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 목매는 대학… 재정 독립이 살길

①고등교육 재정 독립 왜 필요한가
②누가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③실현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대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구호다. 그만큼 대학 교육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사회의 공공편익을 증대시키는 투자라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가 실제로 100년 앞을 바라보며 정책을 고안하고 있는지, 현재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2016년 새해를 맞았지만 대학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오히려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등록금 의존율이 60% 이상인데 정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입학정원을 줄이도록 구조개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고 수익 다변화 방안은 제한돼 있다. 사회에서는 낮은 취업률의 주범이 대학인 것처럼  평가하며 사회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라고 종용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과 대학 인문역량 강화(코어) 사업 등 거액의 예산을 지원하는 신규 사업을 ‘당근’으로 자랑스럽게 내놓았다. 그러나 전체 4년제 대학 중 10% 가량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재정지원사업을 늘 따내는 대학들이 또 휩쓸고 마는 ‘공유지의 비극’이 이번에도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들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획일화된다는 부작용은 이미 수차례 지적됐다. 대학 특성화(CK) 사업과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이 학부교육의 특성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전체 대학의 80% 이상이 사립대학인 상황에서 다양성과 자율성이 저해되기 쉽다는 비판이다. 교육부는 점점 각종 정책지표를 재정지원사업 참여조건 또는 가산점 형태로 부여하며 옭아매고 있다.

한 지역 사립대 총장은 “대학들로서는 변화의 계기가 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점차 제 색깔을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도 “재정 지원을 따내지 못하면 경쟁에서 쉽게 도태되는 구조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신탁기금을 통해 사립대의 재정에 숨통을 틔워주자는 의견을 여러 번 피력했다. 유재중 국회의원(새누리당)도 이 의견을 받아들여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부와 대학, 민간에서 머리를 모을 수 있는 고등교육 기구와 이를 위한 안정적인 재정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교육계에서는 누구라도 공감하는 사안이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2000년대 초반에도 관련 담론이 제기됐지만, 실현가능성과 행정 이기주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5.31 교육개혁 20주년을 맞아 그 공과까지 짚은 상황에서, 초·중등 교육에 더부살이 하는 상황이 더는 지속되면 안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본지는 2016년 새해를 맞아 대학교육을 위한 정책과 뒷받침할 재정지원 구조가 기형적으로 꼬여있는 상황을 밀착 진단하고자 한다. 고등교육 재정 독립에 대한 필요성과 과제, 실현 방안에 대한 기획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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