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수 1등급컷 예상, 국어 91점, 수학(가) 92점, 수학(나) 84점
영어 1등급 비율 7%대 끊길 전망

(사진=한명섭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 수능은 지난해와 같은 ‘불수능’은 아니지만, 결코 만만치 않았던 ‘변별력 있는’ 수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국어와 영어 모두 지난해 수능보다는 다소 쉬웠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형이 유독 어렵게 출제된 데 이어 가형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수학도 이같은 평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수학 난도가 유형에 따라 엇갈리면서 계열별 당락을 좌우할 과목도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수학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연계열(이과)에서는 국어, 수학 변별력이 상당한 인문계열(문과)에서는 수학 성적이 정시모집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악명’ 떨쳐 낸 국어, ‘불국어’ 없었다 = 국어영역은 지난해 수능에서 얻었던 ‘불국어’라는 악명을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험이 끝난 직후부터 공통적으로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다”는 분석 결과가 쏟아진 데 이어 실제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도 지난해 수능보다는 낮았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시험 직후 분석결과를 내놓은 대교협 대입상담교사진과 입시기관들은 모두 국어영역이 지난해 수능보다 쉽다고 했다. 수능 당일 브리핑에서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언한 것처럼 작년 수능 국어 31번과 같은 ‘초고난도’ 문제가 출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BIS 자기자본 비율을 다룬 지문과 수험생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비연계 지문 등이 있긴 했지만,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예상은 실제 결과로도 증명되는 모습이다. 수능이 끝난 직후 수험생들의 채점 데이터를 모아 입시기관들이 내는 ‘등급컷’을 보면, 작년 수능보다는 쉬워졌음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입시기관들은 국어 1등급이 원점수 기준 91점에서 끊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수능 국어 1등급컷인 84점과 비교하면 무려 7점이나 높다. 그만큼 시험이 쉬워 ‘고득점’을 받은 학생이 많았다는 얘기다. 

주의해야 할 점은 올해 국어가 작년 수능보다 쉬워진 것은 맞지만, ‘변별력’이 없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 과목 만점자가 3명 나오는데 그치며 변별력을 잘 갖춘 수능으로 평가받았던는 2017학년 수능과 비교해 보더라도 올해 국어 예상 1등급컷은 1점 낮다. ‘물국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쉬운 수능’은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다. 

특히, 수학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나온 ‘이과’ 수험생들은 국어가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까지 엿보이는 상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난해 매우 어렵게 출제됐던 국어는 올해 다소 쉽게 출제됐다. 하지만 변별력이 있는 수준으로 중위권 학생들은 어렵게 느꼈을 수 있다”며 “이과에서는 국어의 변별력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수학 문·이과 경향 엇갈려…나형 ‘유독 어렵게 출제’ = 수학은 올해 유형에 따라 출제 경향이 완전히 엇갈린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이과’ 학생들이 응시하는 가형은 지난해와 유사한 경향을 보인 반면, ‘문과’ 학생들이 응시하는 나형은 상당히 어려워졌다. 

시험 직후 나온 수학 난도 분석결과는 판이했다. 교사단은 가형과 나형이 모두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했다. “기본 개념과 논리를 정확히 이해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많다”거나 “무난하게 풀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입시기관들의 생각은 달랐다. 가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운 수준이지만, 나형은 특히 어려운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진단했다. 21번, 29번, 30번 등 변별력이 높은 ‘킬러문항’들의 난도는 비슷했지만, 중간 난도 문항들이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다. “전반적으로 체감 난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지난해 수능, 올해 6월·9월 모평과 비교해도 어렵다”는 것이었다.

채점 데이터에 따르면,  무게추는 입시기관들로 기우는 모양새다. 수학(가) 예상 1등급컷은 92점으로 지난해 수능과 동일한 반면, 수학(나) 1등급컷은 84점으로 지난해 수능의 88점 대비 4점이나 낮아졌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줄면서 1등급컷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시험이 어려웠음을 의미한다. 

