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
내신 체계‧평가방식, 수능 과목까지 대대적 변화 돌입
2028 수능, 선택과목 폐지하고 통합형으로 시행
사탐‧과탐 선택 없이 ‘통합사회’, ‘통합과학’ 응시
고교 내신은 5등급 체제로…절대+상대평가 기재

올해 9월 모평의 특징은 전체 지원자 수가 줄어든 가운데에서도 늘어난 N수생, 수학(나)+사탐을 선택한 '문과' 수험생 비율 증가로 볼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실시된 2019학년 수능 시험장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교육부는 10일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수능 시험장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5학년도부터 시행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일명 고교학점제)를 앞두고 교육부가 전면적인 체제 개편을 시행한다. 내신 평가방식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까지 대대적인 변화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이 다양해지는 만큼 과목에 따른 유불리와 내신 성적 부풀리기 등의 논란을 없애고, 동일한 내용과 기준으로 수능을 치르도록 해 평가하겠다는 복안이다.

교육부는 10일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 보고하고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이번 시안은 대입제도의 중요한 가치인 공정과 안정을 중심으로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수능시험’과 ‘고교 내신’을 개선하는 방안을 담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제도는 미래인재 양성에 기여하면서 학생‧학부모‧고교‧대학 모두 예측 가능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능은 ‘공정성’을 확보하고, 통합적‧융합적 교육을 유도하고, 내신은 교육개혁‧교실수업 혁신에 발맞춰 평가방식을 혁신했다”고 설명했다.

■ 선택과목 없이 통합형으로 치르는 ‘2028 수능’ = 2028학년도 수능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직업탐구 영역은 모두 선택과목 없이 통합형으로 시험을 보게 된다. 과목에 따른 유불리 없이 동일한 내용과 기준으로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우선, 가장 크게 변화하는 부분으로는 선택과목이 폐지된다. 현행 수능에서는 국어 ‘공통+2과목(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 중 택1’, 수학 ‘공통+3과목(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중 택1’, 사회 ‘9과목 중 최대 택2’, 과학 ‘8과목 중 최대 택2’, 직업 ‘5과목 중 택1, 공통+1과목’이었지만 개편안에서는 국어, 수학, 사회‧과학 모두 공통과목으로 치르게 된다.

특히, 수능 사회‧과학탐구에서 응시자는 ‘통합사회’‧‘통합과학’ 두 과목 모두 시험을 치러야 한다. 개별 과목에 한정된 지식 암기 위주의 평가에서 사회‧과학 전반을 다루고 논리적 사고역량을 키우는 융합 평가로 개선하고, 변별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과목 간의 벽을 허물고 융합적인 학습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의 수능 선택과목 체계는 학생의 진로에 맞는 선택을 지원하기보다는 점수을 얻기 유리한 특정 과목으로의 쏠림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다. 과목 선택에 따라 같은 원점수일지라도 실제 수능 성적표에 기재되는 표준점수는 달라질 수 있어 학생들이 전략적으로 수능 과목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학년도 수능의 경우 과학탐구에서 지구과학Ⅰ은 33.7%가 선택했지만 물리학Ⅱ는 0.6%의 학생만 선택했고, 사회탐구는 생활과윤리 32.9%, 경제 1.1%로 학생들의 선택이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에 열린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한 고교 교사는 “현재의 수능 선택과목은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 진로와 무관하게 점수 취득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욱이, 고교학점제가 처음으로 전면 적용되는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더욱 세분화된 과목으로 배우기 때문에 현재의 수능 과목체계에 학점제를 그대로 반영할 경우 과목 유불리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따른 결과다.

이 외에 한국사 영역과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교육과정에 따라 출제과목만 조정하고, 영역별 평가방식과 성적제공 방식은 안정성을 위해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 EBS 연계는 50% 간접 연계 방식을 유지하되 연계 체감도가 높은 출제로 공교육 및 EBS 중심 수능 준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결정해야 하는 추가 검토안으로 ‘심화수학’ 영역 신설 방안도 제시했다. 심화수학 영역은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미적분Ⅱ’, ‘기하’를 절대평가 한다는 내용이다.

■ 20년 만에 개편되는 고교 내신, ‘5등급제’‧‘절대+상대평가’ 함께 기재 = 고교 내신 평가도 2005년 이후 20년 만에 개편된다. 내신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고 1‧2‧3학년 모두 동일한 평가체제로 개편하며,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내신 평가는 각 등급에 따라 1등급(10%), 2등급(24%, 누적 34%), 3등급(32%, 누적 66%), 4등급(24%, 누적 90%), 5등급(10%, 누적 100%) 비율로 변환되며, 전 과목은 절대평가(A~E)를 하면서 상대평가 등급(1~5등급)을 함께 기재(예체능 등 제외)하게 된다.

