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지자체 예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경쟁
교육부 “지원금은 이미 계획서 제출 당시 정해진 액수로 배정받는 것”
대학들, 지자체 ‘갑질’에 경각심 가져…“지역 소멸 위기에 배부른 소리”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2023년 글로컬대학 평가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2023년 글로컬대학 평가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노심초사하던 글로컬대학에 최종 선정돼 매우 기쁘다. 교육부의 지원금은 사업 과정에 따라 배정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지자체 지원금이 의외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컬대학을 향후 3번 더 뽑게 되는데 이런 경우 한 지역에서 여러 대학이 나오게 되면 지자체 지원금 분배 방식을 두고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지난 13일 글로컬대학30 사업 최종 선정 이후 선정된 대학 관계자 중 한 명은 이 같이 밝히며, 향후 지자체 지원금 분배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자체 지원금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한 지역에서 여러 대학이 선정되면 지자체 지원금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표면으로 떠오르게 된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지원금 분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실행계획서 작성 당시에는 지자체 지원금을 고려해 계획을 세우지만 이 계획에는 지원금 분배에 대해서는 어느 대학도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배를 대학 규모에 맞출 것인지, 숫자에 맞출 것인지 등에 대해 지자체와의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컬대학 선정은 올해 10곳 내외로 시작해, 2024년 10곳 내외, 2025년 5곳, 2026년 5곳 등 총 30곳을 4년간 뽑게 된다. 올해는 강원과 경북 두 곳만 복수 선정됐지만 해가 지날수록 두 곳 이상의 대학이 선정된 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지자체장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글로컬대학은 대학만 살리자는 의미가 아니라 지역까지 살리기 위한 정책이다. 지역 소멸은 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지자체에 지원을 할 여력이 있으면 더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글로컬대학에 대한 지자체 지원금은 이미 정해진 것이라며 한 지역에 여러 대학이 선정된다고 해서 지원금이 줄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교육부에서 계획서를 받을 때 지자체 계획이 아니라 대학마다의 계획으로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 지원금 분배가 문제 될 일은 없다”며 “총액을 n분의 1로 나누는 게 아니라 그냥 각 대학별로 분할해서 약속한 금액만큼만 주는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논란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이하 라이즈)와의 연결성이다. 교육부는 2025년에 라이즈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즈는 정부의 예산과 권한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에 이양해 대학을 지원하면서 지역 발전을 꾀하는 정책이다. 즉 지자체의 권한이 커짐에 따라 글로컬대학을 지원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지자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글로컬대학 사업과 라이즈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자체의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면서 “지자체장에 따라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을 경우 지자체의 ‘갑질’에 시달리는 대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박철우 한국공대 교수는 “지금 대학 지원 사업이 지역 단위로 내려간 것은 여태까지 중앙에서 지역 대학으로 지원해 왔는데 이걸로는 해법이 안 나왔기 때문”이라며 “이번 정책은 ‘지역에서 한 번 해봐라’라는 의미다. 혼란의 시기는 좀 겪겠지만 혼란을 빠른 시간 내에 수습하고 빨리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 여하에 따라 혼란의 시간 또는 정도는 낮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상훈 교수는 “교육부 지원금 외에 지자체 지원금이 나오는게 어딘가 싶지만 공무원들의 대학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며 “지방은 지역이 소멸한 위기인 만큼 ‘갑질’을 할 때가 아니라 지역과 대학이 똘똘 뭉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때”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글로컬대학과 라이즈는 별개로 봐야 한다”며 “글로컬대학은 지자체와 대학이 협업을 해서 이렇게 하겠다고 교육부에 제안을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면 심사를 할 때 지자체도 같이 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컬대학과 라이즈는 비수도권 대학과 지역을 살리기 위해 시행되는 사업인 만큼 의도한 대로 성과가 나오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정부가 원래 의도한 대로 성과가 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챙기는 조직이 강해야 한다”며 “대학의 자율성에 맡겨두고 1년 뒤에 확인하겠다가 아니라 기존보다 강력한 평가단이나 컨설팅 팀을 구성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진행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성과 관리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교육부가 너무 리딩을 하면 교육부의 의도대로 끌고 가는 거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평가를 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이유는 떨어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꼬투리 잡기 위한 평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컬대학 사업은 다가올 급변기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일 뿐”이라며 “어디가 유리하고, 어디가 불리하다 할 것이 아니라 각 대학이 처한 상황에서 나아갈 발향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다. 교육부가 대학을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각자 소속된 직원이나 교수, 교직원이 대학의 발전을 고민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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