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형 ESG 인재 양성 주력…‘ESG 아카데미’ 운영, ESG·SDGs 교육·세미나 의무 수강 방안 논의
고려대 사회공헌원 학내 ESG업무 주관·총괄 “선언보다 이행이 중요…실질 전략 수립에 집중”
캠퍼스 구성원, 북한이탈주민, 소외계층, 지역 주민까지 모두 참여…ESG 위한 리빙 랩 변모 기대
‘ESG위원회’, 총장 주재 ‘JEDI 지속가능성 위원회’로 확대·개편…핵심 정책 결정권자 ESG 경영에 모두 참여

고려대는 2022년 6월 21일 총장, 교원, 직원, 학생, 교우 등과 함께 ‘더 늦기 전에 2045 탄소중립 선언식’을 개최했다. (사진=고려대)
고려대는 2022년 6월 21일 총장, 교원, 직원, 학생, 교우 등과 함께 ‘더 늦기 전에 2045 탄소중립 선언식’을 개최했다. (사진=고려대)

10조 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투자회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2020년 연례서한에서 “ESG를 실천하지 않으면 도도새처럼 멸종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환경 보호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영국의 찰스 국왕은 ESG를 두고 “ESG 혁명은 신석기 혁명과 산업 혁명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로 주요한 전환점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ESG는 필수 요소가 됐고, 미처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수출이 막히고 기업 간의 거래에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대학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미 미래를 예견한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한국ESG경영원은 대학의 ESG 경영 활동을 점검하며 지속 가능한 대학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 ESG心(이심전심) 동행> 시리즈를 시작했다. <편집자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끄는 글로벌 리더의 요람으로 도약” 고려대학교 사회공헌원의 비전선언문 맨 앞에 쓰인 글귀다. 비전선언문에는 “대학의 목적은 학문연구뿐만 아니라 당면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여 사회와 인류에 기여하는 것입니다”라고 적혀있다.

비전선언문의 내용대로 대학은 민족과 사회의 미래를 개척하며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전 세계 인류를 위해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다. 비전선언문에 쓰인 글귀는 이 역할을 고려대가 가장 앞장서서 수행하겠다는 다짐이다.

고려대 사회공헌원은 대학 내 ESG업무를 주관하고 총괄한다. 고려대는 총장 직속 자문기구로 ESG 위원회를 설립하고 ‘탄소중립계획’까지 선포했다. 선언적 의미도 컸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ESG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행동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신재혁 사회공헌원 원장은 “미래 사회공헌이 현재로서 가장 큰 과제이자 ESG 경영 활동의 중심 업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ESG 경영 활동에서 명실공히 앞서 나가고 있는 대학으로서 그 발자국이 곧 영향력이라는 무게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한국ESG경영원은 신 원장을 통해 고려대가 시행했거나 시행 중인 ESG 경영 활동과 업그레이드된 향후 계획까지 들어봤다.

- ESG 경영 활동을 시작하게 된 취지와 동기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지난 2021년 7월 총장 직속 자문기구인 ESG 위원회를 설립했다. 당시 ESG를 위한 학교체질 개선을 위해 총장, 부총장, 각 부처 처장뿐만 아니라 기업인과 NGO 대표까지 정기적으로 모여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고심한 끝에 ‘2021-2022 ESG 전략 플랜’을 설정하고 중점 활동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2년 ‘고려대학교 탄소중립계획’을 선포했다.
ESG 위원회는 2023년 12월 총장 주재 JEDI(Justice[정의], Equity[형평성], Diversity[다양성], and Inclusion[포함]) 지속가능성 위원회로 확대 개편됐다. JEDI 지속가능성 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미래 실현을 선도하는 글로벌 대학’을 목표로 산하에 교육, 연구, 참여확산, 운영 소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총장 이하 대학의 전 부처는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비전, 전략, 과제를 설정하고 각 부처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며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실질적인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7대 추진 과제 중 ‘미래사회 공헌’으로 ‘대학의 ESG·SDGs 활동 강화’가 제1 과제의 중심이다.”

- 현재 ESG 활동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고려대는 그동안 각 단과대학, 대학원, 연구소 등에서 각자의 특성에 맞게 ESG 활동을 해왔다. 현재 단계에서는 분산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ESG 활동을 아카이빙하고 관리를 일원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각자의 활동에 국한하지 않고 교내 ESG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다음으로 교육, 연구, 참여확산, 운영 등의 분야로 나눠 ESG·SDGs를 위한 플랜을 수립·이행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ESG에 특화된 교과과정을 확대하고 연구 분야에서는 ESG 관련 연구를 적극 독려하며,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과 참여를 유도하고 이에 맞는 투명한 경영과 운영 지원을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구성원의 참여다. ESG의 모든 과정에 학생, 교원, 직원, 교우는 물론 북한이탈주민, 소외계층, 지역사회 주민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캠퍼스를 ESG를 위한 리빙 랩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려대는 간성초와 함께 ‘2023학년도 하계 간성초 여름캠프’를 실시했다. (사진=고려대)

