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29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 개최
지자체 중심 대학 지원 체계에 대한 전망과 우려, 개선 과제 등 제시
부산, 지산학 협력 우수모델 소개…2019년부터 ‘지산학 브랜치’ 정책 시행
이주호 부총리 “글로컬대학 ‘혁신성’만 보고 선정…벽 허무는 대학 적극 지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9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2023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대학-지자체 협력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9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2023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대학-지자체 협력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한명섭 기자)

[부산=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올해 각 대학 총장들의 가장 큰 화두는 ‘대학-지자체 협력’이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와 글로컬대학30 사업 모두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인 만큼 이에 대한 우려와 쓴소리도 내놨다.

29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23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대교협 세미나)에서는 ‘대학-지자체 협력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134개 대학 총장들은 ‘지산학(지자체·산업계·대학) 협력’을 선도하고 있는 부산의 사례를 살펴보고, 지자체 중심 대학 지원 체계에 대한 전망과 우려, 개선 과제 등을 제시했다.

장제국 대교협 회장(동서대 총장)은 개회사에서 “우리 대학 사회의 가장 큰 현안인 정부의 대학-지자체 연계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지자체 협력 체제가 잘 구축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난 6월 20일 ‘대학-지역혁신TF’를 발족했다. TF에서는 RISE, 글로컬대학 등에 대한 정책 진단과 안정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고등교육재정 확보 방안, 대학-지자체 협력 체제 구축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해 정책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고등교육정책이 이제는 선진국형으로 과감히 옮아가야한다”며 “선진국형 고등교육정책의 핵심은 대학에 자유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대학의 생존 위기를 토로하며 정부에 고등교육 지원을 촉구했다.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전입 규모를 올해 9조 7000억 원에서 내년에 2조 원가량 추가 확보해 전입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올해 1.1조 원에서 내년 2조 원 수준으로 증액 및 자율경비 비율 확대 △‘글로컬대학30’ 예산을 내년 타 사업과 별도로 편성·확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외에도 장 회장은 4대 요건 신속한 개정, 등록금 법정한도 자율 책정 등의 대학 규제 혁신과 소규모 지역대학에 대한 과감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진=한명섭 기자)

■ 지산학 협력의 롤모델이 된 ‘부산’…RISE 선정으로 날개 달아 = 이날 발표를 맡은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부산은) 지역 기업과 대학이 직접 교류하는 ‘지산학 브랜치’를 지난해 50개에서 내년 100개로 늘리고, 기업-대학의 ‘코워크(co-work)’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 규모를 내년에는 3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 지역 대학을 졸업한 인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부산을 아시아 10대 행복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은 지난 3월 △경남 △경북 △대구 △전남 △전북 △충북 등 6개 지역과 함께 RISE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RISE는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지자체 주도로 대학을 지원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는 체계다. 내년까지 시범지역 운영을 거쳐 2025년 전 지역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 부시장은 “지산학 협력이 고등교육 게임체인저”라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혁신을 추진하지만 한계도 명확한 만큼 대학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산학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부산의 노력은 한 순간에 이뤄진 결과가 아니다. 이를 위해 부산은 2019년부터 지역과 산업, 대학이 협력해 인재 양성을 추진하는 ‘지산학 브랜치’ 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2021년부터 지산학 협력 전담부서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3월 교육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산학 브랜치와 같은) 프로그램을 계속 확산하면 기존에 교육부가 공모사업으로 진행했던 것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도 적극적으로 현장 실습에 따른 학점을 과감하게 줄 수 있는 제도를 바꾼다든지, 혁신기업의 요구 프로그램을 대학이 수요에 맞게 창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대학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했다.

‘2023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총장들이 발표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한명섭 기자)
‘2023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총장들이 발표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한명섭 기자)

■ 대학-지자체 협력 위해서는 지자체 역할 중요…전문성 부족 우려 =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수도권 대학을 대표해 홍성태 상명대 총장(서울총장포럼 회장)이, 비수도권에서는 정성택 전남대 총장(7개권역총장협의회장)이, 국립대에서는 차정인 부산대 총장(국가거점국립대학총장협의회장)이, 마지막으로 사립대를 대표해 황윤원 중원대 총장(충북지역총장협의회장)이 참여했다.

