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 예비지정 20일 발표, 공동형 유형 전원 국·공립 대학 선정…사립 일반·전문대 통합계획 불투명
원광대·조선대 통합 의지 유지…전문대 일각 “일반대 위주의 통합계획 개선하고 전문대 의견도 귀 기울여야”
우병훈 전주비전대 부총장 “이제 통합은 과거와 다른 양상…글로컬대학 기준 기간 늘리고 신중한 논의 필요”

안동대와 경북도립대가 통합을 전제로 공동 제출한 글로컬대학 제안서. (그림=교육부 제공)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글로컬대학 예비선정 대학이 20일 발표되면서 복수의 학교가 함께 신청한 공동형 유형에 미선정된 대학들의 향후 통합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고등교육 미래 상황을 대비해 통합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대학도 있었지만 사립대학 통합계획이 글로컬대학 기준을 모두 통과하지 못하면서 일반대·전문대 통합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교육계 전망도 나왔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글로컬대학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통합 논의를 나누던 대학들이 이번 예비선정에 미선정된 후 향후 통합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본지가 이들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일부 청취한 결과, 구성원의 의견을 재취합해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과 글로컬대학에 미선정됐음에도 꾸준히 통합 논의를 이어가겠는 계획(향후 통합)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의견이 뒤섞였다.

각 대학이 과감한 혁신안을 제시하면서 글로컬대학 선정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총 15개 대학이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특히 대학 간 연합·통합으로 계획서를 제출한 ‘공동형’ 유형에는 충남·한밭대를 제외한 국·공립 대학이 전원 선정됐다. 과거 통합 안건이 나왔거나 진행 중이던 △명지대·명지전문대 △수원대·수원과학대 △충남대·한밭대 △부산대·부산교대 △강원대·강릉원주대 △경남도립거창대·경남도립남해대 △영남대·영남이공대 △조선대·조선간호대에 이어 △계명대·계명문화대 △동서대·경남정보대·부산디지털대 △전주대·전주비전대·예수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원광대·원광보건대·원광디지털대 △경북대·대구교대가 올해 통합을 발표했다. 이 중 안동대, 부산대, 강원대가 제출한 통합안을 포함한 글로컬대학 사업계획서가 통과돼 예비 선정됐다.

미선정된 대학들은 구성원의 의견을 다시 종합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하면서도 사립 일반대·전문대 간 통합이 모두 인정받지 못한 것은 일반대 위주의 계획 수립으로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통합을 논의하던 한 전문대 인사는 “이번 통합 논의에서 전문대 측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모 대학 기획처장의 경우 제출하는 5쪽 제안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알고 있다”며 “앞으로의 통합 논의에서 양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 취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성공적인 통합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광대·원광보건대, 전주대·전주비전대의 경우 글로컬대학 예비선정에 미선정됐음에도 통합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의 역할은 변해야 하고, 대학 통합이라는 모델이 필요할 날을 대비하며 다음해 글로컬대학에 다시 도전할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논의가 잦아진 대학 통합에 시간을 길게 잡고 계획을 짜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요구하는 통합 완료 기간이 짧은 만큼 학내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 전산 시스템 통일, 통합 학제 조직 구성 등 많은 면에서 조율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병훈 전주비전대 기획처장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통합은 이전에 성사된 대학 통합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병훈 전주비전대 부총장(총장 직무대리)은 현재 글로컬대학 사업 일정에 따라 대학 통합을 진행한다면 성공적인 통합까지 발생하는 걱정거리가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통합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글로컬대학 사업이 설정한 사업 기간과 비용을 꼽았다. 우병훈 부총장은 “현재 제출한 통합안이 좋은 평가를 받고 글로컬대학에 예비선정되면 1년간 통합 계획을 세우고 바로 교육부 승인을 받게 돼 있다. 물리적인 시간 문제가 먼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전주대 통합안의 목표 신입생 모집은 2027년이었는데 과연 그때까지 완벽한 통합 체제를 완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학 간 전산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만 상당히 많은 예산이 소모될 것으로 예상한다. 예비선정된 대학들이 1년간 통합계획을 이행한 수 교육부에 관련 의견 수렴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부총장은 이어 “이번에 글로컬대학 예비지정된 대학들의 제안서를 살펴보면 단독형, 공동형 할 것 없이 지역에서의 특화된 장점을 잘 설명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글로컬대학 신청에서 통합 논의를 다시 이어가기 위해선 각 통합 대학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강점을 가졌으며 이를 어떻게 융합할 것인지를 강하게 어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로부터 경주대와의 대학 통합을 승인받은 서라벌대 이종원 기획처장은 “전산 시스템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한 부분은 먼저 입학 시스템을 합친 후에 시간을 들여 진행할 수 있다. 경주대와 서라벌대도 우선은 각자의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했다”며 “통합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각 대학 보직교수와 집행부가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논의사항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면서 논의한다면 통합을 향한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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