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 발의 반년…고등교육 전문가 토론회 진행
경영 어려운 대학 폐교·학교법인 해산 시 경영인 측에 지원금 등 유인책 제공해야
사학법인연합회 “사립대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 구성에 학교 경영인 인사도 필요”
이태규 의원 “고등교육 구성원 피해 최소화하기 위해 의견 수렴해 정책 개선할 것”

이태규 의원은 지난달 29일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법률에 대해 교육계 전문가들을 모아 토론회를 진행했다. (사진=김한울 기자)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경영이 어려운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을 지원하는 법안이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지난해 9월 발의됐다. 교육계에서는 보완·개선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감지되는 한편 정부와 교육 현장, 대학 평가기관 사이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이태규 의원 등이 발의한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 상임위에 회부됐다. 이 법안에서 계획하는 ‘사립대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에 대학 운영 사정에 밝은 전문가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재정 부실대학의 폐교 시 지원금 지급 등 다양한 법안 개선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교육계 현장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태규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법안을 발의한 교육위, 대학 재정과 구조개선 필요성을 평가하는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세 기관의 주요 관계자가 모여 의견을 나눴다.

■ 대학 폐교, 교육법인 해산에 경영진이 협력할 ‘당근’ 없다…“해산지원금 지급해야” = 학교를 폐교하거나 교육법인을 해산할 경우 정부에서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학법인연합회는 법인해산장려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법안에 명문화하도록 교육위에 요구했다. 이번 구조개선 지원법에는 해산장려금에 대해 명시하고 있지 않다. 현행법상 학교법인을 해산하면 설립자 등 재산 원주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잔여재산을 다른 학교법인 또는 국가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 여유가 있는 수요자가 해산한 법인을 맡거나, 많은 자본을 들여 사립대학을 설립하려는 사람도 드물어 장기적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사학법인연합회의 설명이다. 이들은 중고등학교가 해산할 경우 학교법인 재산 평가액의 30% 이내에서 해산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의 조항을 근거로 같은 기준을 대학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사학진흥재단에서도 해산법인의 보유재산을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학진흥재단은 법인이 해산된 후에는 남은 재산을 정리하고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사람이 보통 학교법인의 이사인 경우가 많아 본업과 겹쳐 청산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우남규 사학진흥재단 대학혁신지원본부장은 “현재까지 폐교한 20개 대학의 법인 중 한 곳만 청산을 완료했다”며 “해산 시 청산인을 교육부가 정하고 사학진흥재단이 재산 처분·관리를 위탁한다면 더딘 청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인이 해산하지 않더라도 법인의 잔여재산을 공익법인·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하거나, 기업·타법인 등이 인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최규봉 사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유연한 구조개선을 지원하고 법인 매각, 전환 시 증여·양도세 감면 혜택을 준다면 더 적극적인 구조개선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구조개선 총괄 기관, ‘사립대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관리감독 역할 키우고 대학 경영인도 포함해야 =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사립대학 구조개선을 위해 일선에서 평가·관리를 수행하는 기관을 이끌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학교 구조개선의 첫 번째 이해관계자인 사립학교 법인단체는 해당 기관에 대학 경영인을 선임해야 한다며 개정을 요구했다.

이번 법안의 주요 항목인 교육부장관 산하 ‘사립대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는 경영위기대학을 지정하고 사립대학 구조개선 권고 등을 전담하는 기관이다. 심의위원회는 대학 재정을 매년 진단하고 정상 운영 여부를 판단한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사학진흥재단이 심의위원회의 중심을 이뤄 전문적 구조개선을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구조개선에 직접 개입하는 일을 줄이고,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재정진단과 경영자문을 맡아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재정진단을 통해 대학의 재정 위기를 판단하고 일반재정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정책은 2025년부터 시행된다. 우남규 본부장은 “경영위기대학에는 재무구조 개선, 학과 통·폐합을 비롯한 구조개선 계획 컨설팅을 제공하고 구조개선을 이행하도록 할 것”이라며 “재정위험 수준이 한계에 달해 회생이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위원회 의결을 거쳐 학생 모집정지, 대학 폐쇄, 법인 해산명령 등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은 사립대학 구조개선을 심사하고 강제하는 위원회 구성에 대학 구조개선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학법인 경영진 인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법안에 명시된 위원회 구성원은 교육부 인사, 경력 교수, 한국대학·전문대학교육협의회 인사, 교육정책 연구원, 기타 법률·회계자문 인사로, 사학법인 측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최규봉 사무총장은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일선 이해관계 당사자는 대학 경영자들이다. 이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위원회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위기에 따라 학교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법인 외 임시이사에게도 부여할 수 있다는 조항에는 평가기관과 법인연합회의 의견이 엇갈렸다. 사학진흥재단은 효율적인 구조개선을 위해서는 법인 외 인물도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면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인연합회 측은 건학이념과 정체성을 설립자 이사회를 통해 유지하기 때문에 재산처분권을 임시이사에게 주는 것은 법인의 재산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대했다.

작년 폐교된 서해대의 학교법인 군산기독학원은 아직 청산되지 않았고 잔여재산은 국고로 귀속된 상태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작년 폐교된 서해대의 학교법인 군산기독학원은 아직 청산되지 않았고 잔여재산은 국고로 귀속된 상태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구조개선 정책, 모든 고등교육 구성원 고려해야…이태규 의원 “학교구성원 피해 최소화하며 법 제정 목적 달성하겠다” = 이태규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요구사항과 교육계의 의견을 참고하고 교육위 공청회, 법안 심의과정에서 법안을 조율·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태규 의원이 수집한 대학교육 현장(설립·경영자, 교직원, 학생·학부모, 지자체)의 의견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학 설립·경영자는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을 일부 회수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컸다. 학교와 법인을 정리하는데 이점이 없어 경영인이 처분을 더디게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교직원의 경우 실직보다는 임금을 삭감해서라도 대학에 남아있기를 원했다. 교수 신분만 유지된다면 타 기관에서 강의·연구를 진행할 수 있어 임금이 체불되더라도 폐교만큼은 반대하는 교수가 많았다.

지자체는 대학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면 지역경제가 나빠지고 청년층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문제점이 생겨 지역사회 거점으로서 대학이 남아있기를 원했다. 서남대 폐교 이후 남원지역의 노동자 300여 명이 실직했고 서남대가 운영하던 보건·의료학과 인프라도 같이 사라졌기 때문에 지역 의료서비스도 타격을 받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다른 지역으로 유출이 우려됐던 학생들도 폐교 후 편입학하게 되는 경우 해당 대학에 원하는 전공이 없거나, 있는 대학을 찾더라도 통학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 학습에 어려움이 생겨 지역대학 존속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태규 의원은 “효율적인 구조개선으로 대학의 교육여건, 경제활성화를 최대한 도모할 것이며 폐교 혹은 학교법인이 해산할 경우 교직원의 퇴직위로금 지원, 재학생의 정원 외 편입학 보장, 학교법인의 공익·사회복지법인 전환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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