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이사

아이포트폴리오 관계자가 ‘BETT show 2024’ 현장에서 전시 부스를 찾은 업계 관계자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이포트폴리오 제공)
아이포트폴리오 관계자가 ‘BETT show 2024’ 현장에서 전시 부스를 찾은 업계 관계자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이포트폴리오 제공)

최근 영국에서 막을 내린 ‘Bett Show 2024’는 올 한 해 에듀테크 트렌드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인공지능(AI)와 결합한 글로벌 에듀테크 산업의 동향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듀테크 생태계를 이해하고 정부와 민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Bett Show 2024’에는 국내 에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초·중·고 교사, 대학교수, 교육공학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에 본지는 현장에 참석한 교육 전문가들의 시선과 언어로 글로벌 에듀테크 트렌드를 살펴보는 한편, 향후 글로벌 미래교육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연재 순서 
 ①윤성혜 러닝스파크 이사
 ②서혜진 서울역삼초등학교 교사  
 ③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이사
 ④이지은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이사.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이사.

PC와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전세계는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를 교육에 적용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한 대한민국은 교육에 기술을 적용하는 소위 에듀테크 산업이 가장 빠르게 발전한 국가이다. 우리의 음식, 드라마, 영화, 음악이 K푸드, K드라마, K무비, K팝 등의 이름으로 전세계에 퍼지고 있는 현재 우리의 교육기술 또한 K-에듀테크라는 신드롬으로 수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에듀테크 수출은 걸음마 단계다. 2022년도 기준 총 수출액 152억 2000만 달러 중 에듀테크 분야는 5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금액을 제외하면 필자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수출액이 국가 에듀테크 수출액의 10%에 근접할 정도이니 수출을 하고 있는 에듀테크 회사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에듀테크’를 신수출유망산업으로 지정하고 여러 가지 수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작년 이맘때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출전략회의에 참석했던 필자는 에듀테크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의 책자에는 ‘신규 수출동력으로 육성하여 급성장 시장(연평균 16.3%) 선점’이라고 적혀 있었다. 2030년까지 8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을 대상으로 교육 업계에서도 에듀테크 수출에 힘쓰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큰 교육기술 박람회인 BETT(British Education Technology Trade) Show에 전시를 하는 국내 기업은 전무했으나 이제는 각종 협회와 진흥원의 지원으로 한국 공동관을 차리고 많은 기업들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에듀테크는 K-컬처만큼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경쟁력은 갖추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수출에 대한 의욕이 최고조에 다다른 이 시점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헛수고를 줄이고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교육기술 박람회로는 영국의 BETT쇼와 미국의 ISTE(International Society for Technology in Education)가 있다. 2009년부터 15년간 BETT와 ISTE에 전시 또는 참관을 해 온 경험과 수출을 하며 깨달은 시장의 흐름을 바탕으로 우리가 안고 있는 한계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대학의 역할에 대해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옥스포드대학교와 아이포트폴리오는 디지털교과서 플랫폼 수출계약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아이포트폴리오 제공) 
옥스포드대학교와 아이포트폴리오는 디지털교과서 플랫폼 수출계약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아이포트폴리오 제공) 

