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교육부 의대 증원 수요조사 마감…차주 정원 확대 규모 발표 예정
의학계, 의대 증원 필요성에 대해 공감…의료계‧정부 간 충분한 논의 필요
비용, 4대 요건 등 난관…“의대 증원 위해서는 특례 도입해야”

지난 27일 열린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지난 6월 27일 열린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정부는 9일 전국의 의과대학으로부터 희망 증원 수요 제출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다음주 중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의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 적자 운영 중인 의대의 상황, 교사‧교지 등 4대 여건 기준 충족 등 넘어서야 할 난제 또한 만만치 않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단 설명회를 통해 “교육부가 의대 증원 수요조사를 접수해 숫자를 취합할 예정”이라며 “복지부가 취합해 분석하려면 시간이 소요돼 이르면 다음주 초 정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필수의료 혁신 전략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는 현재 고2가 대학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반영된다. 다만, 구체적 증원 규모는 수요조사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의대의 현장 수요와 수용 가능성, 의료 인프라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증원 수요와 학생 수용 역량 조사를 실시했다. 제출 마감은 9일이다.

현재 각 의대가 제출해야 할 내용은 현재의 교육 여건, 희망하는 증원 규모의 최소 인원과 최대 인원 등으로 알려져 있다. ‘최소치’는 각 의대가 교수나 시설을 늘리지 않고 현재 여건에서 증원할 수 있는 학생 정원이며, ‘최대치’는 충원해야 할 교수 규모, 추가 투자해야 할 시설 면적과 기자재 비용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부속‧협력 병원 환자 수, 강의실 등 교육시설 현황도 제출해야 한다.

현재 가장 유력한 방식으로는 기존 의대 정원 확대가 꼽힌다. 내년 4월까지 정원을 확정해야 하는 만큼 기존 의대를 증원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대학에 증원 여력이 있는 경우 2025학년도 정원에 우선 고려할 것”이라며 “증원 수요는 있으나 추가적인 교육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에는 대학의 투자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해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의학계, “증원 필요성에는 공감…충분한 논의 거쳐 결정해야” = 정부가 각계로부터 의대 증원과 관련된 의견을 수렴 중인 가운데, 의학계는 증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8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필수의료‧지역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인력을 확충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는 것에 공감한다”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의료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한국의대‧의전원협회, 한국의학교육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 국립대학병원협회 등 1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현재 실시 중인 대학별 의대 증원 수요 조사는 대학의 주관적인 요구만을 반영한 숫자가 집계됨으로써 의사결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의대 증원 규모와 방법은 증원 수요의 단순 합산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적정 의사 수에 관해 이해당사자 간 이견이 있는 만큼 ‘의료인력 적정 평가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정부와 의료계가 충분히 논의해 적정 의사 수를 산출하자는 주장이다.

■ 비용, 4대 요건 확보 등 현실적 문제 해결해야 = 대학가에서는 의대 증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비용과 4대 요건 등 현실적 문제가 만만치 않다며 우려를 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 의대 관계자는 “오랫동안 등록금이 동결돼 의대를 등록금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몇몇 대학의 경우 실습비용이 부족해 발전기금을 활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2020년 발표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의사양성 비용 추계 및 공공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9개 의대 의예과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용은 평균 2530만 원이며, 실습 수업이 있는 의학과 학생은 1인당 평균 3995만 원이다.

똑같은 2019년 기준으로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37개 의대 평균 1년 수업료는 930만 원이었다. 즉, 수업료만으로는 교육비용을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각 지역에서 원하는 것처럼 의대를 신설할 경우 필요한 금액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제21대 국회에 제출한 의과대학 신설 특별법 7건에 따르면 의대를 신설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최소 766억 원에서 최대 1821억 원에 달한다.

의과 대학과 함께 확보해야 하는 ‘부속병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이에 더해 최소 수천억 원이 필요하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의과대학에 임상실습 교육을 위한 유효병상으로 500병상 이상의 대학 부속 교육 병원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 증원 논의에서 의대 신설은 쉽게 고려하기 어렵다”며 “대학병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부지부터 부대경비, 의료기기‧전산시스템 등 기타 투자비까지 고려하면 최소 4000억 원 이상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4대 교육여건 확보다. 현행 ‘대학설립‧운영규정’ 상 의대 등 학과 정원을 늘리려면 교사(건물), 교원, 교지,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립대는 2017년 도시보건대학원을 신설하고자 했으나 4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교육부로부터 증원 허가를 받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현재의 4대 요건 규정을 유지할 경우 당장 증원이 불가능한 대학이 태반”이라며 “기존 규제를 그대로 들이대면 정부가 원하는 수치만큼의 증원은 불가능하다. 의대 증원에 한해서라도 특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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