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현실 반영 요구 한 목소리…20대 국회 기대·불안 교차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16년 만에 여소야대 체제가 구축되면서 대학구조개혁법, 국립대 총장선출 등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이자 대학가에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학 현실을 반영하라는 요구는 같지만 입장이 미묘하게 갈렸다.

대학가 최대 이슈인 대학구조개혁법 통과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대학 구성원들은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던 대학 총장들은 20대 총선 결과를 놓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우려감을 표했다.

사립대학 총장들은 지난 2월 국회에 대학구조개혁법을 조속히 제정해달라고 공동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등 대학을 경영하는 총장들에게 구조개혁법 통과는 시급한 사안이다. 그러나 대학구조개혁법이 상임위에 계류된 가운데 구조개혁법을 처음 발의한 김희정 의원(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낙선했고, 지난해 수정법안을 내놓은 안홍준 의원(새누리당)도 경선에서 탈락해 이번 총선에 불출마했다. 구조개혁법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사립대에 퇴로를 열어주는 조항'을 놓고 여야 대립이 극심했던 만큼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모 대학 총장은 "아직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사립대 퇴로 열어주는 문제에 대해 20대 국회가 꾸려지고 깊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김도종 원광대 총장은 "그간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단에서 정부와 국회에 대학 현실을 반영한 정책과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제정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꾸준히 전달해왔다"면서 "그런데 여소야대 20대 총선 결과를 보니 대학 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법안들이 입법화될까 걱정이 앞선다. 거대 야당과 국회에서 대학의 현실, 특히 사립대학의 현실을 반영하고 대학의 위기에 대한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구조개혁법 통과를 꾸준히 반대해온 교수단체에서는 기대감을 보였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교육부가 밀어붙이는 고등교육 정책은 완전히 힘을 잃었다고 본다. 특히 구조개혁법을 대표발의한 김희정, 안홍준 두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모두 물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시행령을 이용해 대학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시행령 정치를 국민이 심판한 셈이기 때문에 관련 국립대 총장 선출, 사학법 등을 시행령 개정으로 끌고 가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모 국립대 교수회장은 "국립대 총장 선출은 원래 교육부에서 간섭하기보다 대학에 일임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총장을 임명하는 게 맞다. 총장이 없는 국립대가 과연 제대로 발전할 수 있겠나. 현재 국립대 총장 간선제 강요와 성과연봉제 등 불합리한 정책으로 교수들이 화가 많이 나 있다"면서 "20대 국회가 교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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