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 모델로 ‘영국 고등교육재정위원회’로 꼽혀

"재정지원 방식·법적·제도적 쟁점 많아…이해관계 얽혀있는 사안 논의 필수적"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교육부가 대학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대학재정 지원기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고등교육에 대한 정책적 목표를 세우지만 대학을 직접 관리·감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기구를 통해 배분하고 있다. 이들 중간기구(buffer body)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일정 기준을 통해 대학에 재정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도 한국연구재단, 한국장학재단 등 중간기구를 두고 학술연구 지원비와 학자금을 별도로 배분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경우 각종 학부단위 사업 평가도 맡고 있으나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독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학재정 지원기구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홍콩 대학재정위원회(UGC) △뉴질랜드 고등교육위원회(TEC) △남아프리카 고등교육위원회(CHE) △영국 고등교육재정위원회(HEFCE)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대학교육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영국의 고등교육재정위원회는 가장 이상적인 기구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HEFCE(Higher Education Funding Council for England)는 기존 대학재정위원회(UFC)가 지난 1992년 ‘계속고등교육법’을 제정하면서 확대 개편된 기구다.  대학의 R&D와 교육활동에 대한 평가를 통해 연간 60억 파운드(2005년 기준)의 재정을 대학에 배분한다. 교부금과 대여, 지불, 대학평가 기능을 갖춰 대학 성과와 재정지원의 연계를 더욱 정교화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체적으로 대학정책 결정자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HEFCE는 기본적으로 국립대, 사립대를 구분하지 않고 공공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교수 연구활동에 대해서는 4~5년 주기로 연구평가(RAE)를 통해 지원금을 차등적으로 지원한다. R&D 지원의 경우 교수 개인이 아닌 전공학과별로 연구 업적을 평가해 지원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학자금은 같은 전공을 배우는 학생이라면 동일하게 재정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재정지원을 위해 평가기능을 갖추고, 대학 교육의 질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도록 이끌어 장기적인 질 관리를 도모하고 있다. 공공기금의 적절한 운용을 비롯해 재정 지원과 운용을 맡고 있다. 이같은 의사 결정은 대학 교수와 교육부 파견 인사 등 학계와 민간, 공공분야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지역별 교부금 재정기구도 마련돼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영국의 고등교육재정위원회와 같은 사례를 우리도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나민주 충북대 교수(교육학)는 “국내 대학 재정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단년주의 예산 편성”이라며 “정해진 예산은 1년에 바로 다 써버려야 하기 때문에 회계상 문제도 있고, 중장기적인 대학정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과 같이 중장기적으로 대학 정책을 이끌 수 있는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지원 대상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 고등교육을 위한 재정 총량을 법적으로 정하는 등 쟁점이 되는 문제가 상당하다”면서 “정부에서 재정지원을 몇 퍼센트 하겠다고 명시해야만 재정지원 기구가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재원 역시 지금보다는 더 늘어나야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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