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 입법 예고
각 대학 총장들 ‘학과·학부 폐지’ 환영…가이드 라인 없어 ‘혼란’
‘주 9시간 강의 원칙 폐지’ 두고 총장·교수 의견 엇갈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DB)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오는 8월 8일 입법예고가 끝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두고 교육계가 어수선하다. 대학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대학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교수들은 기초학문과 비인기학과의 고사, 학문 후속세대의 소멸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6월 29일부터 8월 8일까지 40여일 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학과·학부 조직 원칙 폐지 △교수의 주 9시간 강의 원칙 폐지 △학교 밖 수업 확대 등을 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조직이 전통적 학문 분류체계에 기반한 학과·학부를 중심으로 구성돼 다른 형태로 유연하게 운영하고자 하는 대학에는 해당 규정들이 제약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학과·학부의 칸막이를 폐지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이번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 중 가장 큰 혼란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학과·학부 칸막이 제거’와 ‘교수 강의시간 자율화’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 확대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자율전공이 확대되면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가 나뉘게 됨으로써 기초학문 고사, 교수 채용 감축, 나아가 학문 후속세대 소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 강의시간 자율화의 경우 대학(총장)과 교수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주요 개정 내용. (자료=교육부)
고등교육법 시행령 주요 개정 내용. (자료=교육부)

■ 총론은 있지만 각론은 없는 개정안…“협의 과정 없어 아쉬워” =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전통적 학문 분류체계에 기반한 학과·학부 중심 체계를 폐지하고자 한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정해 융합학과(전공) 신설이나 자유전공 운영, 학생 통합 선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조직을 자유롭게 구성·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대학 총장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생각보다 큰 폭으로 풀린 규제에 다소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느껴졌다. 한 대학 총장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총론은 있지만 각론이 없다”고 평했다.

수도권 A대학 총장은 “그간 대학을 옥죄고 있던 각종 규제가 풀린 것은 환영한다”며 “다만 글로컬대학 사업을 위해 너무 급하게 규제를 푼 것은 아닌지, 각 대학이 풀린 규제를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다소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B대학의 총장은 개정안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협의 과정이 생략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비쳤다. 그는 “일단 개정안 자체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각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없어 대학 입장에서는 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의 자율성이 높아진 부분은 좋지만 사전에 대학들과의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돼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C대학 총장 또한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개정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다만 라이즈나 글로컬대학 사업처럼 공론화 과정이 없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학문 보호라든가 향후 보완계획도 같이 발표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개정안이 오히려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비수도권 D대학 총장은 “대학이 운영의 묘를 살리려면 교육부의 개정안이 오히려 부족한 부분도 있다”며 “교육부에서 핀을 뽑아주면 뽑아줄수록 대학은 더 자유롭게 특성화를 해 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 총장·교수, 첨예하게 갈린 ‘9시간 수업 시수 폐지’ = 교육부의 이번 개정안에는 ‘교수 강의시간 자율화’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그간 교원 교수시간은 매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매주 9시간이 원칙이었다. 이에 대한 제한을 푸는 것으로, 이 안에 대해서는 총장과 교수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C대학 총장은 “9시간 폐지의 본질은 교수에게 교육하고 연구하는 균형 잡힌 연구자로서 역할을 위해 책임 시수를 어느 정도 완화해 주는 안”이라며 “강사나 학문 후속세대를 위해서는 보완책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D대학 총장 또한 교육부의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9시간 강의 시수 폐지는 별 문제 없어 보인다. 강의 시수의 경우에도 교수들이 대학에 기여하는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총장이 정해서 하면 된다”며 “전임교원의 시수를 줄일 경우 다른 강사를 써야 하기 때문에 대학이 마음대로 줄일 수 없고, 시수를 늘리는 경우에도 외부 활동이 줄고, 연구의 질과 양도 하락하기 때문에 대학이 적정선을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각 대학 총장들은 개정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교수 단체에서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9시간 원칙’ 폐지가 교수 채용을 더욱 줄이고 비정규직 교원의 설 자리를 좁힐 것”이라며 교육부가 주당 수업시수 9시간 규정 삭제를 포함한 시행령 개정을 즉각 중단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수도권 대학의 한 시간강사 또한 “대학들이 교육의 공공성을 따지기보다 대학을 경제 논리로만 접근한다”며 “9시간 원칙 문구 삭제는 학문 후속세대인 시간강사의 절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공계 박사의 경우 박사후과정(포닥)을 통해 재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이 제도가 사라져 학문 후속세대가 고사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이번 개정안은 학문 후속세대의 소멸을 가속화 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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