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진 서울역삼초등학교 교사

세계 각국의 교사, 교육 정책 전문가, 기업 관계자 등이 ‘벳쇼 2024’에 참석한 가운데 인공지능(AI)에 대한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서혜진 교사)
세계 각국의 교사, 교육 정책 전문가, 기업 관계자 등이 ‘벳쇼 2024’에 참석한 가운데 인공지능(AI)에 대한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서혜진 교사)

최근 영국에서 막을 내린 ‘Bett Show 2024’는 올 한 해 에듀테크 트렌드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인공지능(AI)와 결합한 글로벌 에듀테크 산업의 동향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듀테크 생태계를 이해하고 정부와 민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Bett Show 2024’에는 국내 에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초·중·고 교사, 대학교수, 교육공학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에 본지는 현장에 참석한 교육 전문가들의 시선과 언어로 글로벌 에듀테크 트렌드를 살펴보는 한편, 향후 글로벌 미래교육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연재 순서 
 ①윤성혜 러닝스파크 이사
 ②서혜진 서울역삼초등학교 교사  
 ③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이사
 ④이지은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서혜진 서울역삼초등학교 교사.
서혜진 서울역삼초등학교 교사.

몇 년 전, 대학을 갓 입학한 동생이 대뜸 연락을 해왔다. PPT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연락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느냐 되묻자 몇 번 자율 과제로 해본 것 빼고는 디지털 활용 수업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흔히 디지털 네이티브로 표현되는 Z세대 동생의 부탁이 교육 현장에 있는 필자에게 큰 울림을 줬다. 비슷한 세대 내 공통성을 갖고 있더라도 교사의 역량과 지도 방식에 따라 기초적인 디지털 소양과 활용 정도 또한 충분히 교육적으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세 가지 기초소양을 강조하고 있다. 언어 소양, 수리 소양, 그리고 디지털 소양이 이에 포함된다. 디지털을 활용한 기초소양 또한 이제는 중요한 교육 요소로서 고려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디지털을 활용한 교육이 단순히 일부 교사들의 관심과 특기로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기초소양 함양에 목적을 두고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교사로서 이러한 교육의 디지털 대전환의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코로나19 이후 학생들과 다양한 에듀테크 활용 수업을 지속해왔다. 에듀테크 활용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1년 간 성장 정도를 정성적 혹은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학교 현장에 대한 근본적 이해 없이 진행되는 교육 정책들에 속앓이를 하기도 하고, 현장 교사로서 에듀테크 기업과의 소통에 목말라 있기도 했다.
 
이번 영국에서 진행된 ‘벳쇼 2024’에 참여하면서도 기존 교육 현장에서 느꼈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에듀테크 제품 및 서비스들을 살펴보게 됐다. 특히 세 가지 관점을 중심으로 에듀테크 트렌드 및 특징들을 살펴봤다.
 
첫 번째 관점은 ‘(교실의) 구성원들을 충분히 고려한 서비스인가’였다. 여기서 교실의 구성원이라 함은 학생과 교사를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에듀테크 서비스라 할지라도 교사의 수업 여건과 학생들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면 해당 서비스는 학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되기 어렵다. 공교육에서는 보통 다수의 학생을 한 명의 교사가 가르치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된다. 따라서 학생 입장에서 복잡하거나 어려운 UI/UX가 제공이 된다면 실제 수업 내용에 수업 시간이 쓰이기보다 에듀테크 활용에 대한 설명과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수업 시간이 끝나버릴 확률이 높다. 현장 교사로서 이러한 부분을 가장 경계하며 에듀테크 도구를 사전에 선택할 때 학생의 수준과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서비스인지를 살펴보게 된다.

‘벳쇼 2024’ 참석자들이 시연하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 지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서혜진 교사)
‘벳쇼 2024’ 참석자들이 시연하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 지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서혜진 교사)

벳쇼에는 기업 관계자, 교사, 교육 정책 전문가 말고도 특별한 손님들이 견학을 오기도 했다. 바로 ‘학생’들이었다. 선택받는 에듀테크를 보다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학생 손님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부스는 단연 ‘Kahoot(카훗)’ 부스였다. 카훗은 학습을 게임 및 퀴즈 형태로 진행할 수 있는 에듀테크 도구로서 저학년부터 성인까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에듀테크 도구이다.
 
