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혜 러닝스파크 이사

최근 영국에서 막을 내린 ‘Bett Show 2024’는 올 한 해 에듀테크 트렌드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인공지능(AI)와 결합한 글로벌 에듀테크 산업의 동향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듀테크 생태계를 이해하고 정부와 민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Bett Show 2024’에는 국내 에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초·중·고 교사, 대학교수, 교육공학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에 본지는 현장에 참석한 교육 전문가들의 시선과 언어로 글로벌 에듀테크 트렌드를 살펴보는 한편, 향후 글로벌 미래교육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윤성혜 러닝스파크 이사
윤성혜 러닝스파크 이사

■ 연재 순서 
 ①윤성혜 러닝스파크 이사
 ②서혜진 서울역삼초등학교 교사  
 ③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이사
 ④이지은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년 1월 24일, 오전 8시 50분.
영국 런던 ExCeL 메인 아레나에서 전 세계 에듀테크 분야 종사자들이 댄스 교육 전문 기업 DDMIX 창업자 Darcey Bussell의 구령에 맞춰 춤을 추며 Bett 2024의 막이 올랐다. 학생의 신체적, 정서적 웰빙의 중요성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Bett은 글로벌 최대 규모의 에듀테크 박람회 중 하나로 1985년부터 영국교육기자재협회(British Educational Suppliers Association, BESA) 주최로 개최되고 있다. Bett은 500개 이상의 에듀테크 제품이 출품되고, 130여 개국에서 3만 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전 세계의 큰 관심이 쏠리는 이벤트다. 러닝스파크는 작년부터 Bett 리서치 가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Bett 참가로부터 최대한의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4년에도 어김없이 한국의 에듀테크 종사자들과 동행하며 Bett 2024를 꼼꼼히 둘러보았다. 

Bett 2024 어젠다 중 ‘Movement is key to our health and wellbeing’ 장면. (사진=러닝스파크 제공)
Bett 2024 어젠다 중 ‘Movement is key to our health and wellbeing’ 장면. (사진=러닝스파크 제공)

생성형 AI 활용의 본격화
Bett 2024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주제를 꼽자면 단연 생성형 AI였다. 2022년 말 ChatGPT가 출시된 뒤 2023년 3월에 열린 Bett 2023에서는 교육에서 생성형 AI 활용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단계였다면, 올 2월에 개최된 Bett 2024에서는 생성형 AI의 활용이 본격화된 것을 볼 수 있었다. 

Microsoft는 Bett 2024에 맞춰 생성형 AI 기반의 여러 기능을 업데이트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Reading Coach에 적용된 생성형 AI 기술은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특히 유용해 보였다. 학생이 좋아하는 테마를 선택하면, 그에 맞게 맞춤형 읽기 자료를 생성해 제시하기 때문이다. 또 학생이 글을 소리 내 읽으면 AI가 자동으로 학생의 읽기 실력을 분석하고, 어려워하는 단어를 식별한다. 어려워한 단어는 자동으로 다음 챕터에 반영돼 반복학습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교육에서 AI는 학생 학습을 개인화하는 데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에서 AI 활용에 더 기대되는 점은 인간 지능을 증강시킨다는 데 있다. 특히 교사의 업무 중 학생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업무에서 AI를 사용하면 교사의 업무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Microsoft는 교사가 코스 개요를 만들 때, 과제 지침을 작성할 때, 평가 루브릭을 만들 때, 생성형 AI로 초안을 만들어 주는 기능도 함께 출시했다. 단, 교사가 언제든 생성형 AI가 만든 초안의 내용을 삭제, 추가, 수정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인간 중심 테크놀로지 활용
생성형 AI 활용이 본격화됨과 더불어 테크놀로지 사용에 있어 인간이 중심이 되는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강조됐다. 개회식에 참석한 영국 교육부 Gillian Keegan 장관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등장할 때 청소년의 ‘안전’이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영국이 AI 안전 분야를 선도하고 전 세계 다른 국가에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밖에도 인본주의적 가치, 특히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은 Bett 2024 전반에서 강조됐다. Bett에서는 3일간 300명이 넘는 강연자가 등장했다. 이번 Bett 2024 강연자는 절반 이상이 여성으로 선정됐고, 기조강연자로는 ADHD가 있는 래퍼 Loyle Carner, University of Cambridge의 최연소 흑인 교수 Jason Arday, ITV News at Ten의 첫 흑인 여성 진행자 Charlene White 등이 등장해, 다양성에 대한 고려를 읽을 수 있었다. Microsoft와 Apple이 메인 아레나에서 강연을 할 때는 수어 통역사가 함께 등장해 접근성에 대한 빅테크 기업의 관심이 드러났다. 

포용성을 고려해 설계된 에듀테크 제품도 전시부스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Texthelp는 학습장애나 난독증이 있는 학생을 위한 문해력 지원 도구를 전시했다. 초등학생을 위한 학습경험 플랫폼 Seesaw는 학생이 자신이 이해한 것을 오디오, 비디오, 화면 녹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멀티모달 도구를 제공한다. 

