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형 4개교, 단독형 11개교 등 총 15개교 선정
글로컬대학위원회 “차별화된 답 제시한 대학 높게 평가”
단독형으로 제출한 대학들, ‘차별화·특성화’ 강조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많은 대학이 기다리던 글로컬대학 예비선정 결과가 발표됐다. 5년간 1000억 원이 걸린 글로컬대학에는 108개 대학이 94개의 혁신기획서를 제출해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15개 대학만 웃은 이번 예비선정에서는 대학혁신을 위한 ‘차별화’와 ‘벽 허물기’가 선정여부를 가른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20일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예비지정 대학은 총 15곳으로, 사실상 1차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이들 대학은 본지정 평가를 거쳐 글로컬대학으로 10곳 내외를 10월 말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대학의 혁신 노력이 공정하고 타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지역과 대학의 특성과 강점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가, 기존 대학 운영의 틀을 깨고, 벽을 허물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명확하고 차별화된 답을 제시한 대학의 혁신기획서를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대 △순천대 △순천향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울산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대 △한동대 △한림대 등 15곳이다.

예비지정 평가는 학계, 연구계, 산업계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독립적인 평가위원회를 통해 엄정히 실시됐으며, 철저한 보안을 위해 비공개 합숙평가로 진행됐다.

이번 평가는 혁신성이 가장 중요한 판단 잣대였다. 앞서 교육부는 혁신성(60%), 성과관리 역량(20%), 지역적 특성(20%)을 평가기준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지역적 특성에서 가산점을 받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에 선정되지 않은 지역에서 절반에 가까운 7건, 9개 대학이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됐다.

구연희 교육부지역인재정책관 또한 “(글로컬대학 사업) 1차년도에는 혁신성을 중심으로 평가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 ‘혁신성’이 가장 높은 비중 차지…벽 허물기 통한 대학혁신 주도 = 이번 예비지정 대학들의 혁신기획서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혁신성’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교육부가 제시한 ‘벽 허물기’를 통해 각자의 강점을 강화할 수 있도록 혁신안을 제출했다. 특히, 학문·학과 간 벽 허물기를 비롯해 국내-국외, 학령인구-非학령인구 등 시대 상황을 반영한 혁신안이 담겼다.

교육부가 구분한 벽 허물기 사례는 크게 다섯 가지다. 대학 내부(학문·학과 간) 벽 허물기의 경우 무학과·무학년제, 융합전공 활성화를 비롯해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 도입, 교원 운영·평가 개선, JA(2개 이상의 전공 소속 교원) 활성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대학-지자체-연구소 간 벽 허물기는 지역 내 대학 간 연합·연계를 비롯해 대학-출연연 통합, 대학 내 출연연 유치 등 대학과 지자체, 산업체, 연구소 간 협업이 주를 이뤘다.

교육부는 글로벌 혁신을 위한 국내-국외 간 벽 허물기도 강조했다. 대학의 글로벌 혁신을 위한 지역 정주형 유학생 인재양성과 해외 교육 네트워크 구축을 비롯해 외국인 학생·교원을 일정 비율 이상 확보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으며, 학령인구-非학령인구 간 벽 허물기에서는 학령인구가 아닌 재직자, 은퇴자 등 성인학습자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 개편안 등이 제시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다수 대학이 이번에 제출한 기획서에 다수의 혁신과제를 복합적으로 제시했다.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기준(안). (자료=교육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기준(안). (자료=교육부)

■ 압도적 결과 얻은 국·공립대 통합…사립대 통합은 ‘전멸’ = 이번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에서 가장 큰 특징은 국·공립대 통합에 나선 대학 대부분이 선정됐다는 점이다. 유일하게 선정되지 못한 대학은 통합안을 제출한 ‘충남대-한밭대’다. 반면 통합안을 제시한 사립대는 단 하나도 선정되지 못했다.

국·공립대 통합으로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된 곳은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 등 4곳이다. 안동대-경북도립대의 경우 15곳 중 유일하게 전문대가 선정된 사례다.

우선, 강원대-강릉원주대는 초광역 단위의 ‘1도1국립대’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지역밀착형 특성화 캠퍼스를 구축하고 사회, 문화, 산업 등 지역 간 격차가 큰 강원도 내 균형 발전을 촉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즉 하나의 거버넌스 하에 각자의 독자성과 특성화를 도모하는 형태다.

부산대-부산교대는 사범대와 교육대를 하나의 캠퍼스에 집적시키고 교육특화 캠퍼스를 구축해 미래형 교원양성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통해 ‘NEW 종합교원양성대학’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또한 세계적 수준의 의생명·바이오+미래 신산업 융합연구 및 산학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부산대 양산캠퍼스를 R&D 혁신클러스터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인문학’을 핵심 콘텐츠로 삼았다. 국공립대 통합과 전통문화 기반 인문 특성화를 통해 ‘전통문화 기반 공공형 대학’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인문학 진흥 등 대학의 공공기능을 강화하고, K-인문선도센터, 한국국학진흥원 등과 협력해 ‘K-인문 콘텐츠’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충북대와 한국교통대는 캠퍼스별로 전공을 분산 배치하고, 해당 분야 특성화를 추구할 예정이다. ‘공유→연합→통합’의 유연한 벽 허물기를 통해 화학적 통합 시너지를 창출하고, 대학-지자체-산업체 등 공유·협업 활동을 통합 관리하는 ‘쿼드 헬릭스 허브 플랫폼 대학’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또한 글로벌 연구 중심대학(청주/오송 캠퍼스), 첨단미래 학문 특화대학(충주/의왕) 등 캠퍼스별 특성화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자료=교육부)

