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여의도서 ‘직업교육 바로세우기’ 2차 정책 세미나 진행
박철우 교수, “각 지역별 전문대, 공동체 문화 조성…혁신자원 한곳에”
지자체에 사업 제안할 때, ‘프로젝트 설계’ ‘성과 목표 설정’ 중요

 8일 서울 여의도 KBIZ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직업교육 바로세우기’ 2차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주지영 기자)
8일 서울 여의도 KBIZ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직업교육 바로세우기’ 2차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주지영 기자)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2025년 전면 도입을 앞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에 대비해 전문대 특성화 전략과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전문대 생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직업교육 의미를 확립하고, 직업교육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철우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라이즈 정책 설계 자문위원)는 8일 서울 여의도 KBIZ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직업교육 바로세우기’ 2차 정책 세미나에서 “전문대는 라이즈 체계 속에서 각자 특색을 갖추고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동시에 직업교육 협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전문대 간의 공동체 문화를 조성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책 세미나는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COLiVE, 회장 남성희)가 주최·주관해 열렸다. 라이즈는 교육부의 대학 지원사업 행·재정 권한 일부를 지방정부에 위임하고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추구한다. 현재 7개 시범지역에서 라이즈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12월 말까지 나머지 10개 지역으로 확대된다.

박철우 교수가 ‘지역 평생·직업교육 혁신을 위한 RISE 프로젝트 설계’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전문대 차별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박철우 교수가 ‘지역 평생·직업교육 혁신을 위한 RISE 프로젝트 설계’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전문대 차별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박 교수는 ‘지역 평생·직업교육 혁신을 위한 RISE 프로젝트 설계’ 주제 발표에서 전문대 차별화 전략 중 하나로 ‘스킬 전문성’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대는 직업교육 전담 대학으로서 학생들의 ‘스킬 전문성’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재정 지원과 제도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개인’에 초점을 맞춘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개인에 초점을 맞춘 직업교육이 요구된다. 개인 안에 있는 직무를 보고 생애전주기에 걸쳐 직업교육이 펼쳐져야 한다”며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직업교육이 필요하다. 또 전문대가 ‘내 옆의 직업교육, 평생교육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성장기-성숙기 산업’에 맞춰 직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안정적인 교육 인프라 투자와 교육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생산, 설계 직무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직업교육을 직무 단위로 접근할 때, 생산 영역을 전문대가 담당해야 한다”며 “산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생산 영역에서 인력 공급이 어려워지면 경제가 무너진다. 직업교육과 전문대가 이 부분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간의 협력 생태계를 기반으로 고용률과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박 교수는 “각 지역별 전문대가 공동체 문화를 만들고 현재 위기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며 “각자 재정지원사업에 욕심을 내기보다 직업교육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의 혁신자원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대학이 지자체에 제시할 사업계획서 작성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전문대가 지역 혁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프로젝트를 설계해 지자체에 제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과제는 기존에 하던 사업을 조합하면 된다”며 “프로젝트와 성과 목표를 무엇으로 설정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정 토론회에서 한광식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 사무총장이 전문대 간의 협력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주지영 기자)
지정 토론회에서 한광식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 사무총장이 전문대 간의 협력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주지영 기자)

■ 라이즈 체계 속 전문대 역할·지자체 협력 방안은 =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정 토론을 통해 향후 라이즈 체계 속 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 역할과 지자체와의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도 쏟아졌다. 

토론에 참석한 박찬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국장은 “라이즈 전환을 앞두고 교육부와 지자체가 모두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전문대가 프로젝트 설계 단계부터 지자체 거버넌스에 적극 참여해 요구사항과 직업평생교육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별 학교 단위별로 광역 지자체와 접촉하면 일반대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각종 연합체를 활용해 지방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대가 기존에 운영하는 사업 사례를 바탕으로 정부에 지원사업 제안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영민 숙명여대 교수는 “앞으로 전문대는 입학자원 확보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성인학습자, 유턴 대학생을 대상으로 사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정부에 사업을 제안하는 게 낫다. 결국 아이디어 문제다”고 밝혔다.

조정윤 국제고용개발원 이사장은 역량 중심의 직업교육을 바탕으로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이사장은 “전문대 교육의 핵심은 ‘스킬 위주 교육과정’에 있다”며 “스킬이 중심이 되는 교육 과정을 개발해 산업체와 전문대 간의 인력 공급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한광식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 사무총장은 “라이즈 체계에서도 전문대 파이가 있다. 하이브(HiVE)사업이 라이즈 체계에서 확대될 여력이 있다”며 “개별 대학 몇 개교가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전국의 모든 전문대가 멀리 갈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서로 도와가며,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 세미나에는 전문대 총장, 보직 교수 등을 비롯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 한국연구재단, 국제고용개발원,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등의 기관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했다.

정책 세미나에 앞서 오전에는 COLiVE 하반기 정기세미나, 전문대학 평생직업교육 공로상·프로그램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도 진행됐다. 공로상 수상자로는 우성진 대구과학대학교 평생교육원장, 김효준 연암대학교 평생교육원 계장, 장나리 한국평생교육사협회 사무총장이 선정됐다.

공모전 대상에는 다문화 여성 서비스직무역량강화 프로그램 ‘럭셔리브랜드세일즈’ 과정(인덕대, 이정희·김명숙·한춘희)이 뽑혔다. 우수상으로는 생애주기별 반려견 셀프케어(김해대, 진유리·윤정원)와 조향 마스터 창업과정(오산대, 이경수·김수용)이 선정됐다.

남성희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COLiVE) 회장(대구보건대 총장, 전문대교협 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지난 15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인해 전문대 위기가 고조됐다”며 “이 가운데 2025년 본격 시행되는 라이즈 체계 전환에 대비해 직업교육과 전문대 위기를 예측하고 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문대 발전을 위한 지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남성희 회장이 정책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향후 전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남성희 회장이 정책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향후 전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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