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지자체 협력 체계 방안에 대학 총장들의 다양한 의견 쏟아져
“지역 간 연계와 협력 넘어 대학이 지역혁신의 핵심기관으로 거듭나야”
“지자체와의 소통 중요하다”, “지자체 고등교육 전문성 강화해야”
RISE 앞두고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입장도 전한 총장들
“지산학 협력은 고등교육 핵심”…대학의 혁신 의지 가장 중요

29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202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대학 총장들이 ‘대학-지자체 협력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29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202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대학 총장들이 ‘대학-지자체 협력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부산=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대학사회의 가장 큰 현안은 정부의 대학-지자체 연계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학과 지자체 간 협력 체제가 잘 구축돼야 한다.”

‘202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 시작에 앞서 장제국 대교협 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앞서 협력 체제를 강조한 장제국 회장은 “이제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정책은 대학의 자유를 주는 선진국형으로 과감히 변해야 한다”며 개발도상국 시절에나 유효했던 규제형 정책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29일부터 30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는 ‘대학-지자체 협력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열렸다. 대교협에 소속된 전국 134개 대학 총장들이 한 데 모여 RISE·글로컬 대학 등 정책의 안정적 추진, 고등교육재정 확보 방법, 대학-지자체 협력 체제 구축 방안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홍성태 상명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홍성태 상명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대학-지자체, 신뢰 관계 구축이 우선…지자체와 전반적인 고등교육 생태계 논의해야” = 홍성태 상명대 총장은 대학과 지자체 협력을 위해선 서로 간의 신뢰 관계부터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둔 RISE 체제가 지자체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복안이다.

현재 교육부가 대학과 지역에 요구하는 부분이 관계나 협력을 강조하는 네트워크에 가깝다고 본 그는 대학-지자체의 관계는 상호호혜적 관계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는 새로운 체계 속에서 상호발전을 위해서 서로가 목표를 공유하고 같이 이룰 수 있는 공유 가치도 만들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관계 속에서 대학이 주도적으로 지자체와의 전반적인 고등교육 생태계를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선도적인 대학-지자체 협력 모델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대학이 지역과 연계된 인재 양성과 산업수요에 대응한 연구개발로 지역 발전에 힘쓰듯 지역에서도 대학에서 배출된 인력이 지역산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정착할 수 있도록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차정인 부산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지자체 전문성 부족 우려돼”…국립대학의 안정적 재정 확보에도 영향 갈 것 = RISE의 취지와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대학 지원에 대한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을 걱정하는 의견도 있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RISE의 성공은 지자체의 대학지원 조직 및 인력 정비에 달려있다”며 특히 지자체가 대학과 적극 교류하고 협력하려는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자체별 대학지원 전담부서 및 지원인력 규모가 제각각이라 지원 규모가 달라지고 이는 지역대학 간 격차를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으로 비수도권 17개 시도 중 9개 지자체의 대학지원전담부서가 존재하지 않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차 총장은 “갑작스러운 RISE 사업 준비로 긴급하게 전담인력이 배치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다. 이는 대학지원에 대한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을 야기할 것”이라며 “대학 행정 및 교육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자체 자체적인 전문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립대학에 비해 기초보호학문 육성 등 교육의 공공성을 표방하고 있는 국립대학에 대한 별도의 대처 방안도 주문했다. 그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통해 서울이 76.1%에 비해 광역시는 40~50% 수준에 그친 것을 지적하며 “지자체의 대학예산지원 권한 확대는 국립대학의 안정적인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유발할 것이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국립대학 특성상 정부 차원의 재정 확보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원 중원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황윤원 중원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글로컬대학 예비선정 두고 형평성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 황윤원 중원대 총장은 차 총장의 발언에 공감하며 “고등교육과 대학의 현실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지자체가 실질적 운영 주체가 된다면 지역과 대학의 상생 발전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RISE를 바라본 소감과 충청권 대학들의 RISE, 글로컬대학 준비 상황을 소개한 황 총장은 지역마다 균등한 기회부터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컬대학 사업의 현재 방식으로 RISE가 이뤄진다면 지역대학들이 진정한 지역 균형발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며 “대학들이 분명한 비전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대학 입학정원 감축은 더욱 확실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 입학정원 감축을 유도해도 서울권 주요 대학 모집인원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RISE의 성공을 위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모든 대학의 과감한 입학 정원 감축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글로컬대학 예비 선정 결과에서는 사립대학의 비중을 고려하면 형평성 문제에서 어긋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글로컬대학30에) 전체 15개 선발 대학 중 7개의 사립대학이 선정됐는데 전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 비중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정성택 전남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정성택 전남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기울어진 운동장’, RISE 넘어 전환형 ‘REIS’ 도입 검토해야” = 정성택 전남대 총장은 RISE 이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폈지만 격차 완화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던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 격차와 정책방향’을 예시로 든 정 총장은 “국토 면적의 12.1%밖에 안되는 수도권에 50%가 넘는 인구가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역대학은 인공호흡기를 달고 죽음을 기다리는 중환자와 다름없는 상황이다”며 “고등교육 전체 예산이 확대되지 않고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예산 확보와 더불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역 이원화 캠퍼스 대학, 초광역권 지자체-대학 간 협력사업의 지속적 추진 문제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대학과 지자체 간 수평적 협력 거버넌스를 위해 지자체가 대학을 단순 인력 양성소가 아닌 지역혁신의 동반자로 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건의했다.

지역혁신을 수단으로써의 교육이 아닌 지역교육 혁신 자체를 지역의 혁신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지역 혁신의 주체가 지자체가 아닌 지역 교육기관임을 명확히 했다. 특히 RISE가 지역교육을 활성화시켜 전 분야의 혁신을 가져오는 전환형 ‘REIS(Regional Education Innovation System)’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진=한명섭 기자)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진=한명섭 기자)

■ “지산학 협력은 고등교육 게임체인저…혁신 위해 대학과 함께 가겠다” = 대학 총장들의 다양한 의견에 이성권 경제부시장은 부산시가 추진하는 ‘지산학 협력 도시’로서의 과정을 설명하며 지산학 협력을 통해 기업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2021년부터 지산학협력과를 신설함과 동시에 지산학협력센터 설치, 관련 브랜치 63개 구축 등 지산학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소개한 이 부시장은 “긴밀한 연결, 기술혁신 지원, 미래인재 양성 등을 통해 대학 혁신을 꿈꾸고 있다”며 “부산시는 지산학협력 활성화로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할 것이다. 지역대학들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RISE가 지방 정부의 협력 없이 불가능한 부분에 대학이 걱정하는 부분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내부적으로 지자체 역량에 따라 혁신 성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과 대학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별도의 조례 지정, 대학-지자체-산업계 간 혁신 회의 개최,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균등한 발전에 힘쓸 것임을 밝혔다.

다만 지방 정부의 혁신 의지에 걸맞는 대학 스스로의 혁신도 이뤄져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산학 협력이 고등교육 게임체인저라고 소개한 그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혁신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한계 부분도 명확한 만큼 대학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특성화나 글로벌 대학을 위해 지자체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지원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의 혁신 의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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