■ “우리는 차별화로 승부한다” 특성화 강조한 단독형 대학들 = 이번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에서 단독형으로 선정된 대학은 △경상국립대 △순천대 △순천향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울산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포항공대 △한동대 △한림대(가나다순) 등 국립대 4곳, 사립대 7곳이다.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과 방위산업의 최대 집적지인 경남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우주항공방산 허브 대학’의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또한 경남 지역 전략산업의 대학원, 연구소 통합조직인 우주항공방산과학기술원(GADIST) 설립 등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발전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순천대는 중소기업과 농업 중심인 전남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세계적인 특화 분야의 ‘강소 지역기업 육성을 위한 대학’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전남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해 과감한 학과 통폐합 및 단과대 폐지로 그린 스마트팜,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 우주항공·첨단소재 특화 無학과·無학년·無학기 교육혁신을 추진한다.

순천향대는 글로벌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학제와 교육의 대변혁을 통해 학생들의 메가 선택권이 구현되는 ‘학생 설계형 대학 교육’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10개 단과대학과 50개 전공을 폐지해 기존 체제를 과감히 허물고 새로운 교육 체제인 4개 유니버시티 및 40개 소전공(15명 이하)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세대 미래캠퍼스는 대학 내 보건·의료 및 AI 산학융합 지구 개발을 기반으로 지역 성장을 견인하는 ‘데이터 중심 미래형 대학’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대학 내 산학융합지구 부지 내 4만 평 상당의 의료-AI 산학융합지구를 조성하고 보건의료 빅데이터 허브로 육성하고자 한다.

울산대는 대학이 지역 산업의 대전환을 견인하는 ‘지산학 일체형 대학’ 혁신 모델을 제시했다. 특히, 울산대와 UNIST 공동으로 미래 신산업 대학원 신설 추진을 위해 학부 정원을 15% 감축해 신산업 분야 대학원 정원으로 추진한다. 이를 통해 특화산업 혁신인재 1만 명 이상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산업 현장과 벽을 허무는 시공간 초월형 캠퍼스 UbiCam 조성을 위해 울산 도심 및 주력 산업단지(6개)에 멀티 캠퍼스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산업육성 펀드 1000억 원 조성도 추진한다.

인제대는 도시의 모든 공간을 교육과 산업 생태계 공간으로 활용하는 ‘All City Campus 대학’ 혁신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제대와 김해시가 주축이 돼 지자체, 대학, 지역 혁신 기관이 참여하는 통합 거버넌스인 김해인재양성재단 출범을 추진한다. 또한 캠퍼스 기능을 도시 전역으로 확장한 현장 중심 캠퍼스도 구축한다.

전남대는 대학과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진출을 선도하는 ‘CNU 글로컬 대학’ 혁신 모델을 제시했다. AI 융복합 혁신 허브인 광주캠퍼스와 신기술·첨단산업 혁신 벨트인 전남캠퍼스 등으로 구성된 MEGA-CNU 캠퍼스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국 온주 국제캠퍼스, 베트남 하노이 바이오클러스터 등과 글로벌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지역 우수 인재,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전북대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생태계를 기반으로 지역 산학협력 혁신, 교육혁신, 글로벌 혁신 등을 통해 전북 주력산업 증진을 위한 ‘지역 플래그십 대학’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새만금거점, 대학-산업 도시 구축을 위해 K-방위산업 클러스터, 2차전지 특화지구, 센서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구축해 도내 대학과 공동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최초 연구중심대학인 포항공대는 과학, 공학 분야의 교육과 연구 혁신을 선도하며 세계로 뻗어가는 ‘대학-지역 동반 성장 대학’ 혁신 모델을 제안했다. 교육혁신, 지역 전략산업의 혁신과 글로벌화를 선도하고, 신산업을 창출하는 글로벌 창업 퍼시픽밸리 구축 등 대학 혁신 추진을 위해 3000억 원의 과감한 매칭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동대는 제약 없는 융복합 교육모델 구축을 위해 14개 학부를 통합한다. 100% 전공 선택권을 무제한 보장하는 ‘문제해결형 원칼리지 대학’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AI 기반 교육과정 개발과 RC(Residential College) 체제로 개편해 아시아 최초 로스쿨 운영 등으로 아시아 최고 수준 글로벌 캠퍼스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ESG 스타트업 혁신 파크 조성, 울릉 그린 아일랜드 프로젝트 등을 통해 포용적 지산학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자 한다.

한림대는 전 학문분야를 △인문·사회융합 △AI융합 △의료·바이오 융합 등 3개의 클러스터로 정립하고, 기존학과를 소단위 전공으로 개편한다. 또한 챗GPT 등 생성형 AI 등장에 대응해 대학 교육의 근본적 혁신을 선도하는 ‘AI 교육기반 창의인재 육성 대학’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태재대와 협력해 한국 고유의 지식으로 훈련된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을 위한 KELI(Korean Educational LLM Initiative)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우승 부위원장은 “많은 대학들이 글로컬대학을 준비하면서 미래 혁신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글로컬대학위원회와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되는 대학뿐 아니라 모든 대학들이 혁신의 비전과 과제들을 차근차근 구현해 나갈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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