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폭발 사고 후, 연구실안전법 개정됐지만 대학 안전관리 허술
대학 연구자 63%만 안전교육 이수…제재 없고, 의무사항인 줄 몰라
‘연구실 안전 환경 구축’ 예산 지난 2년간 33억 원 삭감…“재정·행정 지원책 마련돼야”

11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서동용 의원. (사진=한국대학신문DB)
11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서동용 의원.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전국 실험·연구실에서 발생하는 사고 10건 중 6건이 여전히 대학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다수의 대학이 연구실안전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었으며, 예산도 삭감돼 재정·행정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위원(더불어민주당)이 분석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관별 연구활동종사자 및 사고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연구·실험실에서 발생한 전체 사고는 1250건으로 이 중에서 약 60%(758건)가 대학에서 발생했다.

대학의 높은 연구·실험실 사고 발생률은 2020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으나 2년 전보다 대학 연구 종사자 수는 약 5%(5만 315명) 줄고 사고 발생률은 50%(60건) 증가해 대학 연구실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2019년 경북대 실험실의 폭발 사고로 학생연구원의 안전과 보상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국회는 대학 내 학생연구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과 연구실안전관리위원회 설치·운영 의무화 등을 담은 「연구실안전환경조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연구실안전법)을 2021년에 통과시켰다.

그러나 대학의 연구·실험실 종사자 수 대비 사고 발생률은 2021년 전년 대비 33.9% 증가했다. 2022년에는 13.6% 늘어 꾸준히 상승했으며 전체 연구·실험실 사고 중 약 60%가 매년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서동용 의원실이 입수한 ‘2022년 연구실 안전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대학이 연구실안전법을 준수하지 않아 대학의 연구활동종사자가 열약한 처지에 놓여있었다. 개정된 「연구실 안전법」에 의하면 대학은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실안전관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해야 하지만 지난해 26개 대학이 단 한 번도 해당 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대학 연구실의 안전환경관리 전반을 담당하고 개별 연구실의 안전관리담당자를 지도하는 ‘연구실안전환경관리자’가 없는 대학도 10곳에 달했다. 「연구실 안전법」 10조에 따르면 ‘연구실 안전환경관리자’는 연구활동종사자의 인원수에 따라 배치돼야 한다. 하지만 10개의 대학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안전환경관리자를 지정하지 않아 대학 연구실 안전관리에 공백이 발생했다.

유해화학물질이나 독성가스 등을 취급해 사고 위험도가 높은 연구실은 정기적으로 ‘사전유해인자위험분석’을 실시해야 하나 대학 전체 2만 5261개 연구실 중 4264개 연구실(16.9%)이 유해인자를 사전에 분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실시 사유로는 ‘연구실 책임자의 기피’가 36.8%로 1위였고, ‘실시방법을 모른다’는 답변은 2위로 11.4%를 차지했다.

연구활동종사자 정기교육 이수율 또한 평균 63%로 집계돼 절반에 가까운 대학 연구원이 사실상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연구기관과 기업을 포함한 민간 연구원의 이수율은 99%에 가까워 연구기관 중 대학이 가장 낮은 정기교육 이수율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이유로는 ‘낮은 이수율에 대한 과태료 등 별다른 제재조치가 없어서’와 ‘교육 의무사항인 줄 몰랐다’는 답변이 각각 27.1%, 22.4%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전체 연구실 8만 6236개 중 5만 929개(59.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대학이 안전예방과 관리를 부실하게 하는 가운데 77.7%의 대학이 안전유지관리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학의 1인당 안전 유지 관리비 확보액은 6만 원, 집행액은 5만 원으로 연구 기관 중 가장 적은 액수를 기록했다. 집행률 또한 79.4%로 제일 낮았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실 안전 환경 구축’ 예산을 2022년 135억 원, 2023년 118억 원, 2024년 102억 원으로 지난 2년간 33억 원 넘게 삭감했다. 특히 2024년도 ‘안전기반 확충지원’ 사업의 예산안은 7억 2000여만 원으로 올해 21억 원보다 14억 원 가까이 대폭 깎였다.

연구실의 안전 보호구와 장비 확충 등을 지원하는 대상기관도 22개에서 4개로 줄었고, 연구기관에 안전 전담 조직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은 10개 기관에서 5개 기관으로 감소했다.

대학 연구실 안전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교육부는 비이공계 연구실을, 과학기술정통부는 이공계 연구실 안전관리를 시행한다. 교육부는 2019년 경북대 실험실 사고 이후 미술학과, 무용학과 등 비이공계 대학의 실험·실습실 안전사고 예방 컨설팅 및 안전점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기관은 지난 3년간 12.3개에 그쳤다. 이는 연구실안전법의 적용을 받는 대학 중 약 3.6%에만 해당한다.

대학 연구실에 대한 안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교육부와 과기부는 2021년부터 이공계 및 비이공계 실험·실습실 합동점검을 시행했으나 첫해 11개, 지난해에 10개 대학을 합동점검한 것이 전부였다. 2년 동안 전체 연구실안전법 대상 대학의 6.5%만 점검한 것이다.

이에 더해 교육부는 2015년부터 열약한 연구·실험실의 환경 개선을 위해 매년 400여억 원씩 국고를 지급하고 있지만 국립대만을 대상으로 한다. 사립대학에 국고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동용 위원은 “안전한 대학 연구·실험실을 만들기 위한 가장 큰 목적은 사고 예방”이라며 “개정된 연구실안전법이 법조문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실제 연구현장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재정·행정 지원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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