우리의 에듀테크가 세계 시장에서 통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세계 시장은 우리의 ‘기술’을 원할지언정 우리의 ‘교육’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이 한국의 교육열을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이 뉴스에 보도가 되면서 우리는 어깨가 으쓱해지는 경험을 했다. 세계 최강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부러워하니 소위 말하는 ‘국뽕(과도한 애국주의)’가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며칠 후 G20 폐막식이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세계 기자들 앞에서 “훌륭한 개최국 역할을 한 한국을 위해 한국 기자에게 질문 하나를 받겠습니다”라고 했다. 침묵이 흘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무도 질문 없어요?”라고 재차 기회를 줬으나 20여초간 침묵이 계속됐다. 어색한 나머지 “아마 통역이 필요할 겁니다”라고 오바마가 적막을 깨고 말했다. 한국어로 질문해도 된다는 배려까지 했으나 여전히 손을 드는 기자가 없었다. 그러자 중국 기자가 일어나 마이크를 잡았다. “대통령님, 실망스럽겠지만 저는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입니다. 제가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영어로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교육을 칭송해 어깨가 으쓱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새 머리를 긁으며 머쓱해지는 이 장면은 전세계로 방송을 탔다. 창피했다.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장면 아닌가? “질문 있는 사람?”이라고 물었는데 침묵이 흐르는 이 장면 말이다. 그렇다, 국내 대학 강의 시간에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우리의 에듀테크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맞춰 개발됐다. ‘진단평가’와 ‘주입’으로 요약되는 기승전 ‘입시’ 중심의 한국 교육 시스템 말이다. ‘시험 공부’와 ‘공부’는 다른 개념이다. 암기와 문제풀이 훈련이 아닌 ‘사고(思考)’하고 ‘질문’하는 행위가 공부인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교육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이 현장에서 실험되고, 독서, 글쓰기, 그리고 토론 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의 초점은 내신과 수능이라는 ‘평가’에 집중돼 있다. 물론 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돼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키우기보다 학습행위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하고 이 잡듯 기록하고 지적하는 소위 ‘타이거 맘(Tiger Mom)’형 학습관리시스템(LMS) 같은 에듀테크 솔루션을 가져다 쓸 나라가 몇이나 될 것 같은가?

절대평가화된 수능 영어보다는 수학에서 승부가 난다고 하면서 사교육에서는 초등학교 때 수능 영어를 끝내고 고등학교 수학을 가르친다. 선행학습으로 답을 다 알아간 후 수업 현장에서 무슨 질문이 나오고 토론이 필요하겠는가? 오바마가 칭송한 우리의 교육열의 이면에는 ‘교육’보다는 내 아이가 옆집 아이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경쟁심’이 자리잡고 있다. ‘교육열’이 아니라 ‘경쟁열’인 것이다. 수출할 교육 시스템이 있는지 곰곰이 고민해 볼 일이다.     

둘째, 사교육과 공교육의 대립구도로 인해 한국의 에듀테크 기업은 공교육 레퍼런스가 매우 적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공교육과 다르게 진화해 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교육은 수요자인 학부모를 만족시키기 위해 철저히 시장 논리로 발달했다. 공교육은 교육 이론을 따르는 것인지, 여론을 따르는 것인지 모를 정책 입안자들의 탑다운 방식의 결정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연속성을 가지며 발달했다. 거기에 교육 정책은 늘 사교육 경감이라는 목표하에 사교육 죽이기가 정책의 중요 고려 사항으로 따라 붙었다. ‘사교육 카르텔’이란 신조어가 이번 정부 들어 생겨난 것이 한 예다.

BETT Award 시상식에서 에듀테크 기업인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아이포트폴리오 제공)
BETT Award 시상식에서 에듀테크 기업인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아이포트폴리오 제공)

한편, 한국의 에듀테크 기업들은 사교육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학부모들의 ‘교육은 모르겠고, 좋은 (의과)대학 보내줘’ 같은 요구에 맞춰 최고 효율의 고득점 메카니즘을 테크를 이용해 구현했다. 이런 점에서 사교육 시장에서 뿌리를 내린 ‘입시 에듀테크’가 수출이 될 리 만무하고, 설령 기술을 인정 받더라도 공교육에서의 사용 사례가 없다보니 해외 학교 또는 해당 교육부의 선택을 받을 리 없다.

반면, 세계 최대 교육기술 박람회가 영국에서 시작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영국의 각 학교들은 자율적으로 필요한 교육 기자재와 기술 솔루션을 채택한다. 그러다 보니 영국의 교육기자재공급협회(BESA)가 1985년부터 주도적으로 학교를 대상으로 전시회를 개최했고 지금의 세계적인 에듀테크 박람회인 BETT Show로 성장한 것이다. 이로써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계 없이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됐다. 우리가 벤치마크 할 모범적 대상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매우 고무적인 것은 각 학교로 에듀테크 구매 예산이 배정돼 선도학교를 중심으로 필요한 에듀테크 솔루션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에듀테크 회사들이 공교육 레퍼런스를 쌓고 있다. 그러나 사교육용으로 설계된 솔루션과 서비스들이 급하게 공교육용으로 둔갑하는 과정에서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AI 에듀테크 솔루션들이 문제은행을 중심으로 ‘진단평가’ 후 취약 부분의 문제를 ‘주입’해 주는 맞춤형 입시 교육 강화 시스템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BETT show 2024’에 참가한 기업인들과 수출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이포트폴리오 제공)
 ‘BETT show 2024’에 참가한 기업인들과 수출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이포트폴리오 제공)

