유했다.

그간 교육부에서 시행해온 정책이 지역의 수평적 협력을 강화하기보다는 중앙정부에 맞춰 용역사업에 맞춘 시스템을 만들게 함으로써 최대한 효과를 낼 수 없도록 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 많은 권한을 지방에 넘겨준 라이즈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지산학 협력 통해 부산의 청년 유출 막을 것” = 앞서 지난 8일 부산은 △경남 △경북 △대구 △전남 △전북 △충북과 함께 라이즈 사업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라이즈는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지자체 주도로 대학을 지원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 추진을 목표로 한다.

부산은 국비 1500억 원을 포함해 2027년까지 2145억 원을 투입해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지·산·학 협력을 통해 지역혁신과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한다. 이에 앞서 부산은 2019년부터 지역과 산업, 대학이 협력해 인재 양성을 추진하는 ‘지산학 브랜치’ 정책을 시행해왔다. 부산은 RISE 사업에 더해 기존 정책에 더 힘을 실어 기술혁신과 지역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서울에 간 부산 청년들도 어느 정도 여건이 되면 부산으로 되돌아오겠다는 설문도 있다”며 “지산학 협력센터가 제대로 하면 부산의 청년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를 위해 캐나다의 워털루 대학 프로그램을 부산형 프로그램으로 바꾸고 있다고 밝힌 박 시장은 현장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베스핀글로벌, 더존, KBS 등에 대해 언급했다.

박 시장은 “(지산학 브랜치와 같은) 프로그램을 계속 확산하면 기존에 교육부가 공모사업으로 진행했던 것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지산학 협력을 통해서 청년들이 지역에도 좋은 기업이 있고 거기서 자아실현을 하고 정착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인재 유출도 중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제2의 도시 = 한국에서 제2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부산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산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2018~2022년 지역 법인 유출은 957개 업체에 달한다.

인재 유출 또한 심각하다. 부산 지역 대학·대학원 졸업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그 중 42.5%는 부산 외 지역으로 취업해 부산에 정주하는 인재는 10명 중 6명도 안 되는 상황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매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청년만 1만 명에 달한다.

박 시장은 “제가 대학에 다닐 때 부산대는 소위 서울 SKY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맞먹는 수준이었다”며 “현재는 대학평가에서 20위권까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부산시에 위치한 대학들의 (경쟁력도)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부산은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다. 이미 서울과 지방 간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지역은 우수 인재 양성이 어려워지고, 이는 또 기업 유치가 어려워지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 사람들을 만나보면 가장 먼저 묻는게 사람(인재) 있냐고 한다. (지역에서는) 그 부분에서 막힌다”며 “이런 부분을 지역의 대학과 협력해서 정말 새로운 기업이 유치됐을 때 인력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 수 있도록 해야 더 많은 기업 유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박 시장은 부모들의 인식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의) 중산층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문제되는 부분이 아이들을 초·중·고부터 서울로 보내서 교육 시키지 못하면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없다는 인식이 꽉 차 있다”면서 “지역에서도 대학뿐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다양성을 취해 부산에서도 원하는 고교,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 전체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중앙 정부차원에서의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사진=교육부, 부산시)
박형준 부산시장. (사진=교육부, 부산시)

■ 지산학 협력 주체는 대학…과감한 혁신 필요 = 박 시장은 지산학 브랜치를 운영하면서 현재 봉착한 난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협력의 주체가 대학인 만큼 대학이 나서서 과감한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게 그의 시각이다.

박 시장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공대가 현장 실습 학점을 굉장히 많이 인정해주는 것처럼 대학의 학점제도를 훨씬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며 “대학도 적극적으로 현장 실습에 따른 학점을 과감하게 줄 수 있는 제도로 바꾼다든지, 혁신기업의 요구 프로그램을 대학이 수요에 맞체 창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지산학 협력의 주체는 대학”이라며 “대학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바깥에서 요구하더라도 제대로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시장은 “R&D(연구개발)는 대학원 육성에 필수적”이라며 “부산은 미래에 선점하려는 분야가 양자역학이기 때문에 기술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역 전략산업 타겟이 되는 분야의 대학원 과정을 적극 유도하고 직접 시 차원에서 특정 분야의 대학원 과정을 만드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부산의 지산학 협력을 알리기 위해 이해우 동아대학교 총장과 도덕희 한국해양대학교 총장도 참석했다.

이 총장은 지자체 성공모델로 동아대의 밸브센터를 소개했다. 그는 “선박이나 원자력에 들어가는 밸브가 일반밸브에서 수소밸브로 전환되고 있다”며 “동아대는 이에 맞춰 수소밸브 맞춤형 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올해 8월 완공 예정으로 부산, 경남의 300여 곳에 달하는 밸브 업체들과 상생해 강소기업을 만들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총장은 최근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한국해양대로의 편입생이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인서울 대학으로 갔다가 미래취업에 대한 고민 때문에 한국해양대로 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17% 정도였던 편입생율이 30%까지 늘었다. 우리 대학의 특성화 분야인 해양분야는 취업뿐만 아니라 은퇴 후에도 전문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