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가 공론화되면서 4년제 지방대학에 비상이 걸렸다. 법안이 통과할 경우 실용학문 위주로 개편한 일부 지방대는 당장 중복된 학과를 두고 전문대와 학생 유치 경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대학 취업률이 4년제 대학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아 위기감은 극도로 고조되는 분위기다.

4년제 지방대가 실용학과를 적극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사회적으로 취업난이 가중되고, 교육부가 취업률을 대학평가의 중요한 잣대로 제시하면서 4년제 대학들은 간호, 물리치료, 조리 등 취업과 직접 연계된 학과들을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나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0월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4년제 대학 중 108곳이 303개의 전문대학 관련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에는 43개 대학이 80개 전문대학 관련학과를 운영하는 데 그쳤으나, 10년 사이 대학 수가 7배 이상, 학과는 3배 넘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들 학과는 지방대에는 단비 같은 존재다. 대학평가에서 중요한 요소인 학생 충원율은 물론 취업률까지 견인하는 학과들이기 때문이다.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과 지방대 특성화 사업(CK-Ⅰ), 올해 새로 도입하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등 교육부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대학과 지역산업간 협력을 강조함에 따라 계약학과나 실용학과 개설도 늘어난 점도 한몫 했다.

이 같은 4년제 지방대들은 전문대학 4년제 학과가 신설될 경우, 같은 입학자원을 전문대학과 유치경쟁을 벌여야 한다. 일부 전문대학은 4년제 지방대보다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고,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의 등록금이 연 평균 약 138만원(2014년 사립대 기준. 전문대 596만원 일반대 734만원)씩 차이가 난다는 점을 따져보면 4년제 대학이 유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때문에 4년제 지방대 관계자들은 모두 불편한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부산지역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학은 학생유치 역량이 4년제 대학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또 “지방대는 교육부 평가에 맞추기 위해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많이 개설했지만 이들은 전문대학의 관련학과와는 깊이가 다르다”며 “이 같은 구분 없이 전문대학 수업연한을 풀어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면, 교육부 평가와 정책에 순응해온 지방대부터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수업연한이 다양화되면 전문대학이 일부 학과를 4년제로 만들 것이 뻔해 전문대학은 실질적인 등록금 수입효과를 거두고 지방 4년제 대학들은 고사할 것이라는 것이 4년제 지방대학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부산지역의 다른 사립대 기획처장은 “수도권 대규모 대학은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전문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4년제 지방대만 결국 불리해지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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