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두 영남이공대학교 건축학과 2학년

박정두 영남이공대학교 건축학과 2학년. (사진=본인 제공)
박정두 영남이공대학교 건축학과 2학년. (사진=본인 제공)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2022년 전문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수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성별도,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큰 공통점이 있다. 사회 근간을 이루는 전문 기술인으로 성장하겠다는 뜨거운 열정이다. 본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공동으로 이 같은 열정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삶의 동력과 영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공모전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전문대학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22학번 스물여덟 늦깎이 대학생입니다.

학창 시절부터 저는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기보다는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를 먼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과 조금은 다르게 일찍 사회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그 현실은 저의 생각과는 달랐고 냉혹했습니다.

면접을 보아도 아직 나이가 어려서, 경력이 없어서 할 수 있겠냐는 이유로 항상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고, 합격하고 입사를 한다 하더라도 사내에서 필수 인력이 아니었기에 가장 먼저 정리 해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연속적인 어려움 속에서 상사의 모진 말을 들으면서도 교체 당하지 않으려 일을 배우기보다 눈치 보는 법, 억지웃음 짓는 법을 가장 먼저 터득한 것 같습니다. 이 일 저 일을 반복해가며 7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건축 재개발 철거 전문 기업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면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처음은 배우는 과정이라 어떠한 일을 맡겨주셔도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업무 이외의 숙소 청소와 빨래, 개인의 운동화 환불, 술 심부름 등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과 개인적인 심부름들을 해야했고, 이에 대해 조심스레 건의를 드렸을 때는 무시와 인격적인 모독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너 말고도 이 자리 채울 사람들 많아. 
그러니까 그만두고 싶으면 당장 그만둬!
아버지 편찮으시다고 해서 안타까워서 받아줬더니…’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하는 직장 안에서 저만의 전문성이 없는 것에 대한 회의감은 날로 커져만 갔고,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대체 가능한 자리는 제 미래를 보장해 주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체 가능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공부를 해야겠다!’

저 스스로에게 그리고 저를 믿고 응원해 주는 가족에게 떳떳해지기 위함과 머지않은 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일 년의 시간이라도 아껴서 저만의 전문성을 갖춰가는 것이 중요할 거라 생각되었고, 전문대 입학을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물여덟 살의 나이에 다시 대학을 들어가면 내가 가장 나이가 많지 않을까, 어린 친구들과 같이 공부를 할 텐데 공부에 손을 놓은 지는 꽤 오래되었고 잘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도 되었습니다.

입학을 해보니 4년제 대학에서 길을 찾지 못한 친구들이 다시 돌아와 이곳에서 더 좋은 성적을 얻고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 가는 모습과 주간에는 직장 생활을 하며 퇴근 후 야간 산업체 반으로 편입해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분들을 곁에서 바라보며 제가 가진 생각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고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시는 교수님과 오랜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해주시는 교수님들의 조언 한 말씀, 한 말씀이 더욱 깊이감 있게 다가왔고, 소중한 조언들을 통해 학업 성취를 이뤄가는 과정과 앞으로 건축 분야 안에서의 진로 선택에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특정 과목 중 수학과 물리 역학 과목에 많은 흥미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건축이라는 큰 분야 안에서 구조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열심을 다하며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했을 때 1학기 4.36이라는 학점과 성적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적인 측면에서와 앞으로의 저의 진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에도 감사하지만 더욱 감사한 것은 지금의 학교에 와서 적극적으로 매사에 열심을 다하는 모습으로 그동안 환경에 갇혀 잃어버린 제 자신을 찾을 수 있었음에 더욱 감사했습니다. 학교는 제가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면 할 수 있고,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저의 눈과 손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혹시 1년 전의 저와 같이 깊은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 년 전의 오늘은 고민하고 있을 때였지만, 일 년 후의 오늘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또 1년 후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나아가며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실 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현실적인 고민들의 벽 앞에서 지금의 학교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만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가 배우고 얻고 경험한 만큼 이것들을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데 나누며 더 높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자는 비전을 품고 건축 전문 대학원과 건축 구조 기술사라는 학업적인 목표점과 직업적인 목표점을 가지고 저만의 전문성을 갖춘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 주저하고 있을 그때가 여러분에게 카이로스의 때임을 기억하시고 도전하셔서 그 가능성을 직접 눈과 손으로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기력하고 늘 자신이 없었던 저를 적극적인 사람으로, 확신을 가진 사람으로 저만의 전문성을 갖춘 대체 불가능한 사람으로 이끌어 준 지금의 학교에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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