홍성태 총장은 대학-지자체의 관계는 상호호혜적 관계에 가깝다고 정의하며 “대학이 주도적으로 지자체와의 전반적인 고등교육 생태계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선도적인 대학-지자체 협력 모델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역에서도 대학에서 배출된 인력이 지역산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과 동시에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ISE와 관련해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차정인 총장은 “RISE 체계의 성공은 지자체의 대학지원 조직 및 인력 정비에 달려있다”며 “하지만 지자체별 대학지원 전담부서 및 지원인력 규모가 제각각이라 지원 규모가 달라지고, 이는 지역대학 간 격차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비수도권 17개 지자체 중 9개 지자체에서는 대학지원전담부서가 존재하지 않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황윤원 총장 역시 차정인 총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황 총장은 “고등교육과 대학의 현실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지자체가 실질적 운영 주체가 된다면 지역과 대학의 상생 발전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컬대학 방식으로 RISE 사업이 이뤄진다면 지역대학들이 진정한 지역 균형발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학들이 분명한 비전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황 총장은 이번 글로컬대학 예비 선정 결과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글로컬대학 예비 선정에서 전체 15개 대학 중 7개의 사립대가 선정됐는데 전체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비중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성택 총장은 수도권 과밀 현상을 예로 들며 현재 수도권 대학들과 비수도권 대학의 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환자로 비유했다. 그는 “고등교육 전체 예산이 확대되지 않고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예산 확보와 더불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체계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정 총장은 “RISE가 지역교육을 활성화시켜 전 분야의 혁신을 가져오는 전환형 ‘REIS(Regional Education Innovation System)’로 넘어가야 한다”며 “지역 혁신의 주체는 지자체가 아닌 지역 교육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3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총장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3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총장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이주호 부총리, 총장과의 간담회에서 대학 혁신 지원 정책 기조 밝혀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현재 대학이 처한 어려움을 언급하며 교육부가 대학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 중인 정책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 가속화 등으로 인해 대학도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며 “향후 10년이 위기를 극복할 대학 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환경변화에 대응한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4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대학개혁을 추진 중이다. 4가지 전략은 △지역 주도로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대학 내·외의 벽을 허무는 선도대학으로 혁신모델을 창출하는 ‘글로컬대학30’ △선진국 수준의 대학 자율 실현을 위한 ‘대학규제 혁신’ △경영위기 대학 증가에 따른 ‘선제적인 대학 구조개혁’ 등이다.

이 부총리는 “공고한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규제혁신과 대학 자체의 혁신 노력도 필요하다”며 ”혁신적으로 벽을 허무는 대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총장과의 간담회에서는 이번 글로컬대학 예비선정 결과를 두고 차년도 대학 유형별 분리 평가 가능여부, 또 다른 지원정책 발표가 있을 예정인지 등 다양한 질문이 오갔다.

이 부총리는 “이번 (글로컬대학) 선정은 정말 혁신성 하나만 보고 선정했다”며 ”선정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선정된 곳은 선정된 대로, 안 된 곳은 안 된 대로 혁신을 지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제출된 혁신 기획서를 보고 교육부 내에서도 많은 반성이 있었다”며 “상당히 혁신적인 안들이 많이 제출됐다”고 덧붙였다.

총장들의 건의도 이어졌다. 홍성태 상명대 총장은 대학 평가와 관련해 평가를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것만 진행했으면 한다고 했으며, 박종태 인천대 총장은 대학 구분을 기존의 수도권, 비수도권이 아닌 서울권과 지역대로 구분해달라고 건의했다.

한편, 이 부총리는 최근 대학에서 발생한 예비군 훈련 참여 학생의 결석처리 사태와 관련해 총장들에게 예비군 훈련 참여 학생에 대한 학습권 보호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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