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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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거듭된 연기로 학생과 학부모를 피 말리게 했던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이 지난 10일 발표됐다. 이번 개편안에서 교육부는 “대입제도는 미래인재 양성에 기여하면서 학생‧학부모‧고교‧대학 모두 예측 가능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정적 변화를 택했다. 일각에서 추측했던 수능에 논‧서술형 도입이나 내신에서 전면적 절대평가 시행과 같은 전면적 변화는 없었다.

이번 개편안을 두고 교육부도 많은 고심을 했겠지만 거시적 측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안정적 변화’라는 선택지는 일종의 면피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가장 크게 아쉬움이 남은 부분은 입시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5지선다형으로 유지되는 ‘수능’이다. 여기서 수능은 시험보다는 평가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객관식 시험을 통한 9등급 상대평가는 기존의 수능이 갖고 있던 문제점을 답습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가방식이 종전의 방식을 유지하는 한 어떤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아도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객관식으로 진행되는 수능은 정해진 답을 찾는 방식이기 때문에 결국 암기식 교육 성과 비교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이는 창의적‧융합적 인재를 원하는 사회적 수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현재의 인재 선발 방식이 시대의 흐름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안정적 변화를 택한 교육부의 선택이 아쉬운 지점이다.

이번 개편안에서 서울 상위 16개 대학의 정시 40% 정책이 언급되지 않은 것도 의아한 부분 중 하나다. 이미 각종 매체에서 2019년 정시 40% 선발된 이후로 N수생이 빠르게 늘기 시작해 2024학년도 수능 원서접수에서는 졸업생과 검정고시 출신의 N수생 비중이 35%(17만 7942명)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낸 바 있다.

이처럼 N수생이 늘어난 가장 주요한 이유는 인서울 상위권 대학이 높은 정시 선발 비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재수, 삼수를 하더라도 수능만 잘 본다면 지방대에서 인서울대, SKY, 의대 등 학벌 사다리를 탈 수 있다는 기대는 지방대의 황폐화와 학생 개개인의 기회비용을 소진시키고 있다. 정치적 결과로 만들어진 정시 40% 선발이 재수생 양산의 주범이 된 셈이다. 대학 진학에 몇 년씩 허비하는 학생들의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국가적 손해도 막심하다.

마지막으로 내신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함에도 불구하고 상대평가를 병기하기로 한 부분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성취도를 판단하는 절대평가와 달리 등수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 상대평가에서는 답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학생과 학부모가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담이 존재하면 교사들은 서술형 시험에서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를 제출할 수밖에 없게 된다. 즉, 비판적‧창의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겠다는 교육부의 취지와는 반대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번 개편안을 살펴보면 많은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수능은 5지선다형 객관식에 9등급 상대평가이며, 내신에서는 여전히 상대평가가 존재한다. 또한 내신에서의 논‧서술형 도입 또한 상대평가로 인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근 저출산이 심각해지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급격히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가 됐다. 이런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으로는 과도한 교육비가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2028 대입 개편안은 5년 후 미래를 그리는 데 가장 중요한 축이었다.

취임 초기부터 교육개혁을 주요 의제로 삼은 정부와 교육부의 선택으로는 다소 아쉽다는 평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부고속도로를 추진해 발전을 이끌어 낸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교육부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려한 강력한 개편을 추진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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