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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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대학가를 들썩였던 ‘글로컬대학’ 명단이 공개됐다. 교육부가 비수도권 대학에 1000억 원의 대규모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대학가는 ‘글로컬’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대학 간 통합, 학과 폐과 등 일부에서 구성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잡음이 이어져도 “글로컬대학 유치만 된다면…”이라는 말로서 진정을 시켰다.

지방대가 ‘글로컬대학’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던 건 국내 고등교육의 슬픈 현실이 빚어낸 한 단면이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쏠림이 심화하면서 비수도권 지방대는 자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인서울 → 수도권 → 대도시 → 중소도시’라는 순서는 대학 서열화와도 일치한다. 지금 지방대 경쟁력을 논할 때 ‘이 대학엔 어떤 게 있나’는 고리타분하다. ‘이 대학은 어디에 있나’가 직관적이다. 웃픈 현실이다.

기자로서 지방대 취재를 참 많이도 다녔다. 지방 취재를 다니면서 언제부턴가 어릴 적 어디선가 들었던 일화가 자주 떠오른다. 아프리카 초원을 지나던 2명의 여행가가 갑자기 표범을 맞닥뜨렸다. 한 사람이 곧바로 표범을 위협할 만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나머지 한 명은 자기 신발 끈을 묶기 시작했다. 이를 본 아까 그 사람이 “표범을 쫓아낼 생각을 해야지. 네가 뛰어봤자 표범보다 빠르겠어?”라고 했다. 신발 끈을 다 묶은 남자는 답했다. “표범을 어떻게 이겨. 너보다만 빠르면 되지.”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을 서양 속담에 비유하며 ‘밀물은 모든 배를 끌어 올린다’고 했다. 글로컬대학이 혁신 전략을 펴면 지방대의 ‘롤모델’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에 낙수 효과를 줘 긍정적 변화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서양에는, 나아가 세계인에게 가장 많이 읽힌 고전 중의 고전에는 이런 말도 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마태복음 25장 29절).’

글로컬대학은 앞으로 ‘지역 대표 대학’이라는 이름표를 단다. 하지만 해당 지역 나머지 사립대·전문대는 살아남기가 더욱 요연히 돼버렸다. 교육부는 향후 글로컬대학 수를 늘려가겠다지만, 당장 이번 선정된 15개교가 생존 경쟁에서 날개를 달고 독주하게 될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런 의미에서 글로컬대학에 전문대는 단 1곳에 그쳤다는 것, 심지어 일반대와 통합하겠다는 조건으로 포함됐다는 점은 유감이다. 일반대·전문대가 고등교육을 양분하고 있는 구조를 보더라도 단독으로 글로컬대학을 운영하는 전문대가 적어도 1곳은 포함됐어야 했다. 결국 교육부에게 전문대는 정책을 논할 때 형식적·기계적으로 포함하는 일원 중 하나일 뿐이다.

만약 교육부가 대학 서열화가 초래하는 비정상적 문화를 바꿔가겠다는 노력을 정책적 메시지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이를 글로컬대학에 전문대를 포함시킴으로써 기조 변화 신호를 보여줬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앞으로도 또 닥칠 문제다. 교육부가 정책으로 먼저 보이지 않는다면 대학 서열화는 앞으로도 공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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