- 지자체와 함께 하는 활동도 있을 텐데.
“지역사회와 협력하지 않고는 ESG를 이룰 수 없다고 본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대학이 있는 성북구의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차원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2020년 KU-makerspace 고려대 리빙랩 해커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성북구의 다양한 기관과 함께 ‘안암동 사각지대’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매년 다양한 방식으로 유사한 활동이 시행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참여도 증가하고 있다. 또 강원도 고성군 의회와 함께 고성군 내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 기간에 ‘비전 교육 캠프’를 개최해 작은 학교를 살리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 ESG에 대한 인식이 교내에는 얼마나 전파되고 있다고 보는지.
“ESG에 대한 교과·비교과 과정이 눈에 띄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국제사회와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 ESG·SDGs에 대한 연구 활동의 증가 그리고 자발적인 학생 주도 활동과 목소리가 다방면으로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참여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지고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롭다. 지난해에는 매년 진행되는 학교 축제에서 ‘제로스테이션’이 등장했다. 축제를 즐긴 후 발생한 쓰레기를 스스로 분리수거하고 정리하자는 취지였는데 이에 대한 학생들의 협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108t가량의 탄소저감 효과를 달성했다. 또 공과대학 축제에서 학생들이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을 펼쳐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함으로써 재활용되지 않고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기도 했다.”

고려대 사회공헌원은 2021년 10월부터 ‘ESG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려대)

- ESG 경영 활동과 관련해 고려대만의 자랑이 있다면.
“실천형 ESG 인재 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ESG에 대한 강연은 매월 캠퍼스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ESG에 대한 인식 개선에 그치지 않고 혁신적인 실천가로서 ESG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ESG를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공헌원에서 진행하는 ‘ESG 아카데미’를 예로 들 수 있다. 2021년 10월부터 시작한 ESG 아카데미는 단순히 ESG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학생이 직접 기업의 ESG를 평가하고 현장 전문가와 피드백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총장, 부총장, 대학원장, 처장, 주요 부서장 등이 모두 참여하는 ‘JEDI 지속가능성 위원회’도 자랑거리다. 교육, 연구, 참여·확산, 운영 등 대학의 모든 영역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총장이 직접 주재하는 이 위원회에는 학교의 핵심 정책 결정권자들이 모두 참여한다. 이러한 기구는 전 세계에서 고려대만이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 ESG 교과과정도 있다고 들었는데.
“ESG·SDGs 관련 교과목은 이미 단과대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교과목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ESG·SDGs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미리 귀띔하면 올해 2학기부터는 1학년을 대상으로 ESG·SDGs 세미나를 의무 수강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 ESG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간혹 재정적 한계로 인해 친환경 건축과 배리어프리 시설물(장애물 없는 시설물) 설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특히 친환경 건축물은 일반 건축물에 비해 비용이 훨씬 많이 소요된다.”

- 고려대는 ‘2045 탄소중립 선언식’을 진행했는데,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선 2022년 5월에 ‘탄소중립계획’을 소개했다. 1단계로 2030년까지 에너지 관리의 효율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40% 감축할 계획이다. 2단계로 2045년까지 태양광, 수소연료, 지열 설치, 마이크로그리드 구축과 수요·공급 안정 관리를 실행할 계획이다. 이어 같은 해 6월 21일 총장, 교원, 직원, 학생, 교우와 함께 ‘더 늦기 전에 2045 탄소중립 선언식’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사회 각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교우들의 선언문 낭독도 진행됐다. 교내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교외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탄소중립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우리는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행을 위한 실질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캠퍼스 내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조사하고 변화를 추적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대학들의 ESG 경영 선언식은 많아졌지만 실질적 행동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학이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ESG 경영을 위한 체계를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 먼저 교내 ESG 업무를 주관할 부서를 지정해야 한다. 고려대에서는 사회공헌원이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JEDI 지속가능성 위원회와 같이 ESG 경영 전략과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할 범부처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이러한 범부처 기구가 잘 운용된다면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 ESG 경영 활동에서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선언도 중요하지만 이행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이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ESG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포괄하는 만큼,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슈들도 포함된다. 이로 인해 일부 문제들은 당장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ESG 경영을 계획에 맞춰 이행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배가될 필요가 있다.
대학 구성원들이 문제에 인식하고 공감하며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학교 본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이 필요다. 고려대는 JEDI 지속가능성 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이행 점검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단기간 내에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자부한다. 총장님을 포함한 대학의 정책 결정자들이 ESG의 중요성과 노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고려대는 국내 최고의 교육기관으로서 단순히 인식 개선과 지식 확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과 사회적 기업 창업 지원을 통해 ESG 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대학으로서 지식과 실천을 통해 ESG를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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