이렇게 K-에듀테크의 글로벌 확산을 위해 넘어야 할 두 개의 산에 대해 짚어 봤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단숨에 바꿀 수는 없지만 나아갈 방향은 정확히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교육 정책 입안자들께 당부드리고자 한다. 교육을 국가 주도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그래야 속도감 있게 정책을 밀고 나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소득에 관계없이 교육의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칫 방향을 잘못 잡고 가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할 뿐 아니라 측정 불가한 사회적 손실을 가져온다. 아무리 좋은 에듀테크 솔루션이라도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외면하면 사장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반드시 교사에게 일군을 보낸다는 심정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일꾼이 아니라 일감을 내려보낸 사례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세계 최초로 AI 디지털 교과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반드시 교사, 학생, 학부모를 도와주는 일꾼이 됐으면 한다. AI로 인해 가능해진 ‘맞춤형 교육’이 학생의 ‘시험 공부’가 아닌 ‘진짜 공부’를 도와주는 것으로 검증이 이뤄지길 바란다.    

다음으로 학계에 계신 분들께 기업인으로서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 적중률 높기로 유명한 미래학자인 (이미 타계하신) 앨빈 토플러가 쓴 《부의 미래》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사회 갈등은 속도의 비동기화로 야기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기업과 (대)학교의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 차이가 커서 생기는 문제를 설명한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가는데, (대)학교는 시속 10마일로 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학교에서 배출한 학생을 10배 속도로 가고 있는 기업으로 보낸다는 데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동시에 사범대와 교원대에서 배출한 교사들은 학교 현장으로 투입된다. 어느 때보다도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바뀜에 따라 그에 발맞춰 대학이 변하고, 대학이 선발하는 인재 기준이 바뀌면 공교육이 바뀌게 되어 있다고 믿는다. 기업과 가장 거리가 가까운 대학이 기업과 발맞춰 발빠르게 AI에 대한 연구를 하고 교육 현장에 먼저 도입해 대학을 고인물이 아닌 폭포수로 변화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듀테크 기업들은 교육에 몸담은 이상 맹목적 이윤 창출이 아닌 국가 미래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에듀테크’라는 말 순서에 ‘에듀’가 ‘테크’에 앞서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교육에 대한 연구가 기술의 첨단성을 능가해야 한다. AI 기술을 잘못된 교육 방법론-입시 위주의 교육이 대표적이다-에 그대로 입히지 말고 해당 기술이 학생의 발달 단계에 어떤 영향을 끼쳐 자기주도성을 확보할지, 교사의 교수법을 어떻게 효율화하고 업무를 가볍게 해 줄지, 학부모가 교육에 대한 신뢰감을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 에듀테크가 각광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간 교육계가 풀지 못했던 ‘개인형 맞춤 학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AI의 발달로 교육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기대에 부응하고자 기술뿐만 아니라 교육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필자의 회사에서 일본에 수출한 영어 AI 튜터 솔루션 ‘로라(LAURA, Language Assistant Utilizing Reading Analytics)’를 예로 들겠다. 학생은 ‘로라’와 수준별로 맞춤형 영어 회화 연습을 할 수 있다. 로라는 학생의 수준에 따라 말하는 속도, 사용하는 어휘, 문장의 길이를 조절한다. 이건 기술적 측면이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학적 방법론(Pedagogy)이다. 책을 읽은 후 흔히 있는 ‘질문에 답하는 독후 활동’이 아니라 학생이 책 속 등장인물 중 하나를 선택해 주연 배우 인터뷰하듯 ‘질문하는’식의 ‘Interview the Main Character’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언어는 암기한 것을 기억해 내는 것(recall)이 아니라 생각한 것을 발화(produce)하는 것이라는 언어 습득의 기본 원리를 구현한 것이다. 이런 AI 튜터와 연습한 아이가 커서 기자가 된다면 미국 대통령 앞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멋드러지게 하지 않을까?

기업, 학계, 정부 모두가 본질에 집중하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K-에듀테크는 K팝을 능가하는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며 수출 확대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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