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정원 1000명 증원 논의…의사단체 “합의되지 않은 사항” 반발
여야, 의료인력 확충 위한 의대 정원 확대 공감대 형성, 의협에 전향적 자세 촉구
조규홍 복지부 장관 “현실 엄중하게 인식…의사 수 증원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의대정원 증원과 권역별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신설 등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의대정원 증원과 권역별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신설 등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정부가 조만간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들이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반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에 공감대를 이루고, 의협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과 필수의료 인력 부족 현상으로 붕괴된 의료체계를 복구하기 위해 의료진 충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2020년 9월 의정합의를 맺은 이후 의료현안협의체 등 의료계와 협의기구를 만들어 의대 정원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2006년부터 같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2000년 의약 분업으로 줄었던 의대정원 351명을 복구시키거나 지방 국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500여 명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연봉 3억~4억 원에도 지방의료원에서는 의사를 채용할 수 없고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하는 사례 등이 이어지면서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15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의대 정원 1000명 증원 문제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의협은 17일 의협 산하 전국 시·도 16개 의사회장을 비롯해 대한전공의협의회, 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단 등이 참석하는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의협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대해 “정부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가 사실일 경우 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16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내팽개치는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9·4 의정합의의 정신에 위배된다. 보다 근본적인 의료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일부에서는 파업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의협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현재와 미래의 건강권을 지키려면 의사 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윤 원내대표는 “현재 의료서비스 상황과 미래 의료 수요 상황을 보나 정원 확대가 문제 해결의 대전제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의료계가 요구하는 필수의료수가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은 정부·여당이 의료계와 함께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이번 만큼은 정부와 의료계가 파업이 아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도 의대 정원 확충에 환영의 뜻을 보이며, 전국에서 의과대학이 한 곳도 없는 전라남도 지역에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다만 민주당은 단순히 의사 수만 늘려서는 안되고, 의대 정원 확충과 함께 △국립보건의료전문대 설치 △지역의사제 등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원이 의원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방 의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전부 수도권에 몰리면 지역의 의사 부족 현상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일본·독일·미국 등에서는 이미 지역인재 할당제 등의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상당히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신정훈 의원도 “지방은 노령화가 극심한데 가장 큰 어려움은 의료다. 어린이는 물론 노령층도 살기 힘든 지역으로 전락해버리면 지역 소멸을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고 호소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서울시티타워 1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서 “정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총 14차례에 걸쳐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논의를 해왔지만 10개월간 의대정원 규모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의사 수 부족 문제도 회피할 수 없는 만큼 과학적 통계 기반 수급 전망에 따른 의료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패키지 논의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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