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이론에 기업맞춤형 교육까지…일찍 취업하고 싶은 학생에게 좋은 디딤돌 역할
기업체 취업형, 조기취업형, 군의무복무형…정원외로 선발
경기침체 장기화, 만성 취업난 속 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 ‘주목’
인공지능(AI), 반도체 인력 수요 증가에 따라 첨단분야 계약학과 확대

단국대가 내진·초고층 분야의 계약학과 박사과정을 신설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단국대가 내진·초고층 분야의 계약학과 박사과정을 신설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수험생들은 어떤 기준으로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까? ‘대학 간판’이나 ‘학과’를 고려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청년 취업난으로 현실성을 따지는 수험생도 부쩍 늘었다. 취업난 돌파에 방점을 찍은 수험생들을 위해 취업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계약학과’에 대해 집중 살펴봤다.    

■ 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에 방점 둔 ‘계약학과’ = 계약학과는 기업과 대학이 계약을 맺고 기업이 요구하는 특정 분야를 전공으로 개설해 인력을 양성하는 학과를 뜻한다. 대학은 기업의 요구에 맞춰 전공을 개설해 해당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학자금을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해당학과를 졸업함으로써 기업에 취업을 보장받을 수 있다.  

폭넓은 기초 지식을 배우는 일반 학과와 달리 계약학과는 특정한 분야의 연구·기술 분야에 집중된 교육을 받으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방점을 둔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반으로 산업 구조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인공지능,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분야의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분야와 관련된 계약학과가 늘어나는 추세다.  

계약학과는 크게 ‘재교육형’과 ‘채용조건형’으로 구분된다. 재교육형은 산업체 직원의 업무향상을 위해 교육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산업체에 일하고 있는 근로자가 지원할 수 있다. 산업(기업)체는 소속 직원의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서나 재교육, 전직(轉職)교육 등을 위해 경비의 일부나 전부를 부담하면서 대학에 교육을 의뢰하는 경우 모집에서 정원외로 선발할 수 있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단어 그대로 채용을 조건으로 학자금지원 계약을 체결하고 특별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는 형태다.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며 기업체취업형, 조기취업형, 군의무복무형 등 3가지로 구분된다. 

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는 외부 기업이 교육부 승인을 거쳐 대학과 직접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대학에서 일정 기업과 업무협약을 통해 학과를 졸업하면 해당 기업체 일정 기간 근무해야 한다. 군의무복무형 계약학과는 국방부에서 주관하여 채용조건으로 만든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가 대표적이고 최고의 사이버보안 전문 장교를 양성한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매년 다수의 참여기업이 채용을 목표로 학생을 선발하며 참여 기관이 해마다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 대기업 취업 보장되는 ‘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 =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청년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주목받는 게 바로 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다. 대표적으로 경북대 IT대학 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전공을 꼽을 수 있다. 2011년 3월에 설립된 모바일공학전공은 삼성전자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로 재학생들에게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특성에 따라 최소 채용 절차 통과자에 한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채용이 보장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4년간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4학년 첫 학기에는 삼성전자에서 인턴활동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 밖에 기숙사비 일부 지원, 삼성전자 신제품 개발과정 참여, 우수학생 해외연수 기회도 제공된다. 

숭실대는 올해 5월 LG유플러스 채용연계형 계약학과 ‘정보보호학과’를 신설했다. 숭실대는 IT 대학 내에 정보보호학과를 신설하고 2024학년도부터 매년 2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학과는 4년제 학부 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입학생 전원에게 2년간 전액 등록금을 지급하고 생활지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2학년을 마치면 별도 전형을 거쳐 산학 장학생으로 선발한다. 선발된 장학생은 추가 전액 등록금, 생활지원금, 모바일 통신 요금 등 혜택을 받고 LG유플러스 입사 기회도 주어진다. 

서경대도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에 따른 일자리 형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신산업 수요에 맞는 교육운영을 위해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서경대는 예능계열의 미용예술학과, 헤어·메이크업디자인학과, 헤어디자인학과, 뷰티테라피&메이크업학과에서 정원외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특히 헤어·메이크업디자인학과, 헤어디자인학과는 마샬헤어, 제오헤어, 준오헤어, 박준뷰티랩 등 규모가 큰 미용 프랜차이즈와 협약을 맺고 미용 전문인을 키워내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계약학과 개설의 흐름을 보면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의 인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계약학과가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21학년도에 고려대와 SK하이닉스와 협약한 반도체공학과가 신설되고, 같은 해 연세대는 삼성전자와 협약해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신설됐다. 2023학년도에는 카이스트, 포스텍, 한양대 등에서 반도체공학과가, 서강대에서는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고려대에서는 스마트모빌리티학부와 차세대통신학과가, 연세대는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등 기존 반도체중심에서 다양한 첨단 분야로 확대됐고 개설 대학도 늘어났다. 

