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연구서 모델 제시…정부 40% 기업 40% 대학법인 20% 출연 방안 나와

②누가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고등교육 독립기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누가 어떻게 배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게 마련이다. 해외에서 자체적인 재정지원기구를 운영한다고 해도 하나의 모델일 뿐이지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등교육 재원을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독립적으로 지원하려던 시도는 1970년대부터 제기돼 왔다. 가깝게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도입해 대선 공약으로 채택됐던 만큼 해당 논의를 꼼꼼히 살펴본다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고등교육기금의 조성을 처음으로 제안했던 인물로는 김란수 연세대 명예교수(전 광주대 총장)가 꼽힌다. 김 명예교수는 ‘한국고등교육개혁의 방향 모색(1973)’에서 경제 고도성장을 위한 고생산성 인력의 수요 증가, 국가사회에서 고등교육기관이 점하고 있는 사회공익적인 역할의 중요성, 국가발전의 중추적인 창조기능의 수행이란 측면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지속적인 재원확보 방안으로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교육전문가들은 꾸준히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20여년 뒤인 1992년 김만규 인하대 명예교수와 한준상 연세대 교수 등은 ‘고등교육기금 조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고등교육기금 설립모델을 내놓았다.

교육부와 교육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예시 모델을 내세운 이 연구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금은 대부분이 사립대인 한국 토양에서는 재정적 열악함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기금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금 조성 주체는 별도의 재단 ‘한국고등교육기금(가칭)’을 신설해 전담하거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대학협의체,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이 맡는 방식에 대한 응답이 많았으며, 기금 관리와 운영 주체에 대해서는 정부는 지양하고 한국학술진흥재단이나 별도의 기금관리 협의체가 위탁 관리 운영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 재단 운영이사회는 정부 및 각계에서 기금출연비율에 따라 공선이사와 민간위촉이사로 꾸려 100명으로 구성하고, 상임이사회를 15명 정도로 선출 구성해 정부나 출연자들의 지나친 통제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기금 출연은 정부와 기업이 넓은 의미에서 고등교육 발전의 수혜를 본다고 보고, 정부 40%, 기업 40%, 민간단체와 학교법인 등이 20%를 조달하도록 제안했다. 특히 김만규 교수의 연구에서는 기업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기업이 고등교육의 주요 수혜자로서 200대 기업까지는 이윤 일부를 인력활용분담금 차원에서 산학협력에 활용하도록  입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법인의 경우 현재 추진 중인 교육신탁기금과 같이 대학 적립금을 투입해 수익을 보장하는 신탁 형태도 고려할 수 있다.

기금 재원으로 국토 개발이익금을 비롯해 출생부터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가입하면 대입 때 입학금과 등록금을 일부 보장해주는 고등교육보험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극 검토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지난 2012년 고등교육 교부금법 도입을 제안했던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국가에서 교육재정의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세 중 600억원이 넘는 액수를 고등교육 교부금으로 활용할 여유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금과 기금으로 인해 생겨나는 보조금에 대한 활용목적도 과제 중 하나다. 김만규 교수의 경우 기금을 형평성에 맞게 대학경영 안정화와 첨단과학기술 육성, 기초연구 육성 지원에 활용하고, 보조금은 효율성에 따라 기관평가에 따른 보상, 국가전략에 따른 목적 보조금, 학술연구지원이나 교수처우 개선 등의 결합보조금 등 세 유형으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연구지원비에 관한 부분은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연구비 지원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연구에서는 고등교육기금을 실현시키기 위한 추진위원회 역할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 국회 및 정당, 경제계, 언론계, 학계 등 각계 지도층 인사 100명을 재단설립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고 실무위원회를 꾸려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역할은 대교협이 맡아서 할 수 있다는 설문 응답 결과가 많았다.

가장 큰 도전과제는 역시 기금 재원에 대한 부분이다. 정부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는 추세에서, 직접세를 올리지 않아 세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고등교육 재정을 독립시킨다는 점에 대한 경제부처의 회의감도 작용하고 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2000년대 초 한 차례 독립기금에 관해 진행했던 논의에서는 5조원 규모는 모아야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당시에는 정부와 기업, 은행 등에서 출연 받고자 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고등교육 독립기금을 조성하려면 정부의 의지와 여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2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19대 국회에서는 그 흔적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익명의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차원에서는 비리나 표절 등을 지양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론을 환기해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대학의 공공성 측면에서 이미지를 제고하고, 대학의 설립유형과 특성에 따라 의기투합 하지 못한다면 독립기금 조성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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