이는 2021년 2월에 예고된 대로 고등학교 1학년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를 하고, 고등학교 2,3학년 선택과목은 전면 5등급 성취평가(절대평가)를 하게 될 경우 2025년부터 학교 현장의 혼란이 매우 커질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교육부 측은 기존에 예고한 내용이 실제로 적용되면 고 2,3 내신에 성적 부풀리기가 나타나 내신 성적을 기반으로 하는 대입전형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고, 이로 인해 고1 내신이 대입에 더 중요해지는 불공정이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고1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절대평가인 고 2,3 시기에 만회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1 시기의 내신 경쟁과 사교육이 과열되고 이미 증가 추세인 고1 학점 중단과 사교육비가 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았다.

실제로, 성적 부풀리기의 경우 내신 절대평가 모니터링 결과 A등급 비율이 정상 범위보다 높았으며, 고1 학업중단율의 경우 2020년 1.5%에서 2022년 2.3%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검정고시자 수능 응시율 또한 2019년 1.9%에서 2024년 3.6%로 급증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도 주요 변수다. 9등급제에서 1등급은 상위 4%만 받을 수 있지만 학생수 부족으로 1등급 ‘없음’인 고등학교가 43개(2023년 기준)에 달하고 있으며, 고교의 40%가 학년당 학생이 200명 미만인 상황이다. 즉, 현행 9등급제를 유지할 경우 지역의 소규모 학교가 불리하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논‧서술형 평가 중심으로 5등급 체제를 도입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 등에 따른 조치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 세계 유일한 상대평가 9등급제를 해외 주요국처럼 5등급 체제로 전환해 학령인구 감소 등 변화를 반영함으로써 학교‧과목 유불리를 해소하겠다”며 “대입에 필수적인 변별력을 확보해 대학에 다양한 성적‧통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평가 자율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권 카르텔 근절 및 교사의 평가역량 강화 = 공정한 수능을 위해 출제‧검토위원 구성부터 선정, 출제 이후까지 전 단계에 걸쳐 카르텔 유발요인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도 시행된다.

학원에 문항 등을 판매한 사교육 영리행위자는 원천 배제되며, 교육부는 오는 12월 수능 관리규정을 제정해 자격기준 등을 교육부 훈령으로 정해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출제‧검토위원 선정 시 검증된 인력풀 내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결정해 학연‧지연‧친분 등 카르텔 개입을 예방한다.

이와 함께 출제‧검토위원의 사교육 영리행위 여부에 대한 허위신고 소지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과세정보를 확인하고, 출제 후에는 5년간 수능‧모의평가 참여 경력을 이용한 사교육 영리행위도 금지한다.

카르텔 근절과 관련해 교육부는 전담팀 운영을 비롯해, 고의적‧중대적 중대 비리가 발생할 경우 해당 대학에 즉시 정원 감축 등 엄정 처분이 가능하도록 올해 하반기 중에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내신 절대평가 신뢰도 제고와 논‧서술형 평가 확대 등을 대비해 교사의 평가역량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수업‧평가 전문성이 높은 핵심‧선도교원 3000여 명을 집중적으로 양성해 1인 1고교 전담으로 평가역량 강화 연수를 진행하고, 현장의 자율적 연구‧협력을 바탕으로 한 평가방식 고도화도 촉진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는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입제도를 구성하는 두 축인 수능과 고교 내신이 공정과 안정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학생, 학부모, 고교, 대학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며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2028 대입개편 시안에 대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심층 논의 및 의견 수렴을 진행한 후, 올해 안으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오는 11월 20일(잠정)에는 ‘2028 대입개편 시안 대국민 공청회’를 개최해 일반 국민 누구나 토론에 참여해 시안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인문계 학생도 의대 진학 ‘물꼬’ 트여…내신 변별력 약화 ‘변수’ = 이번 2028 개편안과 관련해 입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내놨다. 특히, 그간 유불리 논란을 일으켰던 선택과목 폐지와 공통과목 위주의 수능으로의 변화는 융‧복합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란 평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선택과목 폐지와 공통과목 위주의 수능은 인문계 학생들이 의약학계열 지원이 가능토록 한다는 점에서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인문계 학생들이 의대와 주요 이공계 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며 이번 개편안에 의의를 부여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개편안은 미래 교육을 위한 징검다리로서 의미가 있다”며 “내신 평가의 경우 성취평가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수능은 선택과목에 의한 난이도 조절이나 유불리 문제를 해소하고 미래형 수능을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번 개편안을 두고 “학업부담 경감과 변별력 확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민해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적인 변화보다는 도출됐던 몇 가지 문제점을 보완해 대입제도의 안정성과 예측성을 높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총평했다.

다만, 이번 개편안은 내신 변별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수시 선발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 대표는 “내신 변별력 약화로 상위권 대학에서 현행 수시 선발 방식으로는 학생 선발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수능 최저 강화, 심층면접, 대학별 고사 등 다양한 시도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이 1학년 공통과목과 2학년 일반선택과목에서만 출제되기 때문에 고3 교육과정에서 교육과정의 파행이 우려된다”며 “고3 때 1학년 과목을 다시 수업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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