서경대 헤어디자인(계약)학과 학생들이 ‘제15회 KMBA 전국헤어기능경기대회’ 종합대상을 받았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서경대 헤어디자인(계약)학과 학생들이 ‘제15회 KMBA 전국헤어기능경기대회’ 종합대상을 받았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2~3학년 때부터 산업체 재직자로 간주되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미래기술 인재에 관심있는 수험생들이 도전해볼 만하다.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관하고 5개 대학이 시행하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취업 100%가 보장되는 학과다. 교육부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사업’으로 2018년부터 경일대, 목포대, 전남대, 한국공학대, 한양대 에리카 등 5개 대학에서 선발하다가 가천대, 순천향대, 동의대가 추가돼 현재 8개 대학 28개 학과가 참여해 운영하고 있다.

지원자는 하나의 모집단위(모집단위는 기업)에만 지원할 수 있다. 수시 합격자는 참여기업의 채용 확약서가 제출돼야 합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확정된다. 2~3학년 때부터는 산업체 재직자 신분으로 교육을 받게 된다. 학사학위(공학사)를 기업 수요에 따라 3년 만에 취득할 수 있으며 전 과정을 이수할 때까지 원칙적으로 휴학이 불가능하다. 1학년 이수 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기업과 졸업 시까지 근로계약을 유지해야 하며 재학 중 본인의 사유로 퇴직할 경우 제적 처리한다. 자퇴 및 제적 시 본인에게 지원된 1학년 등록금의 정부 장학금 및 취·창업지원금 전액을 반납해야 한다. 군입대 휴학, 기업체 폐업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 한해 별도 심의절차를 거쳐 재학 여부를 결정한다.

1학년 때는 대학에서 전일제 수업을 통해 전공기초 능력과 현장실무 기본교육을 배우고(1학년: 이론 실무교육 60학점 이수) 2~3학년 때는 협약한 기업에서 주간 근무하면서 재직자 신분으로 교육을 받게 되므로 야간과 주말(금요일 야간/토요일 주간수업)에도 수업을 실시하며 재직하고 있는 산업체의 직무에 필요한 맞춤형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는다(2,3학년: 일·학업병행과 직무관련 심화교육 60학점 이수). 대학 4년 교육과정을 3년 내에 이수해야 하므로 방학 중에도 학기가 진행되고 졸업 시까지 고용계약을 체결한 기업과 고용계약을 유지해야 하며, 본인의 사유로 퇴직할 경우에는 대학에서 제적 처리되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모집시기는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실시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지난해부터 수시 전형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정시 이월 인원으로 선발할 수 있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의 참여기업체의 정보는 계약학과 선도대학 종합포털(https://earlyuniv.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운영하는 대학별 사이트를 통해 참여 기업을 확인할 수 있다. 해마다 선발하는 기업체와 인원이 변경되므로 당해 연도 수시모집 요강을 참고해 참여기업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숭실대 정보보호학과.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숭실대 정보보호학과.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육해공군의 기술 장교를 목표로 한다면 ‘군의무복무형’ 주목 = 군의무복무형 계약학과도 있다. 군대와 취업을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군의무복무형 계약학과는 전문적 지식과 덕성을 겸비한 육·해·공군의 기술 장교 육성을 목표로 한다. 군의무복무형 계약학과과 개설돼 있는 대학(학과)은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세종대 국방시스템공학과 △세종대 항공시스템공학과 △한양대에리카 국방정보공학과 △아주대 국방디지털융합학과 △충남대 국토안보학 전공 △충남대 해양안보학 전공 등이 있다. 

이들 계약학과를 졸업하면 육군, 해군, 공군에서 첨단 분야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다. 직업군인을 목표로 준비하는 일반 대학의 군사학과와 같이 장교로 임관되지만 병과가 지정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입학과 동시에 졸업 시까지 등록금 전액을 군에서 지급한다. 학부 4년에 졸업 후 의무복부 3년을 더해 총 7년간의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의무복무기간을 마치면 장기복무를 선택하거나 꼭 군인이 아니더라도 전공과 관련한 연구소나 산업체 등 다른 기관으로 취업할 수 있다. 전형방법 중 체력검정과 군 면접을 실시하기도 한다. 해당 군에서 주관하는 체력검정과 군 면접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며 면접 기출문항 등을 파악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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