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기관평가인증 중심의 대학구조개혁 추진키로

▲ ‘대학 인증 중심의 구조개혁 추진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권선국 경북대 교수가 30일 대교협 하계대학총장세미나에서 기관인증 중심 대학구조개혁 추진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대학들이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보이콧을 선언했다. 4년제 일반대학들의 협의체인 대교협의 기관인증평가를 다듬어 자율적인 정원감축과 교육 질 제고 등 구조개혁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존 정책에 맞춘 대학구조개혁법에 대해서는 이를 대체하는 법안 발의 및 통과에 힘을 싣기로 했다.

138명의 4년제 일반대학 총장들은 30일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총장 세미나에 참석, 기관인증평가 중심으로 한 자율적 구조개혁 방안과 ‘대학 인증 및 대학의 자율적 구조개혁 지원법(안)’의 기본 방향 및 구성체계 등을 논의했다.

기존 정부가 실시하던 대학구조개혁평가 폐지를 요구하고, 스스로 정원감축 등 구조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주장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대교협은 지난 4월부터 ‘대학 인증 중심의 구조개혁 추진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왔다. TF에는 대학 기획처장 4명과 평가전문가 2명, 법 전문가 2명, 대교협 5명 등 총 13명이 참여했다.

대교협은 TF에서 방안을 마련하고, 6월부터 각 대학 기획처장과 평가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90.7%가 인증 중심의 자체 구조개혁방안이 적절하다고 답했으며, 법률 제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78.5%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관평가인증 중심의 대학구조개혁 추진안의 골자는 5년 주기의 대학평가인증을 획득한 대학은 정부재정을 지원하고, 미인증대학은 퇴출 또는 평가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질 제고를 유도해 정원감축을 비롯한 구조개편이다.

대학 기관인증은 국가가 인정하는 대학 질 관리 시스템으로, 대학이 발달한 선진국이라면 모두 정부가 인가한 평가기관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대학은 대교협 산하 한국대학평가원이,  전문대학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 총장) 산하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주기, 2015년부터 2020년까지 2주기 기관인증평가가 시행하고 있다.

기관인증은 △전임교원 확보율 △교사 확보율 △정원 내 신입생 충원율 △정원 내 재학생 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비율 등 필수평가 준거 6개 지표에서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만 획득 받을 수 있다.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조건부 인증(2년 내 충족 조건) 또는 인증 유예 판정을 받게 된다.

2014년부터는 고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대학평가·인증 결과를 2014년부터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에 활용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물론 국고사업에 따라 각기 다른 평가를 실시해 대학들이 ‘1년 내내 평가만 받는 ’이중고‘가 심화된 바 있다. 기관인증평가가 무색해졌다는 분석도 나왔고, 정부 주도 구조개혁평가는 법 근거 없는 평가라는 점과 기본계획 파기, 지방대 위주 정원감축 등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국고사업도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를 연계해 비판 받았다.

학부교육의 기본여건을 정량평가하고 질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지난 박근혜정부 대학구조개혁평가와 겹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교협에서는 여러 차례 기관평가인증과 구조개혁평가를 연계하자고 제안했으나 정부는 인증평가 기준이 엄격하지 않다는 이유, 대학협의체가 징벌적 조치를 취하는 구조개혁을 위한 평가가 가능하겠느냐는, 소위 ‘제 머리 깎을 수 있겠느냐’는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제 배수진을 쳤다. 기관평가인증으로도 충분히 정원감축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적극 내세우기로 한 것이다.

‘대학 인증 중심의 구조개혁 추진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권선국 경북대 교수는 “2023년까지 16만명의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각 대학의 정원 미달 사태가 예상되는데, 인증을 받으려면 신입생 충원율 95%를 충족해야 한다. 즉 인증을 받으려면 대학들이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TF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 기간 목표치였던 입학정원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신입생 충원율 95% 충족 준거만으로도 미인증대학들이 인증을 따는 과정에서 3000여명의 감축이 예상되며, 향후 3년간 시뮬레이션 결과 필수평가준거 기준 값을 충족하기 위한 감축 인원은 약 2만87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권선국 교수는 이같은 정원감축 규모는 정부가 추진하는 2주기 구조개혁평가의 선제적 감축목표인 5만명의 약 57%에 해당되며, 전문대학까지 참여한다면 정부의 목표인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대학구조개혁을 시장에 맡기자는 논리와도 유사하다. 시장에 맡기면 지방대학이 먼저 무너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TF는 지방대 인증 필수 준거 중 ‘신입생 충원율’ 충족기준을 수도권 대학보다 낮춰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실대학들이 정원을 줄이지 않고 신입생을 부풀리는 ‘무리수’를 두게 될 우려에 대해 대교협 관계자는 “혹여 일부 대학들이 일회적으로 부정을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5년간 현장실사와 중간점검, 모니터링을 치르기 때문에 걸러낼 수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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