학교 현장에서 카훗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직관적인 UI 때문이다. 간단한 숫자 형태의 PIN 번호로 접속할 수 있으며 별도의 로그인이 필요없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에듀테크 도구를 활용하는 데 있어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인터페이스 구성, 복잡한 로그인 절차 때문에 에듀테크 활용 수업에 부담을 가지는 교사들이 많다. 따라서 인터페이스 구성 하나에도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와 학생들의 수준 등을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 비슷한 측면에서 한국관에서 봤던 ‘엘리스(Elice)’의 인공지능 코스웨어(Courseware)도 기억에 남았다. 인공지능 코스웨어란 교육과정(Course)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로 더 나아가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돼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진단하고, 그에 따라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뜻한다. 실제 2025년도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됨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도 선도적으로 인공지능 코스웨어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개별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코스웨어를 활용해 수업을 할 때 어색하게 느껴졌던 장면이 있었다. 실제 학생들이 태블릿 또는 노트북을 이용해 코스웨어 학습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 풀이 과정을 공책으로 작성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몇 가지 서비스에서는 인터페이스 자체에 연습장 기능이 포함되기도 했으나 소근육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태블릿이나 PC에 글씨를 쓰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에듀테크 관계자들이 카훗 부스에 모여있는 모습. (사진=서혜진 교사)
에듀테크 관계자들이 카훗 부스에 모여있는 모습. (사진=서혜진 교사)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특히 기본을 강조하는 초등교육에서는 사소한 부분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기도 한다. 엘리스의 인공지능 코스웨어는 스마트펜(Livescribe pen)을 활용해 학생이 오프라인 학습지에 문제를 풀면 학생이 별도로 조작을 하지 않아도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내용이 기록된다. 비슷한 수준의 콘텐츠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이처럼 학생의 수준과 교사의 수요를 고려한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다.

두 번째 관점은 ‘(교실을 위해)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였다. 특히 이번 벳쇼에서 학교의 디지털 안전과 관련된 서비스들이 눈길을 끌었다. 실제 국내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지원 및 교사의 업무 경감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에듀테크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지속 가능한 디지털 대전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디지털 안전과 관련된 서비스들 또한 학교 현장에서 반드시 적극적으로 도입돼야 한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교원이나 실무사들의 개별 역량에 따라 이질적으로 디지털 안전 및 보안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및 에듀테크 활용 수업이 활발하게 이뤄짐에 따라 기기 보안 및 안전한 데이터 보관을 위해 개별 교사 차원이 아닌 학교 전체 차원의 디지털 안전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세 번째 관점은 ‘(교실에 의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가’였다. 누구보다도 에듀테크 활용 수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에듀테크 만능론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에듀테크는 교실에서 봉착한 문제 해결의 부분적 도구이지 만능 해결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에듀테크를 활용하면 교실 현장에서 봉착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에듀테크를 단순히 활용하는 것보다 교실에 처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즉,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벳쇼 부스들을 살펴볼 때도 평소 교실 수업에서 고민하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들을 찾는 데 주안점을 뒀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보다 촉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와중 ‘카미(Kami)’를 만났다. 카미는 교사와 학생이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에듀테크 도구로 교사가 학습지를 학생에게 PDF형태로 공유하면 학생이 그 위에 필기를 하고 교사에게 제출할 수 있다. 실제 수업에서 과정 중심 평가를 하려면 다수의 학생을 교사 한 명이 세심하게 관찰을 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양방향 수업 도구를 활용할 경우 학생의 학습 과정과 결과를 관찰할 수 있어 보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피드백 및 환류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에듀테크 도구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교실에 있는 모든 문제를 에듀테크 도구가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에듀테크 기업 입장에서도 자꾸만 올인원(All in one)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일례로 요즘 뜨거운 감자인 인공지능 코스웨어가 그렇다. 완벽의 완벽을 기하려다보니 교사가 수업에 개입할 틈을 주지 않는 것 같다. 수업의 주도권은 에듀테크라는 자원이 아닌 교사와 학생이라는 주인공에게 있다.
 
에듀테크에 의해 교육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에듀테크가 영향을 준 교실에 의해 교육은 변할 수 있다. 교육이 변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스스로 우리 교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충분히 진단하고 에듀테크라는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수업도 똑같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그 틈을 충분히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 똑같은 재료를 써도 사람에 따라 요리의 맛이 달라지듯이 교육도 똑같다. 에듀테크라는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수업도, 교실도 더 나아가 교육도 바뀔 수 있다.
 

‘벳쇼 2024’ 관람하는 마지막 날, 구글 부스에 씌어있던 문구. (사진=서혜진 교사)
‘벳쇼 2024’ 관람하는 마지막 날, 구글 부스에 씌어있던 문구. (사진=서혜진 교사)

벳쇼를 관람하는 마지막 날, 구글 부스에서 마음에 남는 문구를 발견했다. ‘Elevating the educator’.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 수업 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열쇠는 결국 교사에게 있다. 우리 교실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이에 맞는 에듀테크를 선택하고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환류해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는 일. ‘교실의, 교실을 위한, 교실에 의한 에듀테크’를 향한 교사들의 시행착오와 성장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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