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법 시행령’‧‘대학설립‧운영 규정’ 등 국무회의 통과
학과‧학부 원칙 사라지고 1학년 학생 전과 금지도 사라져
의대 예과 2년, 본과 4년에서 6년 이내 자율 운영으로 변경
예비군 동원, 훈련 관련 학업 보장 법안도 신설…결석 처리 불가

교육부는 이달 11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1차 공모를 진행한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그간 대학교 2학년 이상부터 가능했던 전과가 앞으로는 1학년 때부터 가능해진다. 또한 2+4로 운영되던 의대도 6년 이내 대학 자율 운영으로 변경됐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대학교 2학년 때부터 가능했던 전과가 앞으로는 새내기인 1학년 학생에게도 허용된다. 학과‧학부 원칙도 사라져 사실상 ‘벽 허물기’가 시작됐다. 이와 함께 의대의 경우 예과 2년, 본과 4년에서 ‘6년 이내’ 대학 자율 운영으로 변경됐다.

교육부는 13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대학의 창의적 혁신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총 115개 조문 중 40개 조문을 개정했다.

개정의 중점 방향은 △대학 내 벽 허물기 촉진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 강화 △재직자와 지역주민의 고등교육 참여 기회 확대 △학생의 권익 보호와 대학 행정부담 완화 등 네 가지다.

(자료=교육부)

■ 대학 내 ‘벽 허물기’ 촉진 =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학과‧학부 조직 원칙’ 삭제다. 학과‧학부 조직 원칙은 처음 교육법 시행령이 마련된 1952년 이후 72년 만에 폐지됐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융합전공이나 무전공 등 다양한 방식을 운영하는 데 걸림돌이 사라졌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던 전공이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하는 ‘전과’도 신입생 때부터 가능해진다. 그간 2학년 이상의 학생에게만 허용되던 전과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1학년도 가능해졌다. 다만, 교대‧사범대, 의과대학, 치의과대학, 약학대학, 한이과대학, 수의과대학, 간호대학 등 정부가 졸업생 수급 규모를 관리하는 전문분야는 대학 학칙에 따라 전과가 제한된다.

대학 교원의 교수시간과 의과대학 등의 수업연한에도 변화가 있다. 연구‧산학‧대외협력 등 대학의 발전 전략과 특성화에 따라 전임교원이 중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주 9시간 전임교원 교수시간 원칙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자율적으로 교수시간을 정할 수 있다.

또한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일률적으로 운영되던 의과대학 등의 수업연한에 대한 규정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의과대학, 한의과대학, 치과대학, 수의과대학, 약학대학은 6년 범위에서 대학이 유연하게 설계‧운영할 수 있게 됐다.

■ 예비군 훈련 참여로 인한 ‘결석 처리’ 부당대우 사라지나 = 이번 개정안에서 새롭게 신설된 규정 중 하나는 ‘예비군 동원 또는 훈련 관련 학업 보장 조치’다. 규정으로 동원 또는 훈련 기간 동안 진행된 수업에 대해 ‘결석 처리’를 하지 않도록 명시했다.

이번에 신설된 제17조의3 ‘예비군 동원 또는 훈련 관련 학업 보장 조치’ 안은 학교의 장이 「예비군법」 제10조의2에 따라 예비군 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을 받는 학생의 학업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당 동원 또는 훈련 기간 동안 △결석으로 처리하지 않을 것 △수업과 관련된 자료 제공 또는 수업 보충 실시 △성적 처리 등 학업에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을 것 등을 담았다.

(자료=교육부)

■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 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 강화 = 이번 개정안은 그간 개별 대학 단위로만 허용되던 국내대학과 외국대학 간 공동교육과정을 다수 대학이 참여하는 방식인 컨소시엄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국내대학이 외국대학에 교육과정을 수출하는 경우 교육부 사전승인 등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대학별 학칙에 근거해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개정했다.

아울러 외국대학과의 공동교육과정 및 국내 대학 간 공동교육과정의 학점 인정 범위를 확대해 대학의 교육과정 운영 및 학생의 교육과정 설계에도 자율성을 확대했다. 공동교육과정의 학점 인정 범위는 각각 졸업학점의 ¾, ½에서 앞으로는 대학 간 협약 범위에 따라 정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현장의 개선 요구가 많았던 학교 밖 수업도 개편됐다. 이동수업과 협동수업으로 구분해 이동수업은 통학이 곤란한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교육부의 사전승인제는 폐지된다. 또한 협동수업을 신설해 학교가 지방자치단체, 산업체, 연구기관 등의 시설‧장비‧인력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해당 기관과 협약을 맺고 학교 밖에서 수업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향후 학교의 자율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 밖 수업 운영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 재직자‧지역주민 고등교육 참여 기회 확대 및 대학 행정부담 완화 = 이번 개정안에는 재직자와 지역주민의 고등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도 담겼다. 산업체 위탁교육이 학사과정에서 석‧박사과정까지 확대됐으며, 비수도권 전문대학의 성인학습자의 경우 정원 외 입학에서 입학정원 제한이 폐지됐다.

그간 산업대학‧원격대학 위탁교육과정의 경우 학사과정만 가능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석‧박사과정까지 위탁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해졌다.

또한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춘 대학이 평생‧직업교육 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시간제 등록생 신청 가능 학점을 상향했다. 기존의 신청 가능학점은 학기당 12학점, 연 24학점이었으나 학기당 24학점, 연 42학점으로 확대됐다. 선발 가능인원도 확대돼 비수도권 대학 선발인원이 10%에서 30%로 상향됐다.

아울러,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성인학습자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비수도권 전문대학의 성인학습자 정원 외 선발 제한을 폐지하고, 전문대학 학위심화과정의 입학자격 중 재직경력 요건을 1년 이상에서 9개월 이상으로 완화했다.

대학 행정부담 완화나 사문화 조문 폐지 등 조문 현실화 내용 등도 개정됐다. 학교 폐지‧위치 변경 인가는 처기기간 60일 이내였지만 30일로 변경됐으며, 학교 안전관리계획의 경우 홈페이지 게시와 별도 서류를 제출해야 했지만 별도 서류 제출이 폐지됐다. 또한 교원대 발전위원회 구성‧운영과 같은 사문화 조문도 폐지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은 사회변화와 교육개혁 등으로 개정이 필요한 조문을 일괄 정비해 대학이 학생과 산업수요에 따라 혁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시행령 개정 후속조치로 동 시행령과 연계된 교육부령, 행정규칙, 지침 등을 함께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학설립‧운영 규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도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고, 대학이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담대하게 혁신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더욱 두텁게 마련하게 됐다”며 “시행령 개정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고등교육법」 전면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