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대사관·주정부한국대표부 관계자, 지난달 제주 주요 교육기관 방문
제주 내 ‘IB 도입 학교’ 표선고 포함 국제학교, 교육청, 제주대 등 만남
“호주, 이미 IB 널리 시행 중…한국 학생 호주 대학 진학 시 도움될 것”

주한호주대사관과 호주주정부한국대표부 관계자들이 제주 표선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사진=주한호주대사관)
주한호주대사관과 호주주정부한국대표부 관계자들이 제주 표선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사진=주한호주대사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최근 호주 정부가 한국 내 ‘국제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 IB)’ 도입 상황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에서 운영 중인 IB 교육과정에 주목하고, 제주도에 있는 주요 교육기관들을 방문해 호주 내 대학과의 교류·진학(유학) 등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IB가 이미 호주에선 널리 시행 중인 만큼 IB를 활용한 한국-호주 간 인재 교류와 더불어 국내 IB 보급·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주한호주대사관을 비롯해 호주 내 3개 주(州) 정부(뉴사우스웨일즈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퀸즐랜드주)의 한국대표부 관계자들은 최근 제주를 방문하고 표선고등학교와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제주, 제주대학교, 제주도교육청 등 관계자들을 만났다.

호주대사관 관계자들의 이번 제주 방문은 한국과 호주 양국의 정부·교육기관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다. 지난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호주대사관·주정부 교육상무관들은 호주대사관 무역대표부가 주관한 ‘호주-제주 지역사회 공헌 활동(Australia Regional Outreach Program to Jeju)’의 일환으로, 제주지역 고등학교·국제학교·대학교, 교육청 관계자를 만나 호주에서의 교육 기회 등을 소개했다.

■ 국제 표준 교육과정 ‘IB’ 도입한 제주, 호주 대학 진학 길 넓어 =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기간 호주 측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지난해부터 대구와 함께 제주가 공교육에 IB를 도입한 점에 주목하고, 이미 IB를 널리 시행 중인 호주 교육기관과 접점을 모색하는 데 주력한 모습이다. 특히 제주에서 IB를 도입한 표선고등학교는 해외 진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호주 정부의 이번 방문이 더욱 긍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IB 교육과정은 지난 1968년 시작된 국제공인 교육과정으로, 유럽의 교육제를 따른 서술형 평가가 핵심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 대학 입학에서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공통 표준)’로 평가받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기존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한국 입시 교육을 대체할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제도다. 지난해 공교육에 IB를 처음 도입한 대구와 제주를 포함해 경기와 부산에서도 IB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호주대사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제주 표선고 학생들이 호주 대학 진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줘 직접 학생들을 만나며 호주 교육에 대한 소개와 질의응답을 알차게 진행할 수 있었다”며 “높은 세계 랭킹을 자랑하는 우수한 호주 대학들을 소개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 있는 국제학교 3곳에서도 대학 진학 상담자(College Counsellor)와 학생들과 만남에서 호주의 교육기관, 지원 방법뿐만 아니라 졸업 후 일자리, 생활에 대한 부분에 질문이 쏟아지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 국제학교 가운데서도 IB 과정이 도입된 학교가 있어 호주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는 문이 상대적으로 더욱 넓다고 분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주대사관 관계자는 “제주도에 국제학교가 생긴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호주 대학과 우수한 교육과 관련한 관심도 수년 전보다 한층 많아진 게 사실”이라며 “현재 제주가 호주 태즈메이니아주와 자매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향후 양국 협력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내 국제학교를 방문한 호주대사관, 호주주정부한국대표부 관계자들의 모습 (사진=주한호주대사관)
제주 내 국제학교를 방문한 호주대사관, 호주주정부한국대표부 관계자들의 모습 (사진=주한호주대사관)

■ 공교육에 IB 과정 도입 ‘대구·제주’, 한-호주 교류의 ‘물꼬’ 기대 = 호주 정부가 한국 내 IB 도입 상황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공교육에 IB를 처음 도입한 대구와 제주를 중심으로 한국·호주 양국의 우수 인재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주도하고 있어, IB 교육과정 확산세와 속도는 전국에서 대구가 가장 월등한 모양새다. 현재 대구에서 IB 교육과정을 도입한 학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92개교로, IB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접근성,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다만 IB를 도입한 학교(초·중·고)가 흩어져 분포하는 경향이 있는 탓에 한 학군 내에서 초·중·고 과정을 이수하는 게 어렵다는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반대로 제주는 현황만 놓고 보면 경기도(25개교)보다 적은 12개교만이 IB를 받아들였지만,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표선초·표선중·표선고가 모두 IB 학교인 까닭에 지역 내에서 초-중-고로 이어지는 IB 과정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전임이었던 이석문 전 교육감과 달리 IB 과정을 더 확대하지 않고 ‘제주형 자율학교’ 유형으로 흡수하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 IB 과정 자체가 더 확대될 수 있을지와 관련해선 미지수인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한계는 있지만, 미래 공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생각한다면 IB 도입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IB는 우리나라 교육의 전체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을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정답이 아니다. 긴 호흡을 가지고 IB의 장점을 국내 실정에 맞게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IB 도입의 첫발을 뗀 주자로서 대구와 제주에서 향후 교육 성과가 이어진다면, 이번 호주 정부의 관심처럼 교육 국제화와 국내외 우수 인재 교류가 활발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호주대사관 관계자는 “IB 교육과정을 접하고 국제적 감각, 열린 마음을 가진 한국 학생들의 관심에 부응하고자 향후 제주에서 호주 교육기관을 소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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