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내정설’ 의혹, 관구장의 ‘지지 요청 메일’ 발송
‘도의적’ 자격 논란도…학교 기금 불법 전용, 징계대상 회부 이력
‘태풍의 눈’ 심종혁 신부 차기 총장 ‘유력’…내홍 계속 이어지나

서강대 차기 총장 선거가 시작된 가운데 학생들과 교수들이 예수회 한국관구 측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갈등를 빚고 있다. 총장 후보자 공개 소견발표회가 열린 3일 교내 이냐시오관 앞에서 학생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서강대 차기 총장 선거가 시작된 가운데 학생들과 교수들이 예수회 한국관구 측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갈등를 빚고 있다. 총장 후보자 공개 소견발표회가 열린 3일 교내 이냐시오관 앞에서 학생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서강대가 총장 선출 과정에서 내홍을 겪고 있다. 학교 운영 재단인 예수회가 총장 선출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회의에서 가장 많은 표를 획득, 차기 총장 당선이 유력한 심종혁 신부(신학대학원 교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시효가 지나 징계를 받지는 않았지만, 150억여 원의 불법기금 전용 혐의로 징계 대상에 회부된 이력이 있기에 ‘부적절’한 총장 후보라는 학내 반응이 지배적이다. 

서강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비대위원회는 “예수회가 총장 선출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규탄 성명을 최근 발표했다. 

교협과 비대위는 규탄 성명을 통해 ‘총장 내정설’ 의혹을 제기했다. 김용수 관구장이 1일 심 신부에 대한 지지 요청 메일을 발송하면서 예수회의 총장 선거 개입 논란이 더 불거진 상태다. 

교협과 비대위는 “해당 메일의 수신자 170여 명 가운데 이사장, 상임이사, 총추위 위원 4명이 포함돼 있다. 명백한 선거개입”이라며 “현행 사립학교법상 재단 이사회에 최종 결정권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총장 추천과정마저 이 정도로 더럽혀졌던 적은 없었다”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메일 발송사실을 놓고 임채운 총추위 위원장의 해명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철훈 비대위원장은 “김 관구장이 메일에 ‘심 신부에게 지지를 부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예수회 안에서는 명령에 가까운 문구”라며 투표 공정성이 무너졌음을 지적했다. 

지지 요청 메일만을 교협과 비대위가 문제삼는 것은 아니다. ‘자격 논란’도 이어진다. 심 신부는 유기풍 전 총장과 함께 148억원의 학교 기금을 불법 전용한 혐의로 징계 대상에 회부된 바 있다. 2014년 학교 건물 신축 과정에서 정해진 목적으로 써야 하는 목적기금을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반기금으로 전용했다는 혐의다. 해당 사안이 2017년에 적발된 탓에 시효기간 3년이 도과, 징계는 피한 상황이다. 

징계 회부 이력은 총장이 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는다.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강대 ‘총장후보자 추천에 관한 규정’ 17조에는 “후보대상자가 총장선출 시기 전후 ‘교직원’ ‘학생’ ‘동문’ ‘예수회원’ ‘총추위 위원’ ‘초빙위 위원’ 등 교내 구성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수 없다”라는 규정만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규정상 문제가 없더라도 ‘도의적’인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시효가 지나 징계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기에 심 신부가 총장 후보자(가 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차기 총장은 다음 달 9일 이사회를 통해서 선출될 예정이다. (사진=서강대 제공)
서강대 차기 총장은 다음 달 9일 이사회를 통해서 선출될 예정이다. (사진=서강대 제공)

논란은 계속됐다. 제16대 총장후보자 소견발표회에서도 심 신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3일 이냐시오관 소강당에서 진행된 총장후보 5인의 소견발표 자리에서 심 신부는 마지막 발표자로 나섰다. 당시 현장에는 40여 명의 참관인이 입장했으며, 300여 명의 ZOOM 실시간 중계 시청자도 소견발표회를 지켜봤다. 

소견발표회에 앞서 정유성 교협 회장은 임지봉 진행위원장에게 그간 지적돼 온 사안들에 대한 해명을 먼저 해줄 것을 요구했다. 임 위원장은 정 회장에게 “계속 발언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퇴장할 것을 명했다. 정 회장이 퇴장명령에 불응하자 결국 보안요원이 장내에 진입, 정 회장의 자발적 퇴장이 이뤄진 후에야 본격적인 소견발표회가 시작됐다.

이어 9일 진행된 총추위 회의에서는 최종 선출단계에 오를 3인의 후보가 선출됐다. 심 신부가 가장 많은 14표를 얻은 데 이어 이종진 신부가 8표, 강영수 교수가 2표를 각각 받아 최종 3인이 됐다. 

총추위 선거 결과를 본 강 교수는 10일 오후 입장문을 발표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강 교수는 투표 결과를 보고 “서강대 경영에 있어 신부 후보자들의 지지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언급했다. 강 교수의 사퇴로 인해 후보자 한 명이 새로이 충원되는 임시회의가 12일 ZOOM을 통해 진행된다.

총추위 선거 결과를 미뤄볼 때 심 신부의 차기 총장 선출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 신부는 ‘반 예수회’로 분류되는 후보다. 이사회 투표로 올라가면 총장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총추위 위원들 가운데 ‘예수회’로 분류되는 표를 제외하더라도 심 신부가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심 신부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서강대 총추위가 한 명의 후보를 충원한 후 서강대 이사회에 추천하면, 총장 선출 절차는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과 무관하게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된다. 차기 총장은 내달 9일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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