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등교육법 시행령」개정 계획 심의·확정…40여일 간 입법예고
대학 내 벽 허물기, 교류·협력 강화, 참여 기회 확대 등 제도적 기반 마련
교원 교수시간 원칙 폐지,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선 등 방안 제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DB)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경직적으로 규정된 의과대학 등의 수업연한이 6년 범위에서 대학이 유연하게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또한 주 9시간으로 규정된 교수시간도 대학 특성화에 따라 교수시간을 정할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학과, 학부로 규정돼 있는 대학조직도 학과, 학부의 칸막이를 폐지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며, 학생의 전공선택권도 확대한다. 일반대학의 모든 분야에 대한 온라인 학위과정 개설 자율화를 비롯해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도 강화된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제7차 대학 규제개혁 협의회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계획을 심의·확정하고, 「고등교육법 시행령」일부개정령안을 6월 29일부터 8월 8일까지 40여일 간 입법예고한다고 28일 밝혔다.

그간 대학들은 사회변화 대응을 위해 학과(부) 간 장벽 해소, 산업체와 연구기관과의 협력 강화 등 혁신을 추진했지만 법령상 규제로 인해 혁신의 내용과 범위가 과거 사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교육부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혁신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고등교육 전반을 규율하는 시행령을 개정했다. 시행령 총 115개 조문 중 33개 조문이 정비됐다.

개정 중점방향은 △경직적 대학운영을 유발하는 대학 내 벽 허물기 촉진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 강화 △재직자와 지역주민의 고등교육 참여 기회 확대 등 세 가지다.

■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선 등 대학 내 장벽 허물기 촉진 = 교육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과대학 등의 수업연한이 경직적으로 규정된 부분을 손봤다. 기존에는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운영하도록 규정돼 있던 부분을 6년 범위에서 대학이 유연하게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는 예과와 본과 간 교육과정 연계가 미흡하고, 본과 4년간의 교육과정이 과밀하게 실시된다는 우려, 다양한 분야의 의료인력 양성 등이 어렵다는 측면을 고려한 결과다.

앞서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선과 관련해 “교양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의료 전문 기술자로 양성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오히려 예과 2년 동안 교양교육을 받고 본과 4년간 받지 못하는게 더 문제”라며 “이번 개정을 통해 교양교육이나 윤리 교육을 적절히 배치해 운영할 수 있게 돼 훨씬 효과적”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시행령을 통해 전통적 학문 분류체계에 기반한 학과·학부 중심 체계도 변경된다. 교육부는 학과, 학부의 칸막이를 폐지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 대학은 융합학과(전공) 신설이나 자유전공 운영, 학생 통합 선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조직을 자유롭게 구성·운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학생의 전공선택권도 확대된다. 그간 원천 배제됐던 1학년 학생의 전과와 2학년 이상 재학생의 첨단학과, 융복합 학과(전공) 등 신설학과로의 전과가 허용된다. 진로변경을 희망하는 학생은 대학의 진로상담 등을 통해 원하는 전공을 이수하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대학 교원의 교수시간도 대학의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변화된다. 대학의 역할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주 9시간 원칙으로 인해 대학 특성에 따른 교원의 역할 변화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학의 발전전략과 특성화에 따라 교수시간을 정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일반대학의 온라인 학위과정 개설도 자율화된다. 코로나19 이후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 노하우가 축적됐음에도, 여전히 온라인 학위과정은 교육부 사전승인을 거쳐야 하고, 첨단·신기술 분야나 외국대학과의 공동교육과정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이에 모든 분야에 대해 온라인 학위과정을 허용하고 교육부의 사전승인을 폐지해 대학이 자유롭게 해당 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시행령과 「대학 등의 원격수업 운영에 관한 훈령」 개정을 추진한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주요 개정 내용. (자료=교육부)
고등교육법 시행령 주요 개정 내용. (자료=교육부)

■ 국내·외 공동교육과정 운영 근거 마련 등 교류·협력 강화 = 교육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국내 대학들의 경우 공동교육과정에서 운영 주체가 단일 대학으로 한정돼 복수 대학을 연계한 공동교육과정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교육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학들이 강점분야를 연계해 컨소시엄을 통한 국내·외 공동교육과정 운영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외국대학에 국내대학의 교육과정을 수출하는 경우 교육부의 사전승인을 받는 절차에 대해 이미 국내대학에서 학위를 수여하고 있는 교육과정에 대해서까지 별도의 승인을 거치도록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교육부 사전승인 없이 대학 간 협약을 통해 운영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해 국내 대학의 해외 진출도 촉진한다.

이와 함께 국내 대학 간 공동교육과정 졸업학점 인정 범위(1/2 이내)를 대학 협약을 통해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개선하며, 그간 학점 규제로 인해 발생한 교육과정 연계 제약과 학생들의 커리큘럼 설계 및 과목 선택 제한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학교 밖 수업도 제도화한다. 학교 밖 수업은 산업체·연구기관 등이 보유한 시설·인력·장비 등을 활용한 인력양성을 위해 필수적인 학사제도다. 그간 교육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도입을 요구했지만 교외 편법 학습장 운영에 대한 우려로 원천적으로 금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학교 밖 수업을 이동수업과 협동수업으로 유형을 구분하고 사전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되, 편법 학습장 운영을 방지하기 위한 요건을 마련했다. 이동수업은 학생 복지 차원에서 본교 출석이 곤란한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며, 그 대상을 장애인·국가대표 선수·군인 등으로 한정한다.

이번에 신설하는 협동수업 제도는 산업체·연구기관 등의 시설·장비·인력 등 활용이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과 협약을 통한 학교 밖 수업을 허용한다. 이 경우 학점인정 범위를 졸업학점의 4분의 1로 제한해 학교 밖 수업의 효과는 달성하되, 학습장에서의 불필요한 이론 교육이나 학습장을 전제로 한 학생 모집 등 편법 운영을 방지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이 외에도 산업체위탁교육을 석·박사 과정까지 확대하고, 지방대학의 시간제 등록생 선발가능 인원 확대, 비수도권 전문대학의 성인학습자 정원 외 선발 제한 폐지 등 재직자와 지역주민의 고등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 및 개인은 8월 8일까지 통합입법예고센터 누리집 또는 우편·팩스 또는 전자우편으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교육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견수렴을 거쳐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확정하고 본 개정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고, 대학이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담대하게 혁신할 수 있도록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하게 제거해 대학의 변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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