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이사회가 전권 쥔 사립대…학교 학생 간 대립
투표 비율 논란, 교육부 비토 등 국립대도 ‘난관’
교수 독점 벗어나 직원·학생 등 구성원 목소리 ‘귀 기울여야’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총장 선거철이 돌아온 대학가가 시끄럽다. 총장 선출 과정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학교와 학생·교수 간 갈등이 빚어진다. 이사회와 재단의 권한으로 총장이 선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사립대는 물론이고, 교육부의 제청이 필요한 국립대에서도 총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사립대 재단·이사회 중심 총장 선출…‘구성원 불만 폭발’ = 대학가 총장 선출 과정에서 빚어지는 잡음의 대부분은 사립대에서 발생한다. 재단과 이사회 중심의 총장 선출이 갈등의 시발점이다. 최근 총장 선출 과정에서 큰 잡음이 인 서강대도 같은 상황이다. 차기 총장 선출 과정에서 예수회 한국관구 측의 부당 선거 개입 논란이 발생함에 따라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강대 총장 선출은 총장추천위원회가 이사회에 총장 후보자 3명을 추천하면, 이사회가 총장을 최종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추위는 교수 대표 15인을 비롯해 예수회·직원·동문 대표 각 4인, 학생 대표 2인으로 구성된다.

서강대 교수협의회(교협)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예수회와 이사회의 독단적 학교 운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2일 공동성명을 통해 “예수회 신부들이 지배하고 대부분 이에 추종하는 인사로 구성된 재단 이사회의 문제점은 계속 지적돼 왔다”며 “재단 이사회가 총추위 노동조합 측 위원들을 쫓아내려 하는 등 부당하게 총장 선출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했다. 교협과 비대위는 총장선출제도 개혁과 더불어 이사회 개편까지 요구하는 중이다.

총장 선출제도를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전환하려다가 역풍을 맞은 곳도 있다. 재단인 학교법인 영광학원이 총장 선거방식을 간선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대구대 학생들과 교수회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대구대지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대구대분회, 대구대민주동문회는 공동 반대 성명을 통해 “재단은 이사회와 총장 간 갈등을 줄일 수 있고, 협조체제를 확립해 총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간선제를 추진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대학의 최우선 과제인 학내 민주주의와 자율성의 가치에 우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대구대는 학생회·교수회·노동조합이 참여한 3자 협의체를 구성했다. 직선제 개편과 총장선출 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를 현재 진행 중이다.

영남대도 재단인 영남학원 이사회가 ‘영남학원 총장 선임에 대한 규정 개정안’을 부결하면서 총장 선출에 난항을 겪었다. 교수회와 직원노조가 총추위 활동 ‘보이콧’에 나섰기 때문이다. 총추위 위원 9명 중 5명이 법인 이사회와 연관된 사람이기에 ‘법인 총장’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교수회를 중심으로 총장 선출 규정을 바꾸자는 불만이 제기됐다.

다만 현재 영남대는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달 26일 교수회가 총추위 위원 추천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다. 교수회와 직원노조는 재단에 통보할 총추위 위원 추천을 그대로 진행하되 이사회 부결 사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할 방침이다.

■‘투표 비율’ 문제도…선거 틀어진 국립대 = 국립대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교육부의 총장 후보자 거부에 따른 책임 공방은 물론 구성원 간 투표 비율을 두고 갈등이 벌어진 사례도 있다.

이미 총장 선출을 마쳤어야 할 인천대 총장 선거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7월 교육부는 인천대 법인 이사회가 추천한 이찬근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를 청와대에 임명 제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제청 거부도 논란이었지만, 당초 최종 총장 후보자 선출과정에서 1순위 후보자가 아닌 3순위 후보자를 이사회가 추천한 것이 갈등을 더욱 키웠다. 

결국 인천대 이사회는 총장 재선출 절차 논의를 진행, 총장 공모와 초빙 단계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하지만 총학생회 등 구성원의 총추위 위원 전원 사퇴 요구, 이 교수의 행정소송 제기 등 난제들이 남아있다.

최근 총장 취임을 마친 부경대와 경북대에서도 총장 선거를 두고 선거 무산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부경대는 구성원 투표 비율 문제로 6월에 진행했던 선거가 무산됐다. 전체 투표 수 대비 교수 투표 비율이 84%를 차지하는 반면 직원·조교·학생 등이 포함된 비교수 단체 투표 비율은 16% 비중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경북대에서는 7월 총장 선거를 앞두고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비정규직 교수를 제외한 교수·직원·학생이 1인 1표를 행사했지만, 투표 비율이 문제였다. 투표에서 교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80%나 된 반면, 직원은 15%, 학생은 5%에 그쳤다. 이에 총학생회와 노조를 포함한 4개 단체가 강사 투표권 보장, 학생 투표 비율 상향 등을 요구하며 ‘총장 선출 규정 집행정지 신청 및 총장 임용후보자 선정 규정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전문가들 합리적인 투표 방안 찾아야 = 이처럼 해마다 대학가에서는 총장 선출 과정을 놓고 잡음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총장 선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대학자치원리와 총장선임제도’ 논문을 쓴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장 임명권을 전적으로 국가에 부여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봤다. 다만 총장 직선제만이 헌법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오 교수는 “헌법의 여러 규정에 비춰 볼 때 학교 구성원의 자율적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다만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국가 공공적 관여를 결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재단 중심 총장 선출을 진행하는 사립대와 교수 독점식 직선제를 진행하는 국립대 모두 불합리한 선거 제도를 지녔다고 분석했다. 재단 입맛에 맞는 인물을 선출해 구성원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은 사립대에는 직선제 요소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립대는 교수가 독점한 직선제 선거가 일종의 정치 선거로 변질돼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봤다. 특히 자교 출신을 우선으로 여기는 생각이 뿌리 내린 탓에 외부 명망가를 영입하는 데 소극적이고, 이는 대학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광주교대의 경우 학생 투표 비율을 13%라는 파격적인 수준으로 늘렸다”며 “총장 선출과정에서 교수뿐 아니라 직원과 학생 등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쟁력 있는 외부 인물을 자유롭게 영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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