Bett 2024 Microsoft 부스에서 Copilot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러닝스파크 제공)
Bett 2024 Microsoft 부스에서 Copilot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러닝스파크 제공)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
Bett 2024에서는 학생 주도성에 대한 높아진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 주도성이란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책임 있는 결정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국가교육과정에서도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 Bett 2024 기조강연자 중에는 인도에서 온 16세 소녀, Namya Joshi가 있었다. 그는 마인크래프트의 학생 엠버서더로, 게임 기반 학습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Each One Teach Ten이라는 좌우명을 가진 그는 지난 5년간 인도와 전 세계에서 특히 여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코딩 워크숍을 운영해 왔다. Bett이 이러한 소녀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초대한 것은 학생 주도성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의도로 짐작된다. 

증거 기반 에듀테크 활용을 위한 협력적 생태계
올 1월에 개최됐던 대한민국 교육박람회가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에 대비해 수학, 영어, 정보 AI 코스웨어가 주류를 이뤘던 것과 비교해 보면, Bett 2024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교육에서의 AI와 같은 하이테크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었지만, 사용되는 교육적 맥락은 비단 학업 성취에 국한하지 않고 접근성, 웰빙, 안전 등으로 보다 다양했다. 또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에 대한 강조는 대한민국 에듀테크 박람회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AI가 학생이 마땅히 해야 하고, 마땅히 키워야 할 역량을 ‘대신’하지 않도록 학생 주도성에 대한 고민도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테크놀로지로 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교육에서의 테크놀로지의 반복된 역사는 교육적 목적이 결여된 테크놀로지 중심의 유행은 지속될 수 없음을 입증한다. 이번에도 결국 실망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적 가치를 중심에 놓고 테크놀로지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Bett 2024 연사 중 한 명인 프랑스 교육부 디지털교육국 Axel Jean은 혁신을 위한 혁신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을 위한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비단 교육 정책가만의 고민이 아니며, 에듀테크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 에듀테크를 현장에서 활용하는 교육자, 에듀테크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자 등 모든 구성원의 고민이어야 한다. 

Bett 2024 어젠다 중 ‘Global recipes for success: Building impactful EdTech centred on schools’ 장면. (사진=러닝스파크 제공)
Bett 2024 어젠다 중 ‘Global recipes for success: Building impactful EdTech centred on schools’ 장면. (사진=러닝스파크 제공)

전 세계 에듀테크 생태계는 공공-민간 파트너십(Public-Private Partnership, PPP)에 기반해 재편되고 있다. Bett 2024 어젠다 중 하나였던 ‘Leveraging synergies between policy, schools and EdTech(정책, 학교, 에듀테크 간 시너지 활용하기)’ 세션에 참여한 스페인, 폴란드, 프랑스의 교육부 관계자들은 모두 민간 부문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음을 전제했다. Bett의 개최지 영국도 공동체 주도 에듀테크 생태계의 역사가 깊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들어 민간에서 개발된 혁신적 에듀테크가 교육 현장에서 선택받고 사용되고 있다. 

에듀테크 기업은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하며, 교육자는 좋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 세계적으로 에듀테크의 효과성에 대한 증거를 강조하고 있으며, 러닝스파크는 이에 부응하고자 메타-에듀테크 플랫폼 AskEdTech.com을 통해 에듀테크 정보 및 증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교육부가 2024년 에듀테크 소프트랩을 3개소에서 9개소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에듀테크 증거를 만들고 공유하는 전 세계의 조직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해 협력하고 있다. Jacobs Foundation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Global EdTech Testbed Network는 에듀테크 테스트베드, 공동 개발 및 평가 분야의 우수사례를 발전시키기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다. 이번 Bett 2024에는 Global EdTech Testbed Network를 이끌고 있는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Alison Clark-Wilson 교수의 모더레이션 하에, ‘Global recipes for success: Building impactful EdTech centred on schools(성공을 위한 글로벌 레시피: 학교를 중심으로 영향력 있는 에듀테크 구축)’이라는 주제로 각국에서 에듀테크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고 있는 연사들의 대담이 이뤄졌다. 미국 Leanlab Education의 Katie Boody Adorno 대표, 벨기에 Edtech Station의 Thomas Van Cauwenberghe 대표와 더불어 한국 러닝스파크의 정훈 대표가 참여해 협력적 생태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직 우리나라 증거 기반 에듀테크 생태계는 초기 수준이라고 평가될 수 있지만, 글로벌 협력 체계와 더불어 진일보할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 전제돼야 할 것은 모든 에듀테크 생태계 구성원들의 책임 의식일 것이다. 우리 교육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주도성을 가진 학생을 기대하는 것과 같이, 에듀테크 생태계 구성원들 모두의 책임 의식이 필요한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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