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 ‘공동형’에 예비지정된 대학들, 구성원 반발에 ‘진땀’
늦어도 다음주 중 찬반투표 마감…이달 중 통합 논의 마무리해야
10월 6일 실행계획서 제출 마감 앞두고 구성원 설득에 ‘안간힘’

지난 5월 글로컬대학 30 사업 참여를 위한 논의를 시작한 충북대와 한국교통대는 찬반투표를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사진은 고창섭 충북대 총장(우), 윤승조 한국교통대 총장(좌). (자료=한국대학신문DB)
지난 5월 글로컬대학 30 사업 참여를 위한 논의를 시작한 충북대와 한국교통대는 찬반투표를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사진은 고창섭 충북대 총장(우), 윤승조 한국교통대 총장(좌). (자료=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5년간 1000억 원이 걸린 국책과제 ‘글로컬대학30’ 사업 최종 선정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공동형’으로 지원한 대학들 사이에 균열음이 들리고 있다. 통합투표를 앞두고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글로컬대학 사업에 ‘공동형’으로 신청해 예비지정된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 등 4곳 모두가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1도 1국립대’를 모델로 글로컬대학에 도전장을 던져 예비지정된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14일과 15일 양일간에 걸쳐 구성원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권은 전체 교원과 교직원에게 부여되며, 학생은 대의원이 투표에 참여한다. 투표결과는 학생, 교수, 교직원의 투표율이 각각 50%를 넘고 찬성률도 50%가 넘었을 때 세 주체의 찬성률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세 주체의 찬성률을 모두 더해 평균을 냈을 때 60%가 넘으면 글로컬대학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반대표가 많이 나온 경우에는 교무회의와 대학평의회에서 논의한다.

강원대-강릉원주대 통합의 관건은 동문회와 경제인연합회다. 강원대 삼척캠퍼스 총동문회는 최근 삼척시청 앞과 시내 등에서 ‘강원대 글로컬사업 반대 범시민 규탄대회’를 열었다.

동문회는 “강원대는 삼척‧도계 캠퍼스 동문과 지역 주민들에 대한 설명회나 공청회, 합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강릉원주대와 통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3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사업이 추진될 경우 대학은 물론, 지역 소멸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원경제인연합회와 동해경제인연합회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통합대학이라는 한 울타리에서는 춘천, 원주, 강릉에 비해 수도권 접근성이 멀고 규모가 작은 도시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아 학생수는 급감하며 지역소멸은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김헌영 총장은 “이번에 사업에 선정되지 않으면 우리 대학은 구성원 합의에 따른 자체적인 혁신이 아니라 외부의 강도 높은 구조개혁 요구를 수동적으로 따라야 하는 뼈아픈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두 대학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산대는 지난 7일과 8일 학내 구성원(전임교원‧조교‧직원‧학생)을 대상으로 부산교대와 통합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학생과 교원의 찬성 비율은 각각 43%, 86.7%로 집계됐다.

부산대-부산교대 통합의 관건은 계획 수정이다. 당초 계획에는 부산교대 연제캠퍼스를 사범대를 옮겨 종합교원양성체제를 구축하는 안이 담겼으나 최근 사범대는 그대로 두고 평생교육원과 창업관련 기능을 연제캠퍼스로 옮겨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캠퍼스’로 육성하기로 결정됐다.

이에 부산교대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반발했으며, 부산교대 총동창회 또한 ‘예비지정 대학 선정 철회 촉구’ 집회를 여는 등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통합이 가장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곳은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다. 안동대는 지난 4일과 8일 ‘글로컬대학30, 대학통합 공청회’를 열고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더해 안동대는 11일부터 15일까지 구성원 투표를 진행한다. 교수, 직원, 학생 모두가 1인 1표씩 행사할 수 있으며, 반대표가 많을 경우 설득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통합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충북대-한국교통대다. 오는 19일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양교 간 의견 차이가 커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에는 “통합 논의를 중단하라”는 반발 기류까지 생기며 암초를 만났다.

충북대-한국교통대의 경우 어느 한 대학만이 아닌 양교에서 모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두 대학 관계자 모두 난감한 눈치다.

충북대에서는 학생을 중심으로 모인 ‘통합반대연합’이 결성돼 적극적으로 통합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충북대 대학본부 앞에 100여 명의 학생이 모여 통합 논의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교통대에서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일 충북대가 가진 학내 구성원 대상 공개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충북대가 흡수통합을 당연시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일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대 총학생회 등이 참여한 글로컬대학30 학생추진위원회는 지난 7일 고창섭 충북대 총장의 발언 등을 문제삼으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추진위원회는 “지난 5일 충북대에서 개최한 공개토론회에서 고 총장이 ‘교명 변경에 대해 협의는 하겠지만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발언한 것은 양 대학의 통합을 (충북대로) 흡수통합으로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국교통대 또한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충북대 공개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두 대학이 합의한 단계적이고 수평적 통합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항의했다.

여기에 더해 충북대가 예고한 찬반투표 일정도 한국교통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충북대는 오는 19일 교수, 학생, 직원을 대상으로 ‘대학통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대학30 추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전 논의 없이 통합 찬반 투표일을 결정하면서 한국교통대 측도 입장이 난감해졌다. 19일에는 한국교통대 축제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랴부랴 한국교통대도 20일경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통합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충북대의 투표 결과가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교통대 관계자는 “충북대에서 먼저 투표가 진행되면 어떤 식으로든 뒤에 진행될 투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을 봤을 때 수평적 통합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진통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전제로 하고 있는 예비지정 대학들은 늦어도 이달 중 통합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다음달 6일까지 교육부에 글로컬대학30 실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합 논의를 추진 중인 대학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통합 반대가 우세하게 나오면 통합 추진은 험로에 접어들 전망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