채점 데이터가 취합되던 초기에는 나형 난도가 더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데이터상 1등급컷이 84점보다도 더 낮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후 데이터가 모이면서 84점으로 사실상 결론이 난 상태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초기 데이터에서 수학(나) 1등급컷이 낮게 잡힌 것은 제2외국어/한문을 응시하지 않은 수험생들의 데이터가 먼저 모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등에 지원할 수 있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마지막 교시인 제2외국어/한문을 치르고 나서야 채점에 나서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나형이 매우 어렵게 출제된 탓에 올해 인문계열 정시모집에서는 수학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인문계열 상위권 대학의 경우 수학성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절대평가 취지 살린 영어, 1등급 비율 7%대 ‘유력’ = 국어·수학과 달리 절대평가로 실시, 1등급컷이 아닌 1등급 비율로 난도를 측정하는 영어 난도는 올해 어땠을까. 전반적으로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적절한 변별력’ 또한 갖추고 있어 절대평가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이 우세하다. 

시험이 끝난 직후 나온 분석결과들은 작년 수능 대비 ‘쉽다’는 데 모아졌다. 교사단은 물론이고 입시기관들도 “쉽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기존 시험들과 유형이 동일하면서 지문이 평이해 수험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시험에서 어렵게 출제되는 양상을 보였던 문법성 판단이나 빈칸 추론 등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돼 체감 난도를 낮췄다는 평이 뒤따랐다. 

예상은 적중했다. 입시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채점 데이터를 통해 집계한 1등급 비율은 현재 6% 중후반 수준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1등급 비율이 5.3%를 기록, 상대평가 체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에 비교하면 양호한 수치다. 

최종 1등급 비율은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 6% 중후반에서 다소 늘어난 7% 대에서 끊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시자’들의 존재 때문이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6% 중후반이라는 수치는 수능 접수인원 전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모수가 줄어들면, 비율은 늘어난다. 올해 결시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기에 실제 1등급 비율은 7%선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1등급이 7%대에서 끊긴다면, ‘절대평가’로 전환한 당초 취지는 물론 변별력도 일부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 것은 상대평가일 때 수험생들이 겪는 부담감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수능 영어 1등급은 상대평가 시절인 4%와 큰 차이가 없어 절대평가 도입 이유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많았다. 예상처럼 올해 영어 1등급이 7%대에서 끊긴다면 수험생들의 부담은 덜면서 일정한 변별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무난했던 사·과탐 및 한국사, 과목별 유·불리 여전 = 문·이과 학생들이 응시하는 사탐과 과탐은 과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는 평가다. 다만, 필수 응시 과목인 한국사는 예년에 비했을 때 다소 어려웠다. 

9과목 체제인 사탐에서는 동아시아사·세계사·경제가 비교적 어렵게 출제된 편이었다. 이외 과목들은 지난해 수능과 큰 수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수능에서 9과목 중 6과목 1등급컷이 50점 만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쉬운 출제 경향이 올해도 이어졌다고 봐야 했다. 

8과목으로 구성돼 있는 과탐은 물 리가 비교적 어렵게 출제된 편이었다. 물리Ⅰ 뿐만 아니라 물리Ⅱ 난도도 만만치 않았따는 평가다. 워낙 고득점 수험생들이 몰리는 과목이기에 지난해에는 두 과목 모두 1등급컷이 50점 만점을 기록했던 상황. 올해는 이보다는 1등급컷이 다소 내려앉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가장 많은 수험생들이 몰린 지구과학Ⅰ은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자료 해석과 함께 계산을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시간이 다소 소요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필수 응시 과목인 한국사도 쉽지 않았다. 임성호 대표는 “기본 개념을 묻는 문제 위주로 출제됐지만, 선택지가 다소 어려웠다. 지난해 수능이나 9월 모평 대비 어렵다”고 했다. 다만, 한국사는 통상 정시모집에서 반영할 때 일정 등급까지는 만점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난도가 다소 높았더라도 대입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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