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위기 피할 수 없다면, 폐교 후 노인복지시설 등 공익시설로 용도 변경 허용해야
학령인구 감소, 대학에 모든 책임 있는 건 아냐…“남은 재산 일부 경영인에 돌려달라”
오정민 태평양 변호사 “사학법인 위기, 점점 심해질 것…초·중·고와 대학 구분 줄일 때”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재정이 흔들리고 있다. 전국 대학은 다가오는 위기 대비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사립대학가는 다가오는 재정 위기에 대비책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대학 폐교 결정과 폐교 후 행정 절차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립대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현재 대학이 자발적으로 폐교를 결정할 수 없다는 점과 사립대 정리 후 남은 재산이 주인을 찾지 못하면 국고로 귀속된다는 점이다. 대학가는 사학법인이 자발적으로 대학 경영 위기를 인정하고 학교를 다른 공익 목적의 시설로 전환할 수 있게 하며 대학 폐교 절차 후 남은 재산은 경영진에게 일부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서 ‘사립학교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연이어 발의됐다. 법안 내용은 사립대 구조개선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고 경영 위기 대학이 폐교할 때 안전한 절차로 학교를 정리한 후 주변 지역 경제가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계획됐다.

의원들은 법안 발의 이유를 입학자원이 꾸준히 줄어들고 등록금 역시 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립대학의 대학 폐교, 학교법인 파산을 막기 위해 원활한 구조개선을 돕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를 운영하는 법인 경영인들은 이번 사학 구조개선 법률안에 대해 필요한 법안이 드디어 논의된다는 사실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오랫동안 주장해 온 자진 폐교 요건 완화·폐교 법인 재정지원 등 일부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전국 사학법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국사학법인협의회는 지난달 국회 공청회에서도 관련 의견을 발표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먼저 경영 위기 대학으로 평가받지 않은 대학이라도 관리 법인이 자발적 폐교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행법상 폐교대학들은 교육부로부터 재정 위기 대학으로 지정되고 강제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경우 폐교를 권고받는다. 사학법인연합회는 정원 감축·학과 통폐합 등 구조개선에 노력을 쏟아도 마땅한 개선점이 나오지 않은 대학들이 고등교육 환경을 제공하기보다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규봉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몇몇 지방대학에서는 청년 인구가 줄고 노년 인구가 늘어나 지방 소멸이 가시화되고 있어 대학부지 용도를 노인복지시설 등 고령화 시대에 맞춘 기관으로 바꾸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옳은 방향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당장 재정진단으로 폐교 절차를 밟아야 하는 대학이 아니더라도 전망이 어두운 대학 등 교육부가 납득하고 승인할 수 있는 이유·계획을 제출한다면 폐교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폐교 후 절차인 학교법인 해산·청산 과정에서 법인 경영진에게 ‘해산장려금’ ‘법인 전환 시 면세 혜택’을 지원해달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개인이 설립한 재단이지만 대학 경영 어려움의 근본적 원인인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에는 정부의 귀책도 일부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과 교육 목표를 이루기 어려워진 대학을 폐교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경영자에게 유인책을 마련하자는 목표에서 나온 의견이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학교법인은 대학 운영 능력을 잃는 ‘해산’ 절차를 거쳐 대학 재산 처분, 교원 임금 등 채무 문제를 해결하는 ‘청산’ 절차까지 완료해야만 비로소 소멸한다.

최규봉 사무총장은 “학교법인을 청산할 때 대학에 있는 재산은 학교 정관에 따라 처분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교육사업이나 교육을 경영하는 사람’이 사들이도록 명시돼있어 마땅히 인수할 법인이 없다면 국고(교육부 산하 한국사학진흥재단 청산지원계정)로 귀속하도록 법이 해석되고 있다”며 “국가에 잔여재산이 귀속된다면 그중 30%까지 법인 경영인이 돌려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최 사무총장은 이어 “학교법인을 노인복지시설 등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재단·공익법인으로 전환할 때 세금을 감면해준다면 구조개선 시 구성원의 금전적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오정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사립대구조개선지원센터장)는 2004년도부터 19년간 사립대 구조개선에 관심을 가져왔다. 오 변호사는 사립대학의 자발적이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은 해산장려금, 세금 감면 등 유인책 없이는 이끌어내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46년이면 195개 대학이 사라질 전망인데, 다가오는 대학가의 대규모 위기에 사회가 큰 타격을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법인연합회가 요구한 사항이 학교법인에서 오랫동안 바라 온 부분이고 이제는 관심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초·중·고 사학법인이 해산하면서 생긴 잔여재산을 30% 이내에서 장려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폐교를 지원했던 사례가 있으니 대학에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등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사립대 법인이 큰 규모 때문에 재정 문제가 덜할 것이라는 인식, 크고 작은 비리 사건으로 쌓인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폐교에 대해 국가지원이 들어가는 데에 국민 정서적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대학의 위기가 명확하고 초·중·고와 대학을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법안을 발의한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실은 이에 대해 “구조개선 법안이 조속히 실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현장의 목소리도